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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순례 3일째]새벽 칼바람에 몸은 지쳐가도 나아간다

10월9일, 대구서 칠곡까지 33km 순례
76세 이채순 불자 “치료받더라도 계속”
진오 스님 순례하며 쓰레기 수거 눈길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입재 3일째 대구를 벗어나 경북 칠곡에 도착했다. 결사대중은 10월9일 33km를 더해 총 79km의 거리를 순례했다. 회향지인 서울 봉은사까지는 채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거리지만 벌써 발에 생긴 물집과 짓무름 등이 결사대중을 괴롭혔다.

이날 결사대중의 공식일정은 조금 일찍 시작됐다. 전날 시작된 강풍이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자원봉사자들만으론 텐트를 걷고 담는 뒷정리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움과 부족함은 돕고 나누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상월선원 결사정신에 따라 대중은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해 부족한 일손에 힘을 보탰다.

강을 타고 부는 강풍은 체감온도를 뚝 떨어뜨렸다. 온도가 낮은 새벽에 맞춰 각자 알맞은 옷가지들을 준비했지만 한기는 옷가지 사이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핫팩에 여벌 옷들이 추가돼서야 겨우 추위를 견뎌낼 수 있었다. 새벽별을 바라보며 3시간여 14km를 순례한 결사대중은 생수와 바나나, 삶은 계란, 치즈 한 조각으로 아침공양을 해결했다. 동이 트면서 강풍은 멈췄고 추위도 빠르게 물러갔다. 결사대중은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순례의 속도를 높였다.

자비순례 거리가 누적될수록 발 통증을 호소하는 대중들이 늘어났다. 이미 2일차 순례를 마친 후 30여명이 물집으로 의료팀의 진료를 받았고, 1명은 퇴방을 결정했다. 3일차 순례 중에도 쉬는 시간 의료팀 구급차 주변은 치료를 위한 대중들이 점점 늘어났다. 회주 자승 스님도 이날 순례를 마친 후 의료팀에게 치료를 받았다. 3일차 순례에는 3명이 발 통증으로 완주를 못했으며, 4명은 불참했다.

최고령 동참대중 이채순(불일심) 불자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오후 일정에는 불참했다. 올해로 76세인 이채순 불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주관한 제7회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에서 ‘봉정암’으로 대상인 총무원장상을 수상했다. 이채순 불자는 “이제 나이가 많아 매년 해온 봉정암 순례를 올해 회향하려고 했다. 그 사연을 신행수기에 담아 큰 상을 받았고, 자비순례 보도를 접한 후 이렇게 회향하자고 마음먹었다”며 “물집이 심해 더이상 걷기보다는 의료팀의 제안대로 치료를 받으면서 계속 참여해 반드시 서울 봉은사에서 회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신도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자비순례에 참석한 주윤식 회장은 발가락 8개에 물집이 잡혔다. 주 회장은 “처음부터 회향을 목표로 이번 자비순례에 참석했다”며 “아픈 발가락들에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쓰레기를 주워 들고 가는 진오 스님(앞에서 두 번째)

이번 순례에 스님들은 대가사를 수하고 염주를 쥔 채 묵언 정진했다. 달리는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마하붓다사 주지 진오 스님의 손에는 염주와 더불어 쓰레기로 가득한 비닐봉투 하나가 들려있었다. 진오 스님은 “자비순례 중 매일 20리터 쓰레기봉투 하나만큼 쓰레기를 줍겠다고 결심했다”며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하루에 이만큼씩이라도 깨끗해지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1시간도 안 돼 봉투를 가득 채워지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자비순례 4일차는 칠곡에서 구미까지 25km에서 진행된다.

점심공양에 앞서 스님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칠곡=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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