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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32일차] 야소다라 후손인 콜리족 마을 지나자 성큼 다가선 룸비니

하루푸르 출발해 브랫터까지 26km 행선…이틀 후 룸비니 도착
꼴리족 사는 바가파르 성대히 환영…아쉬움 속 정해진 일정 진행
허허 스님 “중생을 모두 건지겠다는 사홍서원 새기면서 정진 중”
항명 스님 “지금껏 살아온 길과 앞으로 살아갈 길 분명 다를 것”
각만 스님 “내려놓는 수행의 과정이라 여기고 비우기 위해 노력”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도로와 흙먼지 날리는 길을 차례로 걸으며 부처님 탄생성지 룸비니로 향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도로와 흙먼지 날리는 길을 차례로 걸으며 부처님 탄생성지 룸비니로 향했다. 

오늘도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부처님 탄생성지 룸비니로 향했다. 이제 2일만 더 걸으면 인도에서 네팔로 넘어가 룸비니에 들어선다. 길은 여전했다. 도로와 흙먼지 날리는 길을 차례로 걸었다. 그러나 모든 길이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지문처럼 조금씩 다르다. 비록 잠깐이지만 작은 마을의 한복판을 지나갈 때, 마치 고대의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벽돌집과 흙, 나무를 사용해 지은 낡은 집들과 모두 집 밖으로 나와 신기한 눈으로 순례단을 쳐다보는 눈빛, 집 앞에 매어 놓은 염소와 마을을 누비는 개들. 길이 좁아 차와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으니 그냥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보였다. 지나는 길에 거대한 벽돌공장을 2개나 지나쳤다. 흙을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말리고 굽고, 말이 끄는 수레에 실어나르고, 그리고 인부들의 숙소로 보이는 움막 같은 집까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새벽 예불 후 행선에 나선 순례단.
새벽 예불 후 행선에 나선 순례단.
모든 길이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지문처럼 조금씩 다르다.
모든 길이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지문처럼 조금씩 다르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며 관할 경찰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순례단을 환영하는 경찰 관계자.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며 관할 경찰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순례단을 환영하는 경찰 관계자.
경찰 관계자들이 선물한 꽃을 손에 들고 행선 중인 순례단.
경찰 관계자들이 선물한 꽃을 손에 들고 행선 중인 순례단.

3월12일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가 32일차 일정을 진행했다. 순례단은 하루푸르를 떠나 사카르푸르, 마하라즈간지, 짜오빠리아, 바가파르를 거쳐 브랫터와 힌두교사원에 바랑을 풀었다. 이날 행선한 거리는 26km, 지금까지 총 766km를 걸었다.

휴일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순례단을 맞이하기 위해 나선 주민들.
휴일을 맞아 아침 일찍부터 순례단을 맞이하기 위해 나선 주민들.

특히 순례단이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스쳐 지나간 바가파르는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데비와 이모 마하파자파티, 그리고 부처님의 부인인 야소다라의 후손인 콜리족이 사는 마을이다. 바가파르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25년 전 암베드카르 박사의 영향으로 지역민 1500명 전원이 불교로 개종했다. 순례단의 방문 소식에 바가파르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청소하고 공양할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해진 일정에 따라 행선을 해야 하는 순례단은 아쉽지만 바가파르 주민들의 정성을 받지 못하고 합장 인사로 감사함과 미안함을 대신해야 했다.

아침 공양 후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순례에 나섰다.
아침 공양 후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순례에 나섰다.
해뜰 무렵 밀밭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다. 
해뜰 무렵 밀밭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다. 

열반성지 쿠시니가르에서 탄생성지 룸비니로 향하는 길은 죽음에서 새로운 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탄생에서 죽음으로 가는 것이 현재의 삶이라면, 죽음에서 탄생으로의 길은 윤회다. 그래서 룸비니로 가는 길은 더욱 많은 가르침을 준다. 현재의 삶이 윤회를 통해 다음 삶으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현재의 삶을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기까지 수많은 윤회를 거듭했다. 우주가 생성되고 파괴되기를 99차례나 거듭하기 이전에 데와와띠라는 풍요로운 도시에 바라문 청년 수메다로 살고 있었다. 총명하고 너그러웠던 수메다는 머지않아 즐거움이 사라지고 기필코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닥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메다는 재산을 가족과 친지,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 길에서 수메다는 병들고, 굶주려 허덕이는 사람, 질병과 전쟁으로 부모 형제를 잃은 사람, 악마의 얼굴을 한 탐욕스러운 사람들과 그들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디빵가라 부처님을 친견할 기회를 가졌고, 수메다는 꽃을 공양하고 머리카락을 풀어 길을 닦았다. 부처님께서는 “백 겁의 세월이 흐른 뒤 그대는 사바세계에서 석가모니라 불릴 것”이라고 수기를 받았다. 수메다의 결심은 일곱 분의 부처님이 세상에 현신하고 또 열반하시는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서원을 이루고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밝히는 법의 등불이 되셨다.

룸비니로 향하는 길, 바라문 수메다가 보았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드넓은 우주가 미세한 먼지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광대한 세계가 형성되기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세상엔 여전히 고통에 휘몰리는 중생이 있다. 순례단은 죽음에서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삶과 죽음의 윤회를 끊고 중생을 고해에서 건지겠다는 굳건한 원력으로 지금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붓다의 세상을 발원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허허 스님은 붓다의 길을 걸으며 사홍서원(四弘誓願)의 의미를 새기는 중이다. “처음 인도사람들이 어렵고 힘들게 사는 모습에 연민심이 크게 일었다. 생각해보면 지구촌에 이같이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냐”며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중생을 다 건지겠다는 원력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부처님처럼 모든 중생을 제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불제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순례단을 보기 위해 찾아온 아이들. 
순례단을 보기 위해 찾아온 아이들. 
순례단이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스쳐 지나간 바가파르.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데비와 이모 마하파자파티, 그리고 부처님의 부인인 야소다라의 후손인 콜리족이 사는 마을이다.
순례단이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스쳐 지나간 바가파르.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데비와 이모 마하파자파티, 그리고 부처님의 부인인 야소다라의 후손인 콜리족이 사는 마을이다.
바가파르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25년 전 암베드카르 박사의 영향으로 지역민 1500명 전원이 불교로 개종했다. 
바가파르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25년 전 암베드카르 박사의 영향으로 지역민 1500명 전원이 불교로 개종했다. 

항명 스님 순례를 시작한 이래 마음이 편치 않다. 현재 인도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도 이렇게 삶이 피폐한데 2600년 전 부처님 당시는 차별도 심하고 사회적으로 더 어려웠을 것인데 어떻게 탁발을 하고 가르침을 전하셨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며칠 걸었다고 거창한 계획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지금껏 살아온 길과 앞으로 살아갈 길은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발심을 하기보다 지금껏 해왔던 일들을 더욱 치열하고 열심히 펼쳐내겠다”고 말했다.

각만 스님은 전 종정 진제 스님에게 받은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 화두를 들고 정진 중이다. “항상 깨어있으려 노력하지만 긴 여정에 피로가 쌓이면서 새벽녘이면 수시로 수마와 찾아와 쉽지가 않다”며 “이 또한 내려놓는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여정인 만큼 회향 때는 한 가지는 거두지 않겠냐”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룸비니까지는 50여km에 불과하다. 룸비니에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아기부처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걸음걸음 석가모니불 염송이 더욱 지극해질 것이다.

브랫터와=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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