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좌불와, 용맹정진, 묵언, 무문관 등등. 선 수행을 언급할 때 따라붙는 이 같은 극단의 수행들은 그 명칭만으로도 일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수년 동안 눕지 않고, 잠들지 않고, 말도 끊고 문도 닫아버린 채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외심을 불러온다. 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이들이 아니라면 범접할 수 없는 세계로 선과 깨달음을 격리시켜 버린다. 법상 스님에게도 마찬가지였다.“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어릴 적에는 선불교가 너무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나 같은 하근기는 도저히 다가
20세기 근현대 한국 사찰의 풍경과 인물, 중요했던 행사와 일상 등 글이나 말로는 재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진자료집이 출간됐다.‘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한국불교 1, 2’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진행한 ‘한국의 근대불교문화 사진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책임연구 황순일. 이하 아카이브 프로젝트)’ 결과물의 일환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불교계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수집, 분류해 총 209장을 수록했다.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의 토대연구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인도·동남아·동아시아 등 불교국가 사원과 탑을 장식했던 ‘자타카(Jātaka)’가 우리말로 번역됐다.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최근 남방 팔리대장경의 ‘자타카’ 경문과 '자타카' 주석을 모두 분리 복원해 번역한 ‘부처님의 본생이야기-자타카 전서’를 펴냈다. 팔리어 '자타카'를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지 2만8176매 방대한 분량을 사전 종이인 얇고 질긴 재질의 박엽지를 사용해 총 2816쪽, 번역 및 1만6763개의 주석을 담아 한 권의 지퍼 인조가죽 양장본으로 엮었다.‘자타카
‘이 일기 모음은 검열을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 만일 출판이 될 수 없다면 나는 친구들이 서로 돌려보기를 바란다. 나는 내일 베트남을 떠나지만, 벌써 고국이 그립다.’1966년 5월11일, 이상하리 만치 환한 사이공의 밤하늘 아래서 마흔 살의 틱낫한 스님은 마지막 일기를 썼다. 반드시 고국으로 돌아올 것이라 결심했지만, 베트남 정부는끝내 그의 귀국을 금지시켰다. 고국을 떠나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닌지 40여년 만인 2007년에야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으로 영구 귀국할 수 있었다.이 책은 삼십 대의 틱낫한 스님이 남긴 기록이다. 196
조계종은 명실상부한 한국불교의 장자 종단이며 선(禪)을 표방하는 선종단이다. 이는 해동초조로 추앙받는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전한 선법을 계승한 도의국사를 종조로 모시고,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의 종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하다.하지만 저자 현견 스님은 “이러한 조계종의 전통은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선의 편식을 불러온 셈”이라며 “임제종의 간화선 수행에만 매몰돼 있는 경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하며 선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선종의 장구한 역사 속에
팔리경전은 부처님의 직계 제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구전한 것을 토대로, 기원전 1세기 스리랑카에서 경율론 삼장 전체를 팔리어로 엮어 전승한 경전이다. 현재 남방불교의 중심에 서 있는 ‘팔리율’은 북방불교의 5대 광율(廣律)인 ‘오분율’ ‘사분율’ ‘십송율’ ‘마하승기율’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등과 같이 전체적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율장이다.‘팔리율’은 19세기 말 영국의 팔리성전협회에서 전체 5권으로 영역하여 결집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 1권은 마하박가(출가, 구족계, 포살 등 승가의 일상 계율), 2권은 출라박가(승가에서
독립운동가이자 근세 불교 중흥조인 진종용성 스님(1864~1940)의 일대기를 만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중견만화가 정수일씨가 최근 ‘한국 근세불교의 큰스승, 용성 스님’을 출간했다. 편양언기, 원효대사, 사명대사, 만해 스님, 경허선사에 이은 운주사의 만화고승열전 시리즈 여섯 번째다.작가는 역사의 격동기에 선사, 율사, 독립운동가, 대중포교사, 불교개혁운동가, 역경가, 저술가 등의 활동으로 한국불교를 일으켜 세운 용성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흥미롭게 그려냈다.용성 스님은 1864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4세에 출가했으나 부모님의
연령별로 가장 선호하는 세계문학작품 조사 결과 30대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1위를 차지했다. 인간의 욕망과 그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이 30대들의 ‘최애’라는 결과는 그들의 관심과 고민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옛사람들은 ‘서른’을 ‘이립(而立)’이라고 불렀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엔 ‘이립’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다. 마음에 확고하게 도덕을 세우기에는 마음 자체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학생이라는 안전한 신분의 보호막이 사라진 나이, 친절하지 않은
일제강점기는 장구한 한국 역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주권을 빼앗긴 암흑기였다. 한국불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제의 집요한 탄압으로 존망의 갈림길에 섰을 무렵 영축산의 구하천보 스님(1872~1965)과 오대산의 한암중원 스님(1876~1951)은 같은 문중의 사촌 사형제로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잇고 지평을 넓히는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구하 스님은 학교 설립, 포교당 건립에 두드러진 행적을 남겼다. 명신학교(현 하북초)와 불교명신학교를 시작으로 입정상업학교(현 부산해동고), 통도중학교(현 보광중) 등을 설립했으며, 통도사 마산포교당의 대자
송나라 이후 동아시아 불교를 관통하는 불교 규범서이자 출가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책으로 ‘석씨요람’이 있다. 불문에 들어와 생활하고 수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사항을 주제에 따라 총망라해 불교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데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완역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석씨요람’은 1020년 석도성 선사가 찬집한 이래로 불가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번역명의집(翻譯名義集)’ ‘현수제승법수(賢首諸乘法數)’와 함께 불학삼서로 불리며 오랫동안 거듭 찬술되고 여러 판본을 낳았다.
