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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승만기념관 확정 없다”지만 오세훈은 "여론 모아달라” 요청

  • 교계
  • 입력 2023.11.21 18:00
  • 수정 2023.11.22 11:52
  • 호수 1706
  • 댓글 8

11월21일, 서울시 관계자 본지 통화서 밝혀
오 시장 이승만재단 관계자 비공개 회담서
기념관 계획안 설명하며 "여론 모아달라"
기재부 예산 돌연 변동...기념관 포석' 의혹
시의회 "윤 대통령 아닌 국민 약속 지켜라"

조계종과 태고종 청사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현동 부지 담당 부서인 서울시 거점개발팀 관계자는 11월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세훈 시장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 얘기는 한 것 같은데 (담당 부서로서)따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 기존에 하던 대로 문화공원만 조성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 표명과는 달리 송현광장 내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념관 건립 장소로 송현동 부지를 먼저 제안한 것이 오세훈 시장이었다는 주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11월9일 오후12시 서울시청 시장실을 찾은 이승만기념재단 관계자와 비공개 회담에서 직접 PT(프레젠테이션)까지 발표하며 송현동 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 외 다른 시설물은 짓지 않겠다던 약속과 달리 그가 준비한 자료에는 이승만 기념관 건물 배치도•면적•소요 경비 등 구체적 계획까지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오 시장은 지하 3~5층 규모의 주차장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T발표 현장에는 손병두 이승만기념관부지선정위원장, 이인호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 고문,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장,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복거일 소설가,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이 함께했다.

조우석 문화평론가(전 KBS이사•중앙일보 기자)가 11월21일 '스카이데일리'에 쓴 칼럼에 따르면 비공개 회담에 함께한 안보길 뉴데일리 회장은 '오 시장이 자기가 한 말을 번복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실은 송현동 부지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이날 이승만기념관추진위에 여론 조성을 요청하며 "시민들 사이에서 이승만기념관이 들어서야 송현동 부지가 더 멋진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지지해 주는 여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오 시장은 앞서 송현광장에 이건희미술관 외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를 '비우는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도심 한가운데 녹지를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비워놓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5월4일 송현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에서 "이 공간(송현동 부지)을 비워놓은 상태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광장에) 이건희미술관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컬렉션 외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는 다짐을 분명하게 밝힌다. 여러 차례 (시청)부서에서도 외부에서도 무엇은 여기 세우겠다고 하는데 미리 원칙을 천명하는 만큼 어떤 시도도 없었으면(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시민 앞에서 천명한 원칙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깨졌다. 오 시장이 돌변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의 뉴라이트 사관과 발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이건희 미술관 사업을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에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아 의혹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송현광장 내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염두에 두다 보니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자연히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서울시의회
사진=서울시의회

이와 관련 최재란 서울시의회 의원은 11월17일 열린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오 시장은 이건희 미술관 외에 어떤 시설도 송현동에 짓지 않겠다던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 공약 지키는 데 몰두한다"고 질타했다.

최 시의원은 "뉴라이트 인사가 대거 포진한 이승만 기념관건립추진위와 밀실에서 은밀한 검토를 보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송현동 부지를 사들인 최초의 취지와 이건희 전 회장 유족들의 기증 정신을 훼손하지말고 이승만 기념관 건립 검토를 당장 중단하라. 그것만이 오 시장이 (이건희 회장)유족과 시민들께 드린 약속을 지키는 일이자 이건희 기증관 유치에 실패한 전국 지자체에 대한 예의"라고 꼬집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처신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송현동 부지를 사들인 애초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송현동 부지는 '이건희 미술관'을 짓기 위해 대한항공 소유였던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뒤 서울시 소유지와 맞꾸며 확보한 토지다. 오 시장은 국립 미술관을 건립할 법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시유지던 강남 삼성동 서울의료원 절반을 대한항공에 내어주기도 했다.

사진=창원시
사진=창원시

더구나 오 시장은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고자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이 2021년 4월 나라에 기증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상설 전시할 기증관 건립을 추진했고 부산, 대구, 세종, 대전, 전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서 미술관 건축비는 물론 구청 청사까지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며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사진=김정호 의원실
사진=의령군
사진=의령군

그러나 오 시장이 "(송현동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최적지다. 주위에 경복궁과 인사동이 있고 현대미술관과 공예박물관도 있다. 관광객이 송현동으로 오면 한 번에 '원스톱'으로 다 볼 수 있는 위치상·지리상 장점이 있다"며 여러 차례 피력했고, 문체부도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송현동 땅을 최종 선택했다. 이에 서울시와 문체부는 2028년 '이건희 미술관' 완공을 목표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송현동 부지는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사관으로 추진되는 뜬금없는 '이승만 기념관'으로 "특정 정치•종교 세력의 과시•선교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60년 ‘4·18 고대생 습격사건’ 이후 십대 중학생들까지 뛰쳐나와 ‘부모 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마라’고 외칠 정도로 민심이 돌아서자 4월26일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선언’을 발표하고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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