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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31일차] 부상조차 신심 담금질 과정…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인도순례단, 3월11일 하르푸르 도착…지역민 지원으로 원만 회향
순례단엔 장애인 흙먼지 인도인엔 벽돌 재료…걸으며 배우는 지혜
저녁예불, 지역민에 개방…자승 스님 “인도에 불연 심는 전법과정”
현조 스님 “순례단 모두 무탈하고 깨달음 다가가길 서원하며 순례”
밀엄 스님 “수행자로 살아가는 데 순례 경험 모든 것 큰 도움 될”
강덕순 불자 “부처님 가피로 인도가 부강하고 불교중흥되길 발원”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3월11일 세마라를 떠나 숙영지인 하르푸르까지 24km를 행선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3월11일 세마라를 떠나 숙영지인 하르푸르까지 24km를 행선했다.

쿠시나가르에서 룸비니로 가는 길의 풍경이 어제와 사뭇 달랐다. 물이 가득 차 흘렀던 개울 같은 제방은 메말라 있었다. 물길 옆으로 마을이 들어서서 한국의 시골과 같던 모습들이 오늘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인도의 풍경으로 다시 바뀌었다. 다시 길 양쪽에는 밀밭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만약 마을 사람들의 가난한 모습이 아니라면, 이 푸른 밀밭은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을 터였다.

부처님께서 이 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 길을 걸으며 부처님은 끊임없이 진리를 설하고 또 끊임없이 길로 나섰을 것이다. 온갖 차별과 가난이 뿌리 깊은 인도, 눈 앞에 펼쳐진 풍요로운 들판의 설움은 이 땅에 불교가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순례단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인디아 파우더(India Powder)’로 불리는 흙먼지다. 건기로 인해 바싹 마른 대지에 쌓인 흙먼지는 족히 10cm를 넘었고, 입자마저 곱고 가벼워 사람의 발걸음에도 흩날려 주변을 온통 뿌옇게 만들었다. 이런 흙먼지를 순례길 내내 함께했으니 순례를 마치고 숙영지에 도착할 즈음엔 신발은 물론 순례복은 항상 뽀얀 먼지로 가득했다. 인도인들이 흙먼지를 왜 ‘인디아 파우더’라고 부르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새벽 행선에 앞서 발원문을 낭독하는 순례단.
새벽 행선에 앞서 발원문을 낭독하는 순례단.
순례단이 야간 행선을 하고 있다.
순례단이 야간 행선을 하고 있다.
순례길에 항상 만나는 벽돌길과 족히 10cm는 쌓인 흙먼지.
순례길에 항상 만나는 벽돌길과 족히 10cm는 쌓인 흙먼지.
유피주 정부와 지역주민들이 순례단의 방문에 맞춰 새로 도로를 정비하고 여의치 않은 곳은 자갈을 깔아 순례단의 걸음을 도왔다.
유피주 정부와 지역주민들이 순례단의 방문에 맞춰 새로 도로를 정비하고 여의치 않은 곳은 자갈을 깔아 순례단의 걸음을 도왔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1일 세마라를 떠나 인더르푸르, 쉬탈라푸르, 바카리 바슌푸르를 거쳐 숙영지인 하르푸르까지 24km를 행선했다. 숙영지는 힌두교 사원에 마련됐다. 이 지역 힌두교 사원에서 흔쾌히 마음을 내줬기 때문이다.

순례 31일차인 이날 순례단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에 비해 쾌적한 환경에서 행선할 수 있었다. 주정부와 지역주민들이 순례단의 방문에 맞춰 새로 도로를 정비하고 여의치 않은 곳은 자갈을 깔아 순례단의 걸음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할 수 없는 곳은 미리 물을 뿌려 최대한 흙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배려했다. 순례단은 발길 닿는 곳곳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정부 관계자와 지역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축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순례단을 향한 주민들의 환영 메시지. 
순례단을 향한 주민들의 환영 메시지. 
길 양쪽에는 밀밭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길 양쪽에는 밀밭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부처님께서 이 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흙먼지는 순례단에겐 장애일 뿐이지만, 사실 인도인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다. 흙먼지에 물을 조금 넣어 반죽해 사각기둥 형태를 만든 뒤 불에 구워내면 테라코타 벽돌이 된다.
흙먼지는 순례단에겐 장애일 뿐이지만, 사실 인도인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다. 흙먼지에 물을 조금 넣어 반죽해 사각기둥 형태를 만든 뒤 불에 구워내면 테라코타 벽돌이 된다.

