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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30일차] 룸비니로 가는 길, 새로운 용맹정진의 시작

쿠시나가르 떠나 이제 아기부처님 탄생 만나러 다시 길에 올라
열반당 감동·발원 가슴에 새긴 채 평등한 부처의 길 향해 앞으로
무상 스님 “마지막일지도 모를 기회 여법하게 갖게 돼 가슴 벅차”
혜장 스님 “평생 가야 할 붓다의 길 부족한 것 채우는 삶 살겠다”
지해 스님 “부처님 성지 향해 가는 매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0일 열반성지 쿠시나가르를 떠나 탄생성지 룸비니를 향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0일 열반성지 쿠시나가르를 떠나 탄생성지 룸비니를 향했다.

부처님께서는 시간의 흐름을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고 하셨다. 시작과 끝이 따로 없다는 말이다. 시작이 끝으로 이어지고 끝은 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연결된다. 이런 시간의 무한한 흐름을 시작과 끝으로 나누는 것은 그저 사람들의 편의에 따른 것일 뿐이다. 부처님께서는 룸비니에서 태어나셨지만, 이미 과거 무수한 생을 통해 수행과 공덕을 쌓아 현생에 부처님이 되셨다. 그랬기에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시며 “하늘 위와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고통이니 내 마땅히 그들을 편안케 하리라”라는 선언을 하신 것이다.

순례단이 부처님의 열반성지인 쿠시나가르를 떠나 다시 길 위에 섰다. 열반의 길을 거슬러 부처님의 탄생지를 향해 순례를 시작한 것이다. 열반성지를 대하는 마음과 탄생성지를 대하는 마음은 또 달랐다. 어제까지 걸었던 길은 부처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비장함으로 발걸음마저 무거웠다면, 오늘 세상에 광명의 빛으로 오신 아기부처님의 탄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에 기쁨과 환희로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했다. 그래서인지 근래 드물게 긴 28km를 걸었지만 걸음은 어느 때보다 빨랐다.

쿠시나가르 숙영지를 떠나는 순례단.
쿠시나가르 숙영지를 떠나는 순례단.
순례단이 열반당을 뒤로하고 룸비니로 향하고 있다.
순례단이 열반당을 뒤로하고 룸비니로 향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0일 열반성지 쿠시나가르를 떠나 탄생성지 룸비니를 향했다. 순례단이 부처님의 발자취 따라 걸음을 시작한 지 꼭 30일째 되는 날이다. 발걸음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밝은 조명에 열반당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순례단의 뒤편으로 희미해져 갔다. 순례단은 열반당에서의 감동과 발원을 가슴에 새긴 채 마을길, 골목길, 흙길, 물길 따라 모든 생명이 평등한 부처의 길을 향해 나아갔다.

확연하게 북쪽으로 이어진 길은 이전의 길과 같으면서도 달랐다. 평야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던 기존의 길과 달리, 숲과 산이 보이고 제방길 옆으로 잔잔한 개울 같은 천이 흘렀다. 길옆으로는 밀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물길 옆으로는 집들이 들어섰다. 우리의 시골 풍경과 더욱 닮아있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길은 도로, 제방길, 골목길, 논두렁 같은 흙길을 연이어 걸었다. 룸비니는 히말라야와 가까워 네팔로 넘어가면 지금 인도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하루 전 참배한 열반당 열반상 대좌에는 세 사람이 조각돼 있었다. 부처님의 발아래 슬퍼하는 아난다, 마지막 공양을 올린 춘다, 그리고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된 수밧다다. 사라쌍수 아래 누워계신 부처님을 뵙겠다고 매달리는 수밧다를 아난다는 막아섰지만, 부처님은 수밧다의 질문을 허락했다.

수밧다가 부처님에게 질문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성자로 추앙되거나 스스로 진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었다고 공언하는 이들, 그들이 과연 지혜와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보십니까?”

부처님은 수밧다에게 말했다. “어떤 지도자가 자신이 공언하는 진정한 지식을 획득했는지, 말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라. 대신 그 제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그들이 따르는 교의와 계율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교의와 계율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다름 아닌 제자들의 행동이다. 만일 어떤 가르침에 팔정도가 없다면 거기에는 올바른 사문이 있을 수 없다. 나의 가르침에는 팔정도가 있고 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는 이에게는 과위가 있다.”

이 말씀을 듣고 수밧다는 부처님께 귀의해 마지막 제자가 됐다. 부처님 열반 2567년 뒤 부처님의 법에 귀의해 불제자가 된 순례단 또한 매일 길 위에서 교의와 계율에 맞게 행동하는지, 생각과 말과 행동 속에 팔정도가 있는지를 살피며 참회하고 발원하고 있다.

부처님을 안은 본오 스님의 끈을 회주 자승 스님이 묶어주고 있다.
부처님을 안은 본오 스님의 끈을 회주 자승 스님이 묶어주고 있다.
강변 옆으로 놓인 농로를 따라 행선 중인 순례단.
강변 옆으로 놓인 농로를 따라 행선 중인 순례단.
인도 할머니가 순례단의 안전한 여정을 축원하며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인도 할머니가 순례단의 안전한 여정을 축원하며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순례단의 행렬이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린이들
순례단의 행렬이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린이들

룸비니로 가는 길에도 여전히 순례단은 쿠시나가르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무상 스님은 행선 중인 순례단에게 합장으로 인사하는 인도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순례단의 안전한 걸음을 축원하는 그 선한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스님은 “인도성지를 여행하는 것은 여러 번이지만 이번 순례처럼 매순간 환희심 넘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자리는 처음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걷고 있다”며 “어제 부처님께 가사를 공양 올리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이렇게 여법하게 갖게 돼 가슴이 벅찼다. 회향하는 날까지 불제자답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혜장 스님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스님은 “어제까지 깨달음을 향한 부처님의 길이었다면 오늘부터는 인간으로 태어난 부처님의 길을 걷고 있다. 부처님께서 육신의 몸으로 오셨기에 깨달음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붓다의 길은 출가수행자로서 계속해 걸어야 할 길이기에 순례의 여정 속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이를 채워가는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지해 스님은 룸비니로 향하는 지금이 설렌다고 밝혔다. “오늘 걷는 이 길은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출가한 지 45년이 넘었는데 특별한 마음이라고 할 것이 있겠나. 쿠시나가르는 쿠시나가르이기에 감동적이고 룸비니는 룸비니이기에 좋다. 부처님 성지를 향해 가는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날 두바울리, 나라연푸르, 세마라 주민들의 환영 속에 28km를 걸어 30일차 숙영지에 도착했다. 탄생성지 룸비니까지는 118km, 4일 뒤 국경을 넘어 네팔 룸비니동산에서 ‘탄생지 기념법회’를 봉행한다. 특히 순례단은 룸비니 성지에 도착하면 ‘금강경’ 독송과 108배를 다시 시작한다. 그동안 물과 음식, 기후가 맞지 않아 배탈과 감기로 순례단 대다수가 힘든 상황을 감안해 잠시 접었던 용맹정진을 회향에 맞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룸비니는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곳이기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룸비니로 가는 길은 그래서 더 새롭다. 인도 성지순례를 시작하며 가졌던 초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금강석 같은 용맹정진이 순례단의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

박수로 순례단을 응원하는 유치원 원아들.
박수로 순례단을 응원하는 유치원 원아들.
순례단은 이날 두바울리, 나라연푸르, 세마라 주민들의 환영 속에 28km를 걸어 30일차 숙영지에 도착했다.
부처님께 인도순례 30일차  회향을 고하는 순례단.
부처님께 인도순례 30일차  회향을 고하는 순례단.

세마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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