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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11일차] “어서오세요” 한글 현수막에 부처님·태극기 내걸고 맞이

파르사 지역 불자들 찾아와 예불 함께…인도불교 가능성 확인
길가 오물 깨끗이 치우고 소독약까지 뿌려 극진히 순례단 맞아
11차 숙영지 엄어와선 부처님 그림·‘어서오세요’ 메시지로 감동

“왕을 비롯하여 수령이나 백성들도 삼보를 매우 숭상한다. 절도 많고 승려도 많았다. 대승불교와 소승불교가 행해지고 있다. 지금은 대식국(이슬람)의 침략으로 나라의 태반이 파괴되었다.”

혜초 스님은 ‘왕오천축국전’을 통해 서천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혜초 스님이 인도에 갔던 8세기는 위쪽으로는 이슬람의 침략으로, 안으로는 힌두교의 발호로 불교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혜초 스님이 인도 구법의 길에 올랐을 때에는 구법승이 크게 줄었고 혜초 스님 같은 구법승을 통해 오히려 불교를 다시 접했을지 모른다.

지금의 인도도 마찬가지다. 불교의 탄생지이지만 불교가 낯설다. 특히 순례단이 지나가는 마을들은 불교도도 한국사람도 낯설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경하듯이 쳐다보고, 몰래 쳐다보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순례단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점차 많은 사람이 합장하고, 박수를 치고, 꽃을 뿌리더니 오늘은 확연히 달라진 풍경을 보게 됐다.

매일 순례 도중 만나게 되는 도로 양옆 버려진 비닐과 페트병은 물론 배설물들이 거의 사라졌다. 도로와 길의 경계에는 마치 축하라도 하듯 하얀 소독약들이 순례 방향을 향해 길게 뿌려졌다. 순례단의 여법한 만행이 소문을 타자 비하르주 정부와 의회가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을 이렇게 맞이할 순 없다며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적극적이다. 환호와 축하, 그리고 대접의 극진함이 마치 귀환한 형제라도 되는 듯 지극정성이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순례단이 2월19일 11일차 회향지 엄아와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파르사를 출발해 마자울리, 싱히커드, 차르카와를 거쳐 엄아와까지 하루 행선 중 두 번째로 긴 29km를 걸었다.

이날 행선의 출발점인 파르사에 머문 시간은 채 하루도 되지 않지만, 순례단은 그곳에서 인도불교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2월18일 오후 5시 봉행된 저녁예불에는 파르사 지역의 많은 불자가 순례단과 함께했고, 부처님과 암베드카르 박사가 함께 그려진 액자를 순례단에 선물했다. 지역주민 1000명 가운데 500여명이 불자라고 했던 그들의 말은 진실이었다.

순례단도 대표단을 꾸려 마을 법당을 찾아 부처님께 삼배했다. 가슴으로부터 절로 우러나오는 일불제자로서의 진한 동질감에 다들 대하는 마음이 숙연해졌다.

순례단을 맞이한 리네 쿠마르 고톰 파르사불교협회 이사장은 “순례단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천상에서 스승들이 찾아오신 듯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20년 전 공동체를 구성해 법당 자리를 마련했고, 구성원들의 동참으로 조금씩 여법한 법당이 되도록 불사를 하고 있다”는 리네 이사장은 “소박한 공간이지만 순례단의 방문이 우리 불자들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머리 숙여 인사했다.

대변인 종호 스님도 “인도에서 신심 깊은 불자들을 만나게 돼 대단히 감격스럽다”며 “암베드카르 박사와 같은 분들이 더 많이 나와 인도에 불교가 다시 부흥하고, 부처님의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가 인도 전역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파르사 불자들은 인도순례 11일차 행선에 나서는 순례단의 배웅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순례단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다시 한번 감동을 선사했다. 설암 스님은 “소박하지만 우리의 방문과 격려가 이 지역 불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또 이들이 힘을 갖고 인도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포교에 나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순례가 시작되자 오늘도 짙은 안개가 찾아왔다. 차가운 물기 머금은 새벽안개는 순례단의 어깨를 잔뜩 움츠리게 했고, 랜턴 빛마저 산란시켜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지 못했다. 특히 차선을 무시하고 작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파고드는 차와 오토바이로 인해 순례길이 더 고단했다. 그럼에도 순례단이 안전하게 부다가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인도정부와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다.

행선 중에는 지역의 경찰들이 순찰차를 동원해 순례단의 앞과 뒤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소총 등 개인화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가 순례단 옆에서 밀착해 동행한다. 숙영지 안팎의 경비 또한 지역의 경찰들이 책임지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순례단이 인도에 도착할 때부터 응급환자의 치료와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지원 중이며, 비하르주는 2월19일 구급차와 함께 의료진도 파견해 순례단을 돕고 있다.

대우 스님은 “우리 정부의 노력과 인도정부 및 주정부의 협조,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축하가 있었기에 순례가 매 순간 여법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며 “우리의 걸음이 인도에 불교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전법의 인연으로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11일차 숙영지인 엄아와 학교에는 지역주민과 어린이 500여명이 찾아와 꽃을 걸어주고 박수를 치며 순례단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들은 며칠 전부터 학교 외벽에 보리수나무 아래 수행 중인 부처님과 한국 및 인도 국기를 그리고 한글로 ‘어서오세요’라는 환영의 메시지까지 담아 순례단을 맞이했다. 또 먼지가 일지 않도록 바닥에 천을 까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고, 보리수나무 아래에는 정성껏 풍선까지 달아 순례단을 감동케 했다.

이 지역 경찰책임자 굴산 쿠마르는 “걸어서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순례단의 안전하게 순례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모두가 건강하게 일정을 마치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엄아와=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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