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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15일차] 성스런 네란자라강 지나 이제 영산회상 무대 라즈기르로

부처님 몸 씻은 네란자라강, 건기에 모두 말라 모래만 지천
푹푹 빠지는 모래톱·황톳길 따라 걷다 도착한 수자타아카데미
자승 스님 “종단 나서도 못한 일 정토회 불자들 해냈다” 격려
2월23일, 인도순례 15일차 25km 걸어 숙영지 카이야에 도착

마하보디대탑 앞에서 법회를 마친 다음날 새벽, 순례단은 변함없이 행선에 나셨다. 
마하보디대탑 앞에서 법회를 마친 다음날 새벽, 순례단은 변함없이 행선에 나셨다. 

마하보디사원에서의 벅찬 감동과 환희, 불교중흥과 세계평화의 발원을 가슴에 새긴 순례단이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산회상의 무대이자 불교 교단 최초의 도량인 죽림정사, 그리고 옛 구법승들이 꿈에도 그리던 날란다대학이 있는 라즈기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틀간 보드가야에 머물며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마하보디대탑 앞에서 참회와 발원, 정진의 시간을 가진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2월23일 새벽 3시 다시 길로 나섰다. 상점과 호텔이 즐비한 길 한복판을 걷고 곧 마하보디사원이 꿈처럼 스쳐 지나가고 이내 네란자라강에 도착했다.

수행자 싯다르타는 고행으론 결코 성도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닫고 네란자라강으로 내려와 쇠약해진 몸을 강물에 씻으며 ‘힘없는 바리때처럼 강물에 휩쓸려가지는 않으리라’는 서원을 세운다. 그리고 수자타의 공양을 받고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최상의 깨달음을 이룬다. 그래서 부처님의 몸을 씻겨준 맑은 물을 상상했지만, 순례단은 성스러운 강물을 구경하진 못했다.

지금은 건기의 한복판. 강은 말라붙어 오로지 모래만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폭푹 빠지는 발을 들어 올리며 먼지 자욱한 그 강을 건넜다.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이 몸을 씻었던 물과 순례단이 건넜던 모랫길은 우리의 삶을 묘하게 오버랩시켰다.

아쉬움도 잠시, 네란자라강을 건너 잠시 휴식을 취한 순례단은 다시 걸음걸음에 마음을 집중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톱을 빠져나와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톳길 따라 걷다 도착한 곳은 전정각산 아래에 위치한 수자타아카데미였다. 수자타아카데미는 정토회 산하 한국JTS가 불가촉천민을 위해 설립한 학교다. 1994년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전정각산을 순례하던 중 수백명의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구걸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6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설립했다.

전정각산 아래 마을에 자리한 수자타아카데미. 
전정각산 아래 마을에 자리한 수자타아카데미. 
수자타아카데미 총괄책임자 보광 법사가 회주 자승 스님에게  이곳의 연혁과 활동 등을 설명했다. 
수자타아카데미 총괄책임자 보광 법사가 회주 자승 스님에게  이곳의 연혁과 활동 등을 설명했다. 

수자타아카데미는 현재 전정각산 주변 15개 마을 6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을마다 유치원을 지어 100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순례단은 이날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아침공양과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수자타아카데미 총괄책임자 보광 법사는 “수자타아카데미는 2600여년 전 수자타의 공양으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그 후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이 신분의 한계를 넘어 인도를 이끄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한국 불자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내년 30주년을 맞게 돼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주 자승 스님은 “종단이 나서도 하지 못한 일을 법륜 스님과 정토회 불자들이 해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고 크게 격려했다.

 네란자라강을 건넌 순례단이 라즈기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네란자라강을 건넌 순례단이 라즈기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순례단은 수자타아카데미 내 법당을 참배하고 다시 길 위에 섰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붉은 빛으로 물들며 밝아오자 전정각산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싯다르타는 네란자라강 건너편 있는 바위산에서 6년간 극심한 고행을 했다. 하지만 고행으로는 결코 궁극적인 깨달음을 이룰 수 없음을 자각했다. 이에 부처님은 수자타의 유미죽을 먹고 힘을 내 보리수나무 아래서 무상정등정각을 이룰 수 있었다. 이후 고행을 버린 바위산은 ‘깨달음을 얻기 전’이라는 뜻으로 ‘전정각산’이라 불리게 됐다.

순례단은 차가 무질서하게 달리는 도로와 공사판 등 위험천만한 길을 따라 길게 걸었다. 더위와 먼지, 소음이 하나로 뭉쳐 힘들게 했지만 시련마저도 수행으로 승화시키며 25km를 걸어 오전 10시 숙영지가 마련된 카이야에 도착했다.

인도순례 15일차인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김대현 종무실장과 이상효 종무관이 특별히 행선에 동행했다. “큰 일교차와 먼지, 소음, 도로 등 직접 걸어보니 이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고 밝힌 김대현 종무실장은 “문득, 지금 부처님의 길을 걷는 나는 부처님이 보여주신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며 “바라밀을 실천하고 오계를 지키는 불자다운 불자가 되겠다고 발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카이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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