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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7일차] 인도순례단, 품에 부처님을 모시고 ‘생명존중’ 길을 걷다

새벽 바부아 출발해 29km 행선한 뒤 체나리 베니싱대학에 도착
순례단 앞길 여는 건 두 분 부처님…스님들 번갈아 목조좌불 이운
“부처님 모신다는 참 의미 되새기는 시간”…순례 후 한국에 봉안

바람은 차가웠다. 아침예불을 모시고 출발한 일행을 맞이한 것은 우리나라 늦가을 같은 쌀쌀함이었다. 하루에 온도가 20도 이상 차이 나는 날씨에 탈이 난 사람들이 조금씩 늘었다. 전날 도심 한복판에 숙영지를 잡았던 순례단은 새벽녘에 잠든 인도의 도시를 빠져나왔다. 갖가지 건물들과 상점, 학교 등은 복잡하고 혼잡한 인도 도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도심을 빠져나오자 주변 환경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도심의 중심지에서 변두리로 그리고 다시 시골로 이어졌다.

길은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하천을 중심으로 옆에 길이, 그 양옆으로 유채밭과 밀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전날 순례대중에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부아 마을에 살고 있는 석가족이었다. 스님과 함께 부처님 앞에 6가지 과일을 올리고, 자승 스님에게 삼배를 올렸다. 그리고 순례단 모두에게 꽃을 걸어주며 환영해 주었다. 미약하나마 석가족에 의해 불교가 이어지고 있음이 다행이었다.

순례단은 이날 바부아를 떠나 다르와르, 나르비스푸르, 카라운다를 거쳐 숙영지인 체나리 베니싱대학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현지 매체를 통해 상월결사 인도순례 소식이 전해지면서 걸음 닿는 마을마다 “코리아”를 연호하며 박수로 힘을 불어 넣어줬다. 휴식이 필요한 곳에는 학교나 공공시설을 내어주는 등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 순례단에 대한 대접 또한 정성스러웠다.

순례단의 앞길을 여는 것은 언제나 부처님이다. 2월3일 녹야원 입재식에서 회주 자승 스님이 점안한 목조좌불, 같은 날 저녁예불을 모시며 점안한 석조좌불이다. 목조좌불은 보물인 서울 봉은사 대웅전 석가여래좌상을 축소해 조성했다. ‘부처님을 찾아가는 길에 부처님을 함께 모셔야 하지 않겠냐’는 회주스님의 제안에 조성된 목조좌불은 서울 조계사에서 여법한 복장의식을 가졌다. 순례단과 인도순례를 회향한 이후 상월선원에서 불자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한국으로 이운할 때는 부처님 복장에 인도순례단 명단도 함께 봉안하는 뜻깊은 일도 기다리고 있다.

이날 5kg에 이르는 목조좌불 이운은 원명, 진오, 본오 스님이 맡았다. 8km, 1시간30분 동안 부처님을 품에 모시고 행선한 원명 스님은 “2조 스님들이 원력을 내어 자발적으로 부처님 이운을 담당하고 있다. 부처님을 모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당신이 걸었던 전법의 길을 부처님을 모시고 행선한다는 자체가 만나기 어려운 참으로 희유한 인연”이라며 힘든 기색 없이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님은 이어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고, 생각조차 못했을 불사를 사부대중이 함께 성취해가고 있다”며 “동심으로 돌아가 시골길을 걷는 듯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털어놓았다.

본오 스님은 회향 때까지 매일 이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열암곡 부처님 바로세우기 도감을 맡고 있는 스님은 “불제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스님은 “부처님을 모시는 일인 만큼 발걸음도 더 가지런하고 마음도 청정하고 경건하게 한다”며 “대중을 대표해 부처님을 모시고 걸으니 너무나 영광이고 환희롭다”고 덧붙였다.

석조좌불은 인도에서 조성한 부처님이다.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이 부처님은 높이 1.5m, 무게 1.8톤으로 트럭에 모셔 함께 순례 중이다. 아침·저녁예불 때 예경의 대상이자 그 규모만큼 주민들에게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도착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부처님도 한국에 모실 예정이지만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순례에는 본원 스님이 부전 역할을 맡아 목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집전을 담당해온 환풍 스님이 성대결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예불과 축원, 염불은 스님들이 돌아가며 담당하고 부전은 본원 스님이 전담하기로 한 것이다.

본원 스님은 “선배스님들을 모셔야 하는 위치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걸음 하는 매 순간이 행복하고, 이전 순례에선 느낄 수 없었던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다”며 “부처님께서 걸었던 전법의 길에 순례대중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슬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낮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져 순례단의 잠을 깨운다. 또한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힌두신 크리슈나를 찬양하는 ‘바잔’ 또한 순례단을 맞는다. 길게 이어진 길과 물, 눈이 새까만 순박한 아이들, 흙집의 고단함이 여기가 진리의 땅 부처님의 나라 인도임을 실감하게 한다.

이날 순례단은 순례에 나선 후 가장 긴 29km를 행선한 후 체나리에 들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2월15일 7일차 일정은 이렇게 회향됐다.

체나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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