법정 스님(1932~2010)은 무소유의 삶을 보여준 청빈의 수행자였다. 쇠에서 생긴 녹이 그 쇠를 갉아먹듯 절제되지 않은 욕망이 자신과 남의 삶까지 갉아먹는 세상에서 스님은 소유가 행복일 수 없음을 글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소설 법정:아름다운 날들’(전 2권)은 ‘십우도’ ‘탄트라’ ‘관상’ 등 소설로 유명한 백금남 작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되살려낸 법정 스님의 일대기다. 작가는 법정 스님이 1960~70년대 썼던 시와 산문 등 23편의 등단작품과 초기작품들을 발견했다. 그 속에는 법정 스님이 ‘소소산방’이라는 필명으로 투고
‘삶의 상처를 가장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길어 올리는 시인’으로 손꼽히는 김재진 시인의 에세이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청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인은 어느새 첫 개인전을 열어 ‘삶을 위로하는 그림’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책은 시인이 쓰고 그린 134편의 글과 45점의 그림을 섬세하게 담아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저자는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작가세계’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며 40년간 글을 썼다. 이력에서 불교와의 교차점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작품 속에서는
계와 율은 수행의 지침이다. 단박에 깨치고자 참선수행을 강조하는 선종에서 계율 없는 깨달음은 어불성설이다. 옭아매고 금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옳은 길로 가도록 이끌어주는 지침이다. 차도에 중앙분리선이 없다면 충돌사고가 나듯이 넘지 말아야 할 한계, 오고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렇기에 계율은 실천의 영역이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천해야 할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의문은 ‘올바르게 알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으로 곧잘 이어진다. 이 책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계율에 대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금강경’은 예나 지금이나 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이다. 조계종과 태고종 등 많은 종단에서 근본으로 삼는 ‘소의경전(所依經典)’이며, 가장 널리 독송되는 불교경전이기도 하다. ‘금강경’은 여느 경전과 달리 스님과 불교학자만 해설서를 쓰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안목으로 경전을 풀어낸다. 시인, 소설가, 과학자, 법률가, 사회활동가, 투자가, 예술가, 의사, 방송PD 심지어는 기독교 성직자까지도 해설서를 펴냈다. ‘금강경’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열린 구조의 경전이라는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럼
석가모니 부처님은 중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중생들의 근기를 살펴 그에 맞게 대화했기에 이를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불교는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탄생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는 부처님의 당시와 많이 다르다. 세월이 무게가 더해지면서 부처님 당시의 모습이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리고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불교는 굉장히 완고해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점차 믿음의 영역으로 굳어지고, 무거운 종교적인 의례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활발발한 대화나 논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이 책은 미국 홍창성
기원전 1만5000년에 그려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태극기에 사용된 태극과 팔괘. 기원전 1600년경부터 등장한 중국 은나라와 주나라의 상상 속 동물 도철, 그리고 신라와 가야의 금관에 장식된 곡옥. 신라의 처용도와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의 로고.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상징과 기원이다. 구석기시대 동물벽화에서부터 오늘날 대기업의 로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바람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는 특히 동아시아 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그림이나 문자, 도형 등 시각화된 기원과 상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