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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13일차] 마하보디대탑 앞의 순례단, 부처님 무상정등정각 찬탄

2월21일 태양 향해 행선한 지 11일 만에 깨달음의 땅 도착
보리수나무 아래서 법성게·108배…조계사·화엄사 대중 동참
지난해 낙성한 분황사 참배…22일에는 ‘세계평화 기원법회’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2월21일 부처님이 깨달으신 성도의 땅 보드가야에 도착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2월21일 부처님이 깨달으신 성도의 땅 보드가야에 도착했다.

신라의 혜초 스님은 뱃길을 따라 인도에 도착해 바라나시를 거쳐 마하보디사원 대탑 앞에 섰다. 멀고도 먼 순례길의 초입에서 혜초 스님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자리에 서 있는 거대한 대탑을 친견하는 순간 곡절 많은 그간의 사연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환희에 찬 시를 남겼다.

‘보리대탑 멀다지만 걱정 않고 왔으니, 녹야원의 길인들 어찌 멀다 하리오. 길이 가파르고 험한 것은 근심되지만 개의치 않고 업풍에 날리리라. 여덟 탑을 보기란 실로 어려운 일, 세월을 타서 본래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찌 이리 사람 소원 이루어졌는가. 오늘 아침 내 눈으로 보고 말았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심정이 바로 혜초 스님의 마음이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2월21일 부처님이 깨달으신 성도의 땅 보드가야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하보디대탑을 친견했다. 순례를 시작한 지 13일째, 위험천만한 대형 트럭들이 쌩쌩 내달리는 고속도로 갓길을 걸었고, 부서지고 파인 도로들과 풀풀 날리는 흙먼지와 오물 가득한 마을길을 숱하게 지났다. 한밤중에 깨어나 새벽의 대지를 가르고, 태양을 이정표 삼아 걷고 걷기를 11일, 결국 무상정등정각이 탄생한 불교의 제1 성지이며 금강석 같은 깨달음의 탯자리인 보드가야에 들어섰다.

순례단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찾아온 불자들이 보드가야에 들어서는 순례단을 맞이했다. 
순례단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찾아온 불자들이 보드가야에 들어서는 순례단을 맞이했다. 

보드가야는 26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부처님의 나라였다. 거리 곳곳에 불상이 모셔져 있고, 간판과 상점 또한 모든 것이 부처님을 찬탄하고 있었다.

보드가야 주변에서 태국, 미얀마, 베트남,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 불자들의 절들이 기러기 떼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각 나라에서 온 수많은 스님과 신도들의 환희심에 가득한 표정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그 길을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을 선두로 차례차례 보드가야 한복판을 가로질러 마하보디대탑으로 질서정연하게 나아갔다. 가는 길에 무수한 꽃비가 내렸다. 순례단의 방문 소식을 전해 들은 보드가야 주민과 학생들, 동자승들이 골목마다 길게 늘어서 꽃을 뿌리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인도의 취타대가 왕의 행차라도 맞이하듯 트럼펫과 북, 징, 이름 모를 인도 악기를 정성스레 연주하며 대탑의 입구까지 동행했다. 무엇보다 서울 조계사, 구례 화엄사, 동국대 등 순례단의 걸음을 응원하기 위해 먼 길 마다 않고 한국에서 찾아온 불자들의 환영은 순례단의 고단함을 잊게 했다.

보드가야는 불교의 탄생지다.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함으로써 인간과 천신들의 스승인 붓다가 되고, 불교의 위없는 가르침이 바야흐로 시작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됐다. 그래서 보드가야는 인도 성지순례에서 가장 뜻깊고 중요한 장소이다.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룬 보리수나무 앞에 대탑을 세우고 사원을 지었다. 그 뒤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지금과 같이 높이가 52m에 이르는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보드가야 현지의 주민들과 한국에서 찾아온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순례단을 응원하며 맞이했다.  
보드가야 현지의 주민들과 한국에서 찾아온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순례단을 응원하며 맞이했다.  
부처님을 이운하고 보드가야대탑을 향해 나아가는 회주 자승 스님. 
부처님을 이운하고 보드가야대탑을 향해 나아가는 회주 자승 스님. 

