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시대 국찰인 오산십찰(五山十刹)의 평면도를 그린 ‘오산십찰도’에는 사찰 동쪽에 창고인 고원(庫院)이 있다. 이 고원에는 사찰의 일상적 식재료인 장류(醬類)·소금과 더불어 ‘생강’이 저장되어 있다.송나라 대혜보각 선사의 ‘대혜보각선사종문무고(大慧普覺禪師宗門武庫)’에는 송나라 사찰의 고원에는 ‘생강과 전약’[薑煎藥]이 보관되어 있었으며, 생강은 국의 재료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약재로도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양나라 혜교(慧皎, 497~554) 스님이 지은 ‘고승전(高僧傳)’에 따르면 생강은 두타행하는 스님들의 섭식 재료로도 쓰였다
‘가을에 으뜸가는 먹을거리는 송이버섯과 잣이라/ 신선이 되는 음식으로 세속의 음식을 하찮게 만드네.’조선중기의 문신 최립(崔岦, 1539~ 1612)의 문집, ‘간이집(簡易集)’에 나오는 송이버섯 상찬이다. 최립뿐만 아니라 고려와 조선의 많은 문인이 가을철 송이버섯을 상찬한 시는 상당히 많다.‘버섯은 반드시 썩은 땅에서 생기거나/ 혹은 나무에서 자라네/ 썩은 곳에서 나기에/ 왕왕 중독이 생기기도 한다네/ 이것은 홀로 소나무 밑에서 생겨나/ 항상 솔잎에 덮여있었고/ 소나무 기운을 쐬어서/ 맑은 향기가 어찌 그리도 그윽한지/ 향기를 좇
“봄 산의 별각탕을 배불리 먹고/ 배를 문지르며 앞산을 지나 소요한다/ 금당과 옥마도 모두 나에게는 하찮으니/ 누런 띠풀 헤치며 다시 고사리를 캐노라.”이는 18세기 중후반 해남 대흥사와 지리산 화엄사 등에서 활동한 몽암기영 스님의 ‘몽암대사문집(蒙庵大師文集)’에 나오는 ‘채궐(採蕨, 고사리를 캐다)’이라는 시다. 봄철이 되면 온 산에 가득한 고사리를 캐 만든 별각탕 한 그릇이 있다면 세속 최고 가치로 여기는 금당·옥마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렇듯 별각탕은 수행자 허기를 채우고 정진하는데 더없이 귀한 원천이었다. 별각탕은 ‘고사리
고려·조선시대의 콩은 사찰의 음식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다. 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음식물은 장류와 두부인데 이전 연재에서 관련 내용을 이미 다뤘기에 이 두 가지를 제외한 콩류 음식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고려시대 말 목은 이색은 ‘목은시고(牧隱詩藁)’의 ‘금주음(衿州吟)’과 ‘요음(曉吟)’이라는 시에서 스님이 대접한 두부를 먹고 미안해하는 모습을 묘사하거나 두부국을 끓이는 모습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두부를 기름에 지지고 잘라 국을 끓일 때(豆腐油煎切作羹)/ 여기에 다시 총백을 넣어서 향미를 더한다(更將蔥
고려 후기 목은 이색(李穡, 1328~1396)은 ‘목은시고’의 ‘금주음(衿州吟)’이란 시에서 관악산 신방암 주지스님으로부터 만두를 얻어먹고서 만두에 대한 감흥을 시로 읊고 있다.신도가 스님께 공양하는 것이 상례인데(檀越齋僧是故常)/ 속인이 스님의 대접을 받으니 송구한 일일세(山僧饗俗可驚惶)/ 눈처럼 쌓인 만두를 찌니 그 색이 한결 더 하얗고(饅頭雪積蒸添色)/ 만든 두부를 끓이니 그 향기가 더욱 좋구나 (豆腐脂凝煮更香)메밀가루가 아닌 귀한 하얀 밀가루로 빚은 만두였을 것이다. 밀가루로 빚은 하얀 만두를 찌니 그 색깔이 더욱 하얗게
“내가 전에 오신채를 끊었을 때, 소고기도 함께 끊었지만, 마음만 그러했을 뿐 눈앞에 고기가 보이면 참지 못하고 먹어 왔다. 이제야 고기가 앞에 보여도 먹지 않게 되었다.”고려 시대 이규보(1168~1241)가 그의 ‘동국이상국집’ 단우육(斷牛肉)이란 시의 서두에 언급한 내용이다. 고기 끊을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막상 제대로 실천을 못해 오다가 이제야 고기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단계가 됐기에 이 시를 짓게 됐다는 고백이다. 이규보는 시를 짓기 전 ‘처음 오신채를 끊고서 (시를) 짓다’라는 시, ‘시단오 신유작(始斷五辛有作)’
“한 번 맛보니 미간을 찡그리게 되고(一嘗已攅眉)/ 두 번 씹자 눈에 눈물이 가득(再嚼淚盈眶)/ 매우면서 달콤한 그 맛은(旣辛復能甘)/ 계피와 생강을 하찮게 보니(俯視桂與薑)/ 산짐승 고기와 비린 해산물(山膏及海腥)/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네(百味不敢當).”‘속동문선(續東文選)’에 나오는 조선 초 문신이었던 유순(柳洵, 1441~1517)이 ‘부산개침채기이수(賦山芥沈菜寄耳叟)’라는 시에서 산갓김치를 맛본 감흥을 읊었다. 산갓김치는 특유의 강렬한 매운맛으로 먹는 이의 눈에 눈물이 핑 돌게 만든다. 그러나 단지 매운맛으로만 끝
1540년대에 찬술되었다고 하는 조선 시대 음식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는 장(醬)의 일종인 시(豉)의 제조법으로 ‘봉리군전시방(奉利君全豉方)’이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봉리군’은 고려말 천태종 승려인 신조(神照)를 가리키는데, 그는 고려말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특히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장 터까지 자발적으로 참가하였는데 고려말 우왕3년 9월에 이성계가 해주에서 왜구와 싸울 때는 이성계를 위해 손수 고기를 썰어 요리를 만들고 술을 올렸다고 ‘고려사절요’에 언급되어 있다. 또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의 공신 목록에도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