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노릇 행자 때 다한다.”출가 수행자의 길을 결심한 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행자 시절. 아직 정식으로 출가를 하지 못했으니 수행자는 아니지만 이 시절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발심과 신심만큼은 인천의 스승에 못지않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행자 때야 말로 가장 출가자다운 시절이라고 말한다. 계를 받기까지 은사 스님을 모시고 살며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등 절집안의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시절은 그만큼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낳는다. 근현대 한국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큰스님들에게도 행자시절은 있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우리는 큰스님들의 법향을 오래 동안 느끼며 마음의 의지처로 삼을 수 있다. 『나의 행자시절』은 동국대학교 역경원 역격위원을 역임한 작가 박원자 씨가 근현대 한국불교계에 족적을 남긴 스님
‘모든 것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날/ 반짝이는 햇살이 다가와 아니라고 말했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으니/ 아무 것도 잃을 것 없다고/ 어깨에 앉은 햇살이 내게 아니라고 말했네.’ 『나무가 꾸는 꿈』은 마치 불교의 무소유를 이야기하는 듯한 시로 시작한다. 사실 이 책은 ‘병 속의 새’를 주제로 하고 있다. 주둥이가 좁은 병 속에 있는 새를 다치게 하지도 않고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 하는 이 오래된 공안을 작가는 불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시적인 상상력으로 풀어간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들은 삶의 도구를 파헤치는 도구라고 할 만한데 작가는 이런 수수께끼를 통해 오답과 평답을 유도하고 미처 예상치 못한 제3의 답을 이끌어냄으로써 관습적 삶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을 각성시키다. 9,500원.
지난 90년대 초부터 초기경전 번역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사진〉 회장이 이번에는 『앙굿따라니까야』(전 9권) 모두를 깔끔히 번역해 선보였다.『쌍윳따니까야』(2001년, 전 7권)와 『맛지마니까야』(2003년, 전5권) 전집에 이어 만 3년 만에 출간하는 세 번째 빠알리대장경 모음집이다. 이번에도 종단이나 특정단체의 별다른 지원 없이 전 회장의 사비를 털고 그를 돕는 몇몇 지기들의 도움으로 일궈낸 놀라운 불사다. 전문적인 불교용어 대신 일반인도 불교사전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일상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앙굿따라니까야』는 한역 증일아함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붓다의 가르침 중 심리적 측면이나 윤리적 측면을 재가신도의 일상적인 관심과 연결시키는 교육적 관점에서 고려된 짧
『인도에 미치다』이옥순 지음 / 김영사 이른 아침 한적한 시골.부처님은 아난존자와 함께 탁발을 하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때 멀리 논 한 귀퉁이에서 뭔가 누런 것이 번쩍였습니다. 부처님은 말하였습니다.“재앙덩어리로구나. 재앙덩어리.”아난존자도 이렇게 답하였습니다.“그렇습니다. 재앙덩어리입니다.”우연히 그 곁을 지나치다 두 성자의 대화를 들은 농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아침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것으로 다가갔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그것은 바로 황금덩어리였습니다.뜻하지 않은 횡재에 농부는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저 분들이 지금 제정신인가! 황금을 재앙덩어리라고 하다니.”하지만 정신없이 황금을 챙겨 넣은 농부는 결국 도둑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고 사형의 날을 받은 처지가 되고 말
여래장사상은 모든 중생에겐 여래의 곳간이 간직돼 있다는 사상으로 중관, 유식과 더불어 대승불교의 키워드로 일컬어진다. 실제 여래장사상은 신라시대 원효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왔다. 현재 광주시법원 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한산 김윤수 씨가 펴낸 『여래장 경전 모음』은 대방등여래장경, 불설부증불감경, 승만경, 구경일승보성론, 불성론, 열반종요(불성론), 대승기신론 등 7종의 여래장사상 경론들 모두를 우리말로 옮긴 역작이다.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어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고 옛 사람의 주석도 덧붙였다. 특히 보성론과 불성론은 여래장이 하나의 사상으로 자리 잡게 한 중요한 논서임에도 그동안 별다른 해설서가 없었던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범본과 일본어역본을 참고함으로써 번역과정에서의
“대도(大道)는 늘 눈앞에 있지만 보기는 어렵다.” 대승찬의 첫 구절이다. 97수의 게송은 마치 한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게송 본래의 뜻을 짐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도(大道)란 무엇이고, 그 도가 눈앞에 있는데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는 눈 푸른 이에게 이 게송은 계율이며 화두이며 또한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닫는 지렛대일 터이다. 이 책은 대승 경전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대승찬』을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이 선의 핵심을 곧장 짚어 대중적인 언어로 풀이했다. 『대승찬』은 502년 지공 화상이 지어 양 무제에게 바친 게송으로 불이중도(不二中道)의 대승 불교의 핵심을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노래하고 있다. 특히 고구려 문자명왕이 지공 화상의 명성을 듣고 사신을
불교가 동양의 테두리를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듯 불교 또한 세계인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승복 입은 파란 눈의 서구인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뿐더러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매년 많은 연구자들이 서양으로 건너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양인들이 불교를 어떻게 알겠냐는 얘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의 알량한 자존심이나 오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공부하다 죽어라』는 오히려 외국인 수행자들이 오랜 관습의 더께에 무뎌진 전통불교의 틀을 걷어내고 순수한 열정으로 불교의 근본 문제와 직면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버드, 예일, 코넬, 소르본, 제네바, 오하이오 대학 등을 졸업한 젊은 지성 열한 명. 이 책은 그들이 가진 외적 내적 세계를 모두 깨고
(재)대한불교진흥원이 펴내는 월간 「불교와 문화」 2월호(통권 90호)가 발간됐다. ‘봉사’를 특별기획으로 다루고 있는 이번호에서는 △불자들은 왜 봉사해야 하나 △불교계 자원봉사 시스템 어떻게 되어 있나 △환경봉사란 무엇인가 △불교계의 봉사문화 △봉사하며 사는 사람들 등 내용이 수록돼 있다. 또 한형조 교수의 격외불교 한담 ‘무위진인이 어째 뒷간 똥막대기만도 못하냐’를 비롯해 스티븐 하겐의 간단명료한 불교, 안도현 시인이 추억하는 내 기억 속의 절밥 등 글이 실려 있다. 구독문의 02)706-1570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일반인들은 물론 불자들에게도 다소 낯설 수 있겠지만 불문에 발을 들인 스님치고 『치문경훈(緇門警訓)』을 모르는 스님은 없다. 『치문』이라고도 부르는 이 책은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전통강원의 기본 교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치문』은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에 의해 읽혀온 고전으로 여기에는 참다운 수행자가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가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그러나 모든 스님들의 필독서임에도 어려운 한자들이 많고 뜻풀이도 쉽지 않아 이를 공부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일휴 스님과 우천 이성운 정우서적 대표가 역주한 『치문경훈』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서다. 100여 권의 참고서가 말해주듯 단순한 번역 차원을 넘어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일일이 뒤지며 꼼꼼한
저자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이라는 통념을 찬찬히 뒤집어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여백 증후군’까지 앓아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절약한 시간으로 부자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시간결핍’으로 고통 받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편리하고 멋지게’ 보이는 자동차라는 테크놀로지의 무대 뒤에 숨겨져 있는 파괴적 시스템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속도경쟁을 하며 절약한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되묻는다. 아울러 새로운 테크놀로지 덕분에 엄청난 양의 시간을 절약하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살고 있지만 이렇게 가다보면 점점 더 바빠질 뿐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마치 모던타임스의 찰리 채플린처럼….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