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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20일차] 아쇼카왕 원력 깃든 ‘세계전법 출발지’ 파트나 도착

먼지·매연·소음에 공사까지 인도순례단 발길 위협
자승 스님 “순례단 안전 최우선” 결정, 차량 이용
하지푸르 힌두교 사원에서 숙영…내일 바이샬리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나가르나우사를 출발해 파트나로 나아갔다. 줄지어 늘어선 대형트럭이 내뿜는 검은 매연에다 멈추지 않고 쏟아내는 요란한 경적소리, 차량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를 통해 귀청을 찢듯이 쏟아지는 노랫가락은 혼을 빼놓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나가르나우사를 출발해 파트나로 나아갔다. 줄지어 늘어선 대형트럭이 내뿜는 검은 매연에다 멈추지 않고 쏟아내는 요란한 경적소리, 차량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를 통해 귀청을 찢듯이 쏟아지는 노랫가락은 혼을 빼놓았다.

2019년 겨울 위례 상월선원의 동안거는 여느 동안거와는 사뭇 달랐다. 깊은 산중 일반인의 출입이 차단돼 오직 화두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선원의 정진이 아니었다. 안거를 위해 설치된 임시 천막선원 주변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공사장이 이웃해 자재를 실어 나르는 차량들의 먼지와 소음, 그리고 굴착과 발파 등 중장비들이 쏟아내는 굉음으로 가득했다. 전국에서 찾아온 불자들의 응원과 기도, 각종 문화행사 등 상월선원 동안거는 몸은 갇혀있지만 저자 한복판에서 정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고요 속에서 이룬 성취는 고요가 사라지면 쉽게 무너진다. 찻잔 속의 고요가 아닌 드넓은 세상에서도 항상 여여한 그런 깨달음을 염원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런 의미를 회주 자승 스님은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를 찾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며, 미래불교는 적극적이고 사부대중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나가르나우사를 출발해 파트나로 향하기 전 아침예불을 모시는 순례단.
나가르나우사를 출발해 파트나로 향하기 전 아침예불을 모시는 순례단.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출발하는 순례단.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출발하는 순례단.
순례단이 걸어가는 아스팔트 끝자락 또한 족히 10cm는 넘을 듯한 흙먼지가 쌓여 차량이 지나가고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뿌연 먼지가 몸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
순례단이 걸어가는 아스팔트 끝자락 또한 족히 10cm는 넘을 듯한 흙먼지가 쌓여 차량이 지나가고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뿌연 먼지가 몸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

2월28일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20일차는 그런 상월선원 동안거와 닮아있었다. 순례단이 나가르나우사를 출발해 파트나로 나아가는 길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대형트럭이 내뿜는 검은 매연에다 멈추지 않고 쏟아내는 요란한 경적소리, 차량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를 통해 귀청을 찢듯이 쏟아지는 노랫가락은 혼을 빼놓았다. 순례단이 걸어가는 아스팔트 끝자락 또한 족히 10cm는 넘을 듯한 흙먼지가 쌓여 차량이 지나가고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뿌연 먼지가 몸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

이것만이 아니다. 비하르주의 주도인 파트나로 향하는 길은 곳곳이 공사판이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도로를 확장하고, 고가를 설치하고, 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행선을 시작한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흰 마스크가 새카맣게 변할 만큼 순례단의 이날 여정은 그야말로 고행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순례단은 묵묵히 걸음 했다.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를 찾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기억나게 했다.

순례단의 행선지인 파트나는 불교 역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특별한 도시다. 불교의 중흥과 세계화를 이끈 아쇼카왕과 인연이 남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파트나의 고대 명칭은 파탈리푸트라(華氏城)로 아쇼카왕(기원전 304~기원전 232)이 다스리던 마우리아왕조의 수도였다. 라즈기르를 중심으로 활동한 빔비사라왕의 뒤를 이은 아자타삿투왕이 카시국, 코살라국, 밧지연맹 등을 차례로 정복하며 영토를 크게 확장한 후 그 뒤를 이은 우다윈왕은 수도를 갠지스강 건너편 파탈리푸트라로 옮겨 통일제국의 기초를 닦았다.

파탈리푸트라가 제국의 수도로 역사의 전면에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아쇼카왕에 이르러서다. 최초로 인도 대륙을 통일한 아쇼카왕은 파탈리푸트라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전법사를 파견해 불교를 전했다. 불교가 세계의 종교로 본격적인 행보를 내디딘 것이 아쇼카왕에 의해서니, 파탈리푸트라는 불교 세계화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아쇼카왕의 아들 마힌다 스님과 딸 상가미타 스님을 스리랑카로 보내 법을 전했으니 상좌부불교의 뿌리도 이곳에서부터 뻗어나간 셈이다. 태국 왕실사원에 봉안돼 있는 에메랄드불상 ‘프라케오’ 또한 기원전 43년 파탈리푸트라에서 조성됐다. 비록 제국의 수도라는 위상은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파탈리푸트라는 교역의 중심지이자 동인도의 문화·경제의 중심지로 오래토록 번영을 누렸다. 오늘날 파트나로 그 이름은 바꾸어서도 여전히 비하르주의 주도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가 떠오르고 대지가 밝아지자 교통량은 물론 공사구간도 크게 늘었다. 결국 “순례단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회주 자승 스님의 결정에 따라 순례단은 이날 차량을 이용해 숙영지까지 이동했다.
해가 떠오르고 대지가 밝아지자 교통량은 물론 공사구간도 크게 늘었다. 결국 “순례단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회주 자승 스님의 결정에 따라 순례단은 이날 차량을 이용해 숙영지까지 이동했다.
숙영지에 텐트를 설치 중인 지원단.
숙영지에 텐트를 설치 중인 지원단.
순례단은 하지푸르의 힌두교 사원에 마련된 숙영지에서 인도순례 20일차를 회향했다.

순례단은 오전 6시경 16km를 걸어 파트나 경계에 도착했다. 당초 순례단은 아침공양 후 차량을 이용해 파트나를 통과한 후 숙영지인 하지푸르까지 다시 15km를 행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고 대지가 밝아지자 교통량은 물론 공사구간도 크게 늘었다. 결국 “순례단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회주 자승 스님의 결정에 따라 순례단은 이날 차량을 이용해 숙영지까지 이동했다.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골과는 다른 또 다른 인도의 모습이었다. 차도르를 쓴 인도 여성도 보이고 진한 화장을 한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무질서한 차들의 행렬과 숨통을 조이는 듯한 먼지와 매연, 그리고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길가에 감당하기 어렵게 버려진 쓰레기는 인도의 미래를 뒤덮은 짙은 그늘이었다.

순례단은 하지푸르의 힌두교 사원에 마련된 숙영지에서 인도순례 20일차를 회향했다. 내일은 최초의 비구니 승가가 탄생한 곳이자, 부처님께서 마지막 안거에 들었던 바이샬리로 향한다.

하지푸르=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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