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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스님, 보살도 실천한 이 시대 대선지식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7.23 15:49
  • 수정 2021.07.23 21:06
  • 호수 1595
  • 댓글 1

1995년 28대 총무원장 오른 이후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 선언
사회현실 향한 불교의 적극적 참여 강조…아프리카까지 이어져
입적 들기 직전까지 ‘발고여락’ 실천했던 월주 스님 기억할 것

조계종 원로의원 태공당 월주 대종사가 입적했다. 단호한 결단력에 강력한 추진력이 더해진 탁월한 리더십으로 종단개혁을 성공시킨 현대 한국불교사의 산증인이었다. 특히 총무원 중심의 행정체제, 교구자치제, 재정 투명화, 신도등록 등을 과감히 도입해 조계종을 민주주의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족적은 불교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더 지중히 기억해야할 게 있다.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통해 보살도를 실천한 이 시대의 사표이자 선지식이었다는 사실이다.

6·25한국전쟁!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참혹한 전쟁터를 목도하며 인생무상을 절감한 월주 스님은 휴전 직후인 1954년 출가를 단행했다. 현실을 회피하려 찾은 산문이 아니었다. 증오와 갈등, 폭력으로 점철된 시대적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걸었던 길이다. 선교(禪敎) 속 정수를 체득해 가는 정진 여정에서 그 답을 찾았다. “대승보살도가 불교의 핵심이자 본령이다.”

조계종 28대 총무원장에 오른 월주 스님은 1995년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선언했다. 평소 좌우명으로 삼을 만큼 귀히 여겼다는, 원효 스님이 전한 가르침 중 하나인 ‘귀일심원 요익중생(歸一心源 饒益衆生)’에서 이 운동에 담긴 진의를 확인할 수 있다.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을 월주 스님은 ‘사회로부터 격리된 어떤 마음의 경지를 따로 설정하고 그곳으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수많은 연기적 관계에 대한 깨달음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보았다. 연기에 바탕한 그 깨달음, 그 마음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라’고 설파했던 것이다. 

평소 자주 인용했던 ‘육조단경’의 게송도 이와 맥이 닿는다. ‘불법은 이 세상 가운데 있는 것이니 이 세상을 떠나서는 깨닫지 못한다. 이 세상을 떠나 깨달음을 구하려 하는 건 마치 토끼의 뿔을 구하는 것과 같다(佛法在世間 不離世間覺 離世覓菩提 恰如求兎角).’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핵심은 사회현실을 향한 불교의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다. ‘나와 이웃 그리고 자연은 하나’라는 슬로건을 내건 연유도 여기에 있다. 나와 이웃이 하나이고, 나와 환경이 하나이고, 남과 북이 하나이고, 나와 인류가 하나임을 주창했음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창립하며 전한 메시지는 지금도 생생하다. 

“현대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가 모두 연쇄적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인권탄압, 공해, 가난 등의 문제가 전체의 위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사회고를 타파해야 만이 전체 인류를 불행에서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통해 소외계층을 보듬고, 나눔의 집 개원을 개원해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을 돌보았다. 아울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통한 경제부조리 척결, 함께일하는재단을 통한 실업극복 국민운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를 통한 통일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월주 스님의 보살행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아프리카로까지 이어졌다. ‘만해평화상’ 수상과 함께 받은 상금에 모금을 더해 케냐에 학교를 지었다. ‘제1회 민세상’ 상금을 들고 케냐에 가서 저수지를 만들었다. 베트남 전쟁 때 매설된 지뢰로 생긴 장애인이 100만명이 된다는 캄보디아 스님의 한 마디에 병원을 세웠다.

입적 직전까지도 월주 스님이 이끌어온 지구촌공생회가 이룬 업적은 지대하다. 몽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필리핀, 아이티,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식수·교육·구호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아시아의 단비, 생명의 우물’ 불사의 경우 2013년 캄보디아에서만 2000기 이상의 우물을 완공시켜 16만 명이 혜택을 보았다. 해당 지역의 어린이 사망률 80%가 수인성질병에 의한 것임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사회사상과문화’에 실린 2015년 대담은 매우 인상적이다. 

“지구촌공생회, 나눔의 집, 함께일하는재단과 같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노후를 위해 나만 즐겁게 살면 의미가 없잖아요.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한, 하고 있는 일은 늦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나중에 영단을 만들 때에 ‘귀일심원 요익중생’이라 쓰고, 좌우에 임종게와 오동송을 쓰는데,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동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라고 쓰고 싶어요.”

중생들의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고 중생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나누어 주는 발고여락(拔苦與樂)을 입적에 들기 직전까지도 실천했던 월주 스님을 우리는 길이길이 기억할 것이다.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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