입춘이 지났다. 생동하는 대지의 힘찬 기운이 꿈틀댄다. 모두가 대길(大吉)의 나날이 될 것이 틀림없다. 겨우내 웅크리고 서있던 은행나무들도 잎새가 피어나려면 시간이 조금 더 있어야 하겠지만 벌써 뿜어내는 에너지는 봄의 에너지이다.남편을 지극히 연모한여인의 애절함이 담겨가슴을 저미는 사랑도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한시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도 빼어난 한시를 남겨놓고있는 여성들이 많다. 중국 동파거사의 누이동생인 소소매는 오빠들 못지않은 명문장가 이기도 했다. 이번에 읽을 시는 조선시대의 이옥봉(李玉峯)이라는 여인이 한동안
‘대굴령’. 오르내릴 때 고개가 워낙 험해서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이다. 신사임당이 친정을 오갈 때 오르내렸던 대관령이다. 대학시절 강원도 지역에 있는 사찰을 답사하게 되면 대관령 동쪽 경사면 아흔아홉구비를 달리는 버스의 움직임에 멀미가 나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눈부신 토목기술 덕택에 터널 지나고 공중에 떠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면 강릉이어서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좌우로 요동치는 버스를 타보기 자체가 어렵다. 답사할 때 어느 선배는 버스가 중간에 멈추면 다들 내려서 서울까지 버스를 밀고 가야 된다고 협박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 입체적인 화면이 어떤 순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제주도 산방산 앞에서 바닷물이 바로 발아래보이는 바위에 앉아 있다가 홀연히 바위도 사라지고 나도 반쯤은 어디로 가버리고 바닷물만 출렁거렸던 적이 있다. 그 잠깐 동안 고깃배들과 주변의 바위들과 저쪽 중문해수욕장은 어디로 갔던 것일까. 제주도의 바다를 꺼내는 것은 필자의 고향이어서가 아니라 제주도 북쪽 바다를 바라보며 열반에 드신 조선시대의 한 스님이 떠올라서이다. 불교중흥 위해 노력하다제주도에서 순교한 스님허깨비같은 인생사 노래허응(虛應)
우미인에게 홀렸던 것일까. 시향에 취했던 것일까. 기억에 착오가 있었다. ‘우미인초’의 지은이는 범중엄이 아니라 증공(曾鞏)이다. 두분 고인과 독자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참에 20행의 장시여서 소개하기가 주저되었던 ‘우미인초’를 읽어본다. ‘고문진보’ 전집(前集)에도 실려있는 시이다.우미인초(虞美人草) 증공(曾鞏)鴻門玉斗紛如雪 (홍문옥두분여설)十萬降兵夜流血 (십만항병야류혈)咸陽宮殿三月紅 (함양궁전삼월홍)霸業已隨煙燼滅 (패업이수연신멸)剛强必死仁義王 (강강필사인의왕)陰陵失道非天亡 (음릉실도비천망)英雄
시(詩)라는 한자는 말씀 언(言)에 절 사(寺)자를 쓴다. 말하는 절이란 뜻은 아니고, 말이 절간처럼 고요해지고 그 고요해진 상태에서 다시 언어로 우러나온 것이 시(詩)라고 할 것이다.한자라는 언어를 빌려서 지어진 한시(漢詩)는 시 자체의 압축미가 생명인데 막상 우리말로 옮기고 거기다가 감상까지 덧붙이면 시 자체의 향기는 사실 온데간데없게 된다. 그럼에도 연재의 제목을 시향만리(詩香萬里)로 붙여 본 것은 우리말로 옮겨진 다음에도 함께 병기하는 한시 원문을 통해 충분히 시향을 음미할 수 있는 독자님들의 심미안과 심미코를 십이분 믿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