마하보디대탑은 참배객으로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나라에서 온 각각의 피부와 표정과 옷, 그리고 가사마저 다른 사람들은 인도를 기점으로 세계로 퍼져나간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을 새삼 실감케 했다.

마하보디대탑을 참배한 순례단은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보리수나무 아래에 모였다.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불자들이 보는 앞에서 예불을 모셨다. 법성게를 간곡한 목소리로 봉독하고, 참회와 발원의 의미를 담은 108배를 올렸다. 순례단을 대표해 축원한 탄학 스님은 “한겨울의 유채꽃들, 길 위에 놓인 자연 친화적인 똥들과 흙으로 만든 집들, 투명한 눈망울의 아이들은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위에 있었으며 보고 만난 길 위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했다. 이어 “지난 13일은 붓다의 길이 크고 화려하고 안락함에 있지 않음을 깨닫는 길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우리 수행자들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순례길 1167km를 완주할 것이며, 그 길이 끝이 아닌 불교중흥과 생명존중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비장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기원전 589년 12월8일 동녘 하늘에 태양이 솟아오를 무렵 석가모니 부처님은 모든 번뇌를 여의고 위대한 깨달음을 이뤘다. 그 위대한 분은 삼천대천 세계를 향해 고요하지만 사자처럼 당당한 목소리로 이렇게 선언했다.

“번뇌는 모두 사라졌다. 번뇌의 흐름도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태어나는 길을 따르지 않나니 이것은 고뇌의 최후다.” 경전에서는 당시 대지와 강물이 기쁨으로 요동쳤고 구름처럼 모여든 천인들이 뿌린 꽃잎이 흩날려 무릎까지 쌓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로부터 7일 동안 붓다는 보리수 아래에서 해탈의 즐거움을 누렸다.

마하보디대탑 주변은 온통 부처님의 자취로 가득했다. 12연기를 관찰하며 법열을 누리신 곳,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준 보리수나무를 축원하고자 옮긴 자리, 무짤린다 용왕이 온몸을 펼쳐 부처님의 법신을 보호했던 연못. 순례단은 그 자리들을 차근차근 둘러보며 우리 또한 부처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뒤따르길 서원했다.

마하보디대탑 주변에는 각국에서 온 불자들이 스님들의 설법을 듣고, 기도를 하고, 경전을 읽고 있었다. 일부는 아예 작은 텐트를 치고 대탑 주변에서 수행을 이어갔다. 그 간절함에 절로 신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처님의 성도 후 이곳은 모든 불자들에게 최고의 순례지였고 경배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1900여년 전 아쇼카왕이 세운 대탑과 사원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수차례 보수를 거쳤고 현재의 사원은 11세기와 19세기 후반에 복원됐다. 하지만 사원 주변에는 기원전 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난간 등 오랜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유적들이 여전히 불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마하보디사원 책임자 디난난드 스님은 “큰스님을 비롯한 순례단을 환영한다. 마하보디사원을 찾아줘 감격스럽다”며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축원하고 기도한 모든 것들이 반드시 성취되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순례단은 이날 마하보디사원에 이어 조계종이 지난해 보드가야에 낙성한 분황사를 찾아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순례단은 보드가야대탑 순례 후 조계종이 건립한 분황사를 찾아 참배했다. 
순례단은 보드가야대탑 순례 후 조계종이 건립한 분황사를 찾아 참배했다. 

한편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14일차는 오전 8시 마하보디사원 보리수나무 앞에서 ‘세상의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를 봉행한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동참할 예정이며 ‘화엄경 세간정안품’ 봉독, 좌선, 108배 등으로 진행된다.

보드가야=김현태 기자 meopit@beobp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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