흙먼지는 순례단에겐 장애일 뿐이지만, 사실 인도인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다. 흙먼지에 물을 조금 넣어 반죽해 사각기둥 형태를 만든 뒤 불에 구워내면 테라코타 벽돌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돌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집과 상점 등 건물을 짓는 데 가장 대중적인 재료임은 물론 도로를 포장하는 데에도 널리 사용된다. 인도를 순례한 불자들 또한 벽돌에 익숙하다. 부처님 성지의 스투파와 남아 있는 유적들 또한 벽돌로 세워진 것이 대부분이어서 “인도 불교성지 순례는 ‘벽돌 순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순례단은 인도의 길을 걸으며 지혜 하나를 배우고 있다.

박수로 순례단을 응원하는 어린이.
박수로 순례단을 응원하는 어린이.
등교 중인 학생들에게 순례단 스님들이 인사하고 있다.
등교 중인 학생들에게 순례단 스님들이 인사하고 있다.

순례단의 숙영지에서는 매일 하나의 축제 같은 이벤트가 벌어진다. 5시30분에 있는 순례단의 저녁예불을 그 지역 사람들이 함께 참관하는 것이다. 순례단이 숙영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호기심에 찬 마을 사람들이 숙영지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특히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 궁금증을 가득 담은 아이들이 수도 없이 몰려든다.

회주 자승 스님은 예불이 시작되기 전에 주민들에게 숙영지를 개방했다. 한국불교의 장엄한 예불 모습을 보여주고, 이 모든 것들은 통역이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일러준다. 부처님의 후손인 인도사람들, 아이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불연(佛緣)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다.

숙영지는 힌두교 사원에 마련됐다. 이 지역 힌두교 사원에서 흔쾌히 마음을 내줬기 때문이다.
숙영지는 힌두교 사원에 마련됐다. 이 지역 힌두교 사원에서 흔쾌히 마음을 내줬기 때문이다.
순례 31일차 회향식 모습.
순례 31일차 회향식 모습.
순례단의 숙영지에서는 매일 하나의 축제 같은 이벤트가 벌어진다. 5시30분 봉행되는 순례단의 저녁예불을 그 지역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3월10일 지역 주민들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된 저녁예불 모습. 
순례단의 숙영지에서는 매일 하나의 축제 같은 이벤트가 벌어진다. 5시30분 봉행되는 순례단의 저녁예불을 그 지역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3월10일 지역 주민들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된 저녁예불 모습. 

특히 스님은 예불을 참관하기 위해 수없이 몰려든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 미래 인도의 자산”이라며 애정 어린 눈을 거두지 못했다. 단주를 넉넉하게 가져와 인연 닿는 아이들의 팔목에 하나하나 채워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순례의 여정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인도에 불연(佛緣)을 심는 또 다른 전법임을 순례단 모두가 자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룸비니로 향하는 길에 현조 스님도 동참하고 있다. 순례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다리를 다쳐 부득이 차량을 이용해야 했다. 아직도 많이 불편한 다리지만 열심히 걷고 있다. 스님은 “그동안 새벽 종송으로 순례단에 힘을 더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의료팀의 정성으로 많이 회복돼 어제와 오늘 순례길에 동행할 수 있었다”며 “새벽 종송 때마다 순례단 모두 끝까지 무탈하기를 기원했다. 이제 회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처님 발자취 따라 걷는 모두가 이 공덕으로 깨달음에 조금 더 다가가길 서원한다”고 말했다.

밀엄 스님은 쿠시나가르에서 시작된 배앓이로 지난 3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어제 몸 상태가 도저히 행선할 상황이 아니라 하루 차량을 이용했지만, 오늘은 걸었다”고 밝힌 스님은 “고통 속에서 나 자신을 더 깊게 바라보게 됐고, 조금 더 조심하고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행자로 살아가는 데 인도순례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자비순례 때와 같이 회향 후 이 단조로운 일상을 그리워할 것이고, 출가 후 제가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잘할 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올해 71세의 강덕순 불자는 지난 3일 행선 중 넘어져 몸이 성치 않다. 자고 일어나면 갈비뼈가 아파서 숨을 못 쉴 정도다. 말 그대로 진통제 투혼이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순례를 시작하던 첫 마음 그대로다. 그 몸으로 부처님을 모시고 걷는 일도 너끈히 해냈다. 그야말로 말뚝같은 신심이다.

강덕순 불자는 “잠깐 마음을 놓은 게 부상으로 돌아와 복대와 파스, 진통제에 의지하고 있지만 도보로 하는 인도 성지순례는 7년 전부터 서원했던 일이기에 걸음을 멈출 수 없다”며 “20년 전 인도를 순례하며 그 참담함에 부처님 가피로 인도가 부강하고 불교가 중흥되기를 발원했다. 이번 순례의 공덕으로 조금이라도 발원한 것들이 성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푸르=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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