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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 김형규의 성지에서] 1. 우리도 부처님 위대한 삶 닮아가리라

다시는 없을 일생일대 기연
여러 마장 딛고 마침내 동참
곳곳에 깨달음 향기 배어있어
위대한 가르침 깊이 새길 것

순례단이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순례단이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인도에 왔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거룩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 깨달음의 역사가 현존하는 땅.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2020년 치열했던 상월선원 천막결사 동안거 회향 후 인도의 부처님 8대 성지를 직접 걸어 순례하는 만행 수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전체가 대재앙에 신음했다. 그래서 시선을 국내로 돌렸다. 매년 국난극복 자비순례(2020), 삼보사찰 천리순례(2021), 평화순례(2022)라는 주제로 국내를 만행하며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을 발원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올해 2월9일 드디어 108명의 순례단과 함께 43일 일정으로 인도에 왔다. 108명의 사부대중이 길에서 자고 기도하며 부처님께서 가셨던 1167km의 길을 두 발로 직접 걸어 순례하는 다시없을 일생일대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인도는 비행으로 8시간에 불과했다. 그 짧은 시간에 하늘의 빛깔과 땅의 냄새, 기후와 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번 인도 순례의 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기후와 풍토가 완전히 다른 길을 직접 걸으며 길에서 먹고, 길에서 자고 길에서 일어나는 고행이다. 국내에서 있었던 두 차례의 만행을 이미 경험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인골을 나침반 삼아 천축(인도)을 향했다던 옛 스님의 구도를 생각하면 이 또한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찌는 듯한 더위와 세균이 득실거리는 물, 곳곳에서 출몰하는 도적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순례였다. 신라의 혜초 스님은 살아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남겼지만 인도로 향했던 스님들 대부분은 타는 듯한 사막에서, 황량한 고원에서 가는 도중 삶을 다 하거나, 어렵게 인도에 도착해서도 다시는 고국에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죽음을 초개와 같이 여기며 인도로 향했던 스님들의 절절했을 그 마음을 나로서는 여전히 헤아릴 길이 없다.

순례를 떠나기 전 마장이 떠나지 않았다. 평생 처음 걸린 족저근막염에 최근까지 괴로웠다. 순례 한 달을 앞두고는 코로나19 감염에 목 디스크까지 시련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매일 108배를 하며 부처님의 가피를 염원했다. 내 삶에 있어 몇 안 되는 간절한 기도였다. 다행히 나는 부처님의 발자국이 선명한 그 길 위에 서 있다. 부처님께서 가셨던 그 길 위에서 바람 따라 흘러간 위대한 가르침을 되새기며 한발 한발 부처님의 삶에 더욱 다가갈 것이다.

물론 인도에는 불교의 가르침이 없다. 법은 사라지고 흔적들만 유적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그곳은 불자들의 고향이며 뿌리다. 그리고 그 땅에는 여전히 부처님의 위대한 삶이, 가르침이, 깨달음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다. 

입멸 직전까지 미혹한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걸었을 고단한 부처님의 발자국에 우연이라도 나의 발자국이 꼭 맞게 포개지기를 기원해 본다. 가물거리듯 아득히 펼쳐진 그 길 위에서 가쁜 숨 몰아쉬는 육체의 수고로움 속에서 몸과 마음으로 부처님의 위대한 삶을 닮아 가리라.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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