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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22일차] 일렁이는 보리·붉은 목련 환송받으며 열반성지로

부처님 탁발했을 바이샬리 지나 쿠시나가르 향해
일체 노랫소리·경적소리 없이 고요한 가운데 행선

3월2일 순례 22일차를 맞은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바이샬리를 떠나 쿠시나가르로 향했다.
3월2일 순례 22일차를 맞은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바이샬리를 떠나 쿠시나가르로 향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붓다의 길을 걷다’ 순례단이 3월2일 부처님과의 인연이 가득한 바이샬리를 떠나 쿠시나가르로 향했다. 하루 전 “석가모니불”을 합송하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던 근본사리탑을 지나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좁은 골목길 따라 한참을 걸었다. 부처님께서 대열반의 여정을 위해 걸음 했을 바로 그 길이며, 탁발을 위해 제자들과 몇 번이나 다녀가셨을 그 길이다.

인도순례 22일차 새벽행선은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 걷는 것 때문인지 유독 고요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동안 낮밤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쏟아내던 노랫소리도, 괴상하고 요란한 자동차 경적소리도 이날 새벽은 이상하리만큼 들리지 않았다. 거리마저 깨끗이 청소돼 먼지도 악취도 느끼지 못했다. 오직 행선에 집중하며 순례단은 열반성지 쿠시나가르를 향해 나아갔다.

인도순례 22일차 새벽행선은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 걷는 것 때문인지 유독 고요한 가운데 진행됐다.
부처님께서 대열반의 여정을 위해 걸음 했을 바로 그 길이며, 탁발을 위해 제자들과 몇 번이나 다녀가셨을 그 길이다.

깨달음을 이루신 후 45년 되던 해 부처님은 많은 제자들과 안거 중이었다. 당시 심한 기근이 발생해 탁발하기가 어려워지자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인근에 흩어져 우기를 견디도록 했다. 이 시기 부처님께서도 바이샬리 인근 벨루와에서 안거를 보내던 중 큰 병을 앓게 됐다.

“아난다여, 이제 나도 늙었다. 장년기를 지나 노년에 이르렀다. 나도 이제 나이 여든이 되었다. 아난다여, 마치 낡은 수레를 가죽 끈으로 묶어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나의 몸도 가죽 끈으로 묶어 겨우 조금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아난다여! 너희 비구들도 자기의 등불에 머물고 자기에게 귀의하라.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 법의 등불에 머물고 법에 귀의하라.”

며칠 후 아침, 부처님께서는 노쇠한 몸에 가사를 걸치고 전과 다름 없이 발우를 들고 거리를 돌며 탁발하셨다. 그리고 북쪽으로 길을 잡으셨다. 나지막한 언덕의 북쪽 성문에서 부처님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커다란 코끼리가 떠나온 숲을 돌아보듯 천천히 몸을 돌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바이샬리를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구나.”

동녘에 해가 떠오를 즈음 순례단은 골목길을 벗어나 큰길에 접어들었다. 뽀얀 먼지 뒤집어 쓴 가로수 사이 드문드문 서 있는 붉은 목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녘에 해가 떠오를 즈음 순례단은 골목길을 벗어나 큰길에 접어들었다. 뽀얀 먼지 뒤집어 쓴 가로수 사이 드문드문 서 있는 붉은 목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개한 목련은 마치 쿠시나가르로 향하는 순례단을 환송하는 듯 커다란 꽃송이를 통째로 떨어뜨려 주변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만개한 목련은 마치 쿠시나가르로 향하는 순례단을 환송하는 듯 커다란 꽃송이를 통째로 떨어뜨려 주변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동녘에 해가 떠오를 즈음 순례단은 골목길을 벗어나 큰길에 접어들었다. 뽀얀 먼지 뒤집어 쓴 가로수 사이 드문드문 서 있는 붉은 목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개한 목련은 마치 쿠시나가르로 향하는 순례단을 환송하는 듯 커다란 꽃송이를 통째로 떨어뜨려 주변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올해 열반재일이 3월6일(음력 2월15일)이니 부처님도 목련의 붉은 환송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나섰을 것이다.

가로수 너머 들녘에는 알곡 가득 밴 푸른 보리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도 바람결에 일렁이는 보리밭을 뒤로하고 쿠시나가르로 향했을 것이다. 순례단은 붉은 목련과 푸른 보리밭이 펼쳐 보이는 아름다운 환송을 받으며 22일차 숙영지인 다르파리에 도착했다.

법본 스님은 “부처님께서 걸음 하셨던 길 가운데 의미가 더하고 덜한 곳이 있을까 만은 대열반을 위한 여정의 길이기에 마음이 더 숙연했다”며 “발걸음 발걸음마다 ‘생명존중’의 화두를 어떻게 실천하며 살 것인지 참구하며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르파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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