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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 김형규의 성지에서] 4. 지금도 울려 퍼지는 부처님 마지막 음성

죽음의 공포는 존재들 숙명
부처님은 생사 두려움 초월
끝까지 지혜·자비로움 유지
일생 방일 않았던 큰 스승

상월결사 순례단은 열반당에서 “게으르지 말라”는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되새겼다.
상월결사 순례단은 열반당에서 “게으르지 말라”는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되새겼다.

평생의 삶은 죽음으로써 평가받는다. 죽음 앞에서도 말과 행동이 당당하다면 예사롭지 않은 삶이다. 고귀하고 바른 삶을 산 사람들은 언제나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다. 그러나 탐욕과 욕망에 찌든 이들은 죽는 순간에도 비루했다. 삶에 대한 집착으로 버둥거리다가 결국 황천(黃泉)으로 끌려갔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테지만 삶에 대한 애착,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명을 가진 존재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완벽하게 초월한 분이 있다. 바로 부처님이시다. 부처님께서는 삶에 대한 애착은 물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육신이 소멸하는 그 순간에도 슬퍼하는 제자들을 위로하며 자비로운 미소로 삼천대천세계를 울렸다. 그래서 부처님의 삶은 인류가 써 내려간 가장 위대한 서사시다. 왕자로 태어났으나 풍요롭고 화려한 삶을 버리고 출가했으며, 죽음을 불사한 초인적인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 마침내 부처님이 됐다. 그러나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이룬 이후에도 해탈의 기쁨에 안주하지 않고 생사의 괴로움에 떨고 있는 중생을 위해 45년을 맨발로 흙길을 걸으셨다. 사람을 넘어 유정무정(有情無情) 모두에게 평등하게 자비를 드리웠다. 그분이 계셨기에 메마른 대지가 단비에 젖듯 우리의 삶도 좀 더 자비롭고 평화로워졌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낡은 육신을 버리고 열반에 드는 순간은 가슴 떨리는 감동이었다. 메시아 혹은 신의 아들을 자처하면서도 막상 죽음이 닥치면 두려움에 떨거나 신에게 구원을 갈구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부처님의 열반은 시종 평화롭고 자비로웠다. 평생의 가르침은 열반을 통해 완벽하게 승화됐다. 열반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가르침을 전하고 잔잔한 미소로 자애롭게 제자들을 바라보셨던 부처님. 그 맑고 투명했던 열반의 모습은 지금도 불자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부처님은 꺼져가는 육신의 허물을 벗고 열반의 세계로 떠나기 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이여, 방일하지 말지어다. 나는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정각에 이르렀나니, 나의 한량없는 모든 올바름도 방일하지 않음에서 연유하였을 따름이다. 일체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일 뿐이나니, 그대들이여, 이것을 언제나 유념할지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당부이니라.”

‘대반열반경’에 담긴 기록이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은 부지런히 공부하고 수행하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씀이다. 평상(平常)의 마음(心)이 도(道)라 했듯이, 평범(平凡)을 넘어선 비범(非凡)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부처님은 열반에 드시기 전까지도 대중들과 함께 탁발을 하셨다. 자자와 포살을 통해 당신의 허물을 물었다. 번뇌와 괴로움을 여읜 부처님께 어떤 허물이 있었겠는가. 참다운 수행자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인도 쿠시나가르에는 지금도 부처님 마지막 음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부처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 도착한 마하가섭의 비통한 심정으로 쿠시나가르 열반당에 모셔진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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