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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태고 청사 사이 종교편향 대통령 ‘이승만기념관’ 건립되나

  • 교계
  • 입력 2023.11.17 22:00
  • 수정 2023.11.22 16:41
  • 호수 1705
  • 댓글 14

서울시, 종로 열린송현광장
유력 후보지로 비공개 검토
조계 “사찰 토지 몰수 장본인”
태고 “불교 박해한 기독교인”

조계종 총무원과 태고종 총무원 청사 중간 지점에 자리한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광장)에 ‘최초, 최대의 종교편향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권의 뉴라이트 사관이 건국일 제정에 이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손병두 이승만기념관부지선정위원장,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 고문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3만7117㎡(1만1248평)의 송현공원 내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검토를 논의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가 의견을 모아 전달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오 시장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부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김기현 여당대표까지 모두 이승만 기념관 건립 기금을 내며 뜻을 함께하는 상황이다.

교계는 “노골적인 친(親)기독교 정책을 펼쳤고 조계종과 태고종을 격심한 갈등의 수렁에 빠뜨린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두 종단의 청사 사이에 짓겠다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기독교계의 득세에 앞장섰다. 미군정의 종교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며 기독교계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적 특혜를 제공했다. 1945년 11월 연설에서 전 국민에게 “하나님 말씀을 반석으로 삼아 의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매진하자”고 발언한 데 이어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 돌연 “기독교 국가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1948년 5월31일 제헌의회 개원식에서도 ‘기독교 국가 건설’을 강조했다. 1952년 8월15일 대통령 취임식 선서에서는 국기 배례 대신 기독교식 ‘주 목례’를 했다. 국가 의전을 기독교식으로 치른 첫 대통령이란 의미다. 1947년 서울중앙방송을 통해 선교방송을, 1956년 기독교계 극동방송을 설립해 ‘군대의 기독교화’도 추진했다.

반면 불교계를 향해선 잇따른 유시로 조계종•태고종 간 분규를 조장했다는 비판이다. 장기적·평화적인 논의가 아닌 갈등을 부채질했다. 일제가 불교 억압과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설치했던 ‘사찰령’을 그대로 적용해 불교를 옥죄었다. 농지개혁 명목으로 빼앗은 불교 재산과 일제강점기의 일본 사찰들은 기독교계에 넘기기도 했다.

조계종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이승만 대통령의 역사를 미화하려면 서울시 땅이 아닌 교회 땅에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봉 스님은 "이승만 대통령은 공보다는 과가 훨씬 크다. 한때 부정부패의 상징으로까지 간주됐다. 국내에 더 이상 거주하지 못해 외국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거의 모든 사찰에 전답 재산을 몰수하고 산중불교로 떨어지게 한 장본인이다. 사찰로 돌려줘야 할 토지마저 개신교에 줬다. 아주 극단적인 종교편향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을 통합으로 이끌지 않고 소수의 기독교 세를 늘리기 위해서 분열에 앞장섰던 대통령으로 기억한다"고 꼬집었다.

태고종 홍보부장 원심 스님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원심 스님은 "이승만 대통령은 태고종을 비롯한 한국불교에 막대한 재산 손실과 갈등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며 “정권 내내 불교를 박해하고 기독교 국가로 추진한 인물을 미화하는 건물을 태고종 청사 앞에 짓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평가는 일반학계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국가 차원에서 이토록 빠르게 ‘이승만 띄우기’가 추진되는 데에는 "기독교에 뿌리를 둔 뉴라이트 사관이 윤석열 정권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어릴 적부터 다녔다"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헌법 정신과 사회 제도·질서가 다 성경에서 나왔다"고 발언한 데 이어 올해 4월27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도 동일한 발언을 이어갔다.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헌법이 규정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1948년 건국론’을 내세웠다. 건국의 아버지로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은 결국 “대한민국 건국 배경에 한국교회 공헌이 지대했다”고 못 박으려는 뉴라이트 사관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잇달아 정부 요직에 기용되고 있다. 이러한 행보도 현 정부의 역사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참모진부터 각종 위원회와 정부기관에 이미 10여명의 뉴라이트계 인사들이 임명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정부 요직의 기독교식 사관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계종 전국교본사주지협의회는 11월15일 성명을 통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초의 종교편향 대통령 이승만 국부론 고수” “이명박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중용” “참모진·장차관·군장성에 불교인사 제외” 등 윤석열 대통령의 거듭되는 친기독교 행보를 지적하며 “현 정부의 종교편향은 역대 최악”이라고 비판하며 “종교편향이 지속될 경우 범불교계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종회 초선의원 모임도 11월17일 “윤석열 정부 최악의 종교편향 인사에 분노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전통문화 보전과 국민통합, 종교간 평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후 균형과 조화를 잃고 기독교 편향 행보를 거듭한다”고 비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5호 / 2023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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