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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자정능력 못 살리면 공멸한다”

  • 교계
  • 입력 2020.02.21 13:07
  • 수정 2020.02.22 06:04
  • 호수 1526
  • 댓글 41

고운사‧법주사 잇따른 범계의혹이 종단 혼란 부채질
위례천막결사‧백만원력 결집 불사 의미 퇴색할 수도
범계의혹 일벌백계로 엄단해 종단 기강 바로세워야

제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안정을 되찾던 조계종이 다시 혼란을 맞고 있다. 의성 고운사 주지스님의 폭력 및 성추문 의혹과 보은 법주사 소임자 스님들의 도박의혹이 일반 언론에까지 노출되면서 우려와 지탄의 목소리가 조계종을 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동안거 기간 동안 한국불교중흥을 발원하며 목숨 건 정진을 진행했던 9명 스님들의 ‘위례천막결사’의 의미가 반감되고, 오는 3월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을 시작으로 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백만원력결집 불사의 동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인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2월11일 이례적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비승가적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총무원장스님의 종단 자정에 대한 강한 의지와는 달리 뚜렷한 후속조치가 없어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종단 사정기관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2월10일 “고운사 주지사퇴와 징계”를 요구하는 신도 6000여명의 탄원서를 제출한 고운사 비대위는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 측은 신도들의 뜻을 모아 고운사 주지스님이 사퇴할 때까지 1인시위 등을 지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2월20일 고운사 입구에서 주지스님 측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1인시위 현장에 난입해 피켓을 빼앗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방송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운사는 물론 경북지역 불교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찰 경내에서 주요소임자들이 도박을 했다는 충격적인 고발이 제기된 법주사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월2일 차기주지후보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혼란이 가중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단 조계종 중앙징계위원회가 2월11일 도박가담자 8명 가운데 4명의 말사주지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정했지만 함께 고발된 법주사 주지스님에 대해서도 형평성에 맞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직무정지는 말사주지 소임에 대한 직무를 정지한 것일 뿐 다른 권한을 제약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법주사 차기 주지후보 선출을 앞두고 후보등록을 진행한 결과 도박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8명 가운데 4명이 출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선거가 진행되면 선거 이후에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경찰조사 과정에서 유죄가 입증될 경우 법주사는 재선거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주사 도박혐의자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거연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2월11일 이례적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비승가적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2월11일 이례적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비승가적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운사‧법주사 스님들의 범계의혹에 대한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종단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예년보다 빨라진 올해 부처님오신날(4월30일)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국가적 재난사태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포교활동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님들의 범계논란까지 확산될 경우 불교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단이 자정능력을 상실할 경우 지난 2018년 경험했던 것처럼 목사와 신부까지 가세한 외부세력이 종단문제에 개입할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고운사‧법주사 문제 해결에 현 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자정능력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중앙종회의원스님은 “고운사‧법주사 문제로 지역불교계가 엉망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무원 집행부가 더 이상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며 “종단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계의혹에 대해 일벌백계할 수 있을 때 종단의 기강과 승풍이 바로 설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조계종은 공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26 / 2020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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