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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아버지 이승만 기념관’ 안 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8.28 11:28
  • 호수 1694
  • 댓글 0

시대착오적인 ‘건국’ 부각시켜
국민에 총 쏜 자 우상화는 부당

불교계서도 이승만 재평가 필요
‘정교분리·기독교 국가’ 살펴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보수·기독교계 중심의 ‘1948년 건국론, 이승만 건국 대통령’ 주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건국절’ 논란이 재촉발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중앙종회가 강한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중앙종회는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은 심각한 역사왜곡”이라며 “이는 기독교를 한국 근대사의 중심에 두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종교편향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짚으며 “조계종뿐 아니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이 이 사안을 얼마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군정은 ‘남북 통일정부 수립’의 김구가 아닌 ‘선 정부수립 후 통일’의 이승만에게 정권을 이양했다. 귀국 전에 이미 극단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개신교 근본주의자가 되었던 그는 미군정의 종교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며 개신교 측에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적 특혜를 제공했다. 학계에 따르면 ‘적산재산을 친일파는 물론 개신교인들에게도 불하해 주었다’고 한다.물밑 지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1945년 11월 연설에서 대국민을 대상으로 “여러분께서도 하나님 말씀을 반석으로 삼아 의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매진하자”고 발언했다.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는 돌연 “기독교 국가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발적 발언이 아니었다.

1948년 5월31일 제헌의회 개원식에서도 ‘기독교 국가 건설’을 강조했다. 특히 1952년 8월15일 대통령 취임식 선서에서도 ‘기독교국가 건설’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는데 가관인 건 이날 국기 배례 대신 기독교식 ‘주 목례’를 했다는 사실이다. 국기 배례가 국기를 우상화하는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 의전을 기독교식으로 치른 우리나라 첫 대통령이다.

1947년 서울중앙방송을 통해 선교방송을 시작한 후에는 1956년 기독교계 극동방송을 설립해 ‘군대의 기독교화’도 추진했다. 또한 형목제도를 두고는 기독교계가 형무소 교화사업을 전담하도록 했고, YMCA단체에도 막대한 후원을 하며 개신교계의 득세를 도왔다. 기독교 국가 건설을 실질적으로 이 땅에 세우려 했던 인물이다. 

반면 불교계에는 어떠했는가? 일제가 불교를 억압하고 민족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설치한 ‘사찰령’을 그대로 둬 불교를 옥죄었고, 농지개혁 명목으로 불교재산을 빼앗아 친일파는 물론 개신교에 넘겼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특위 위원 제정 스님이 짚었듯이 “이승만은 재임 기간 기독교 교세 확장을 위해 불교 내부갈등을 조장하고 탄압했던 인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불교계에 내렸던 정화 유시가 대표적이다. 조명제 신라대 사학과 교수는 2011년 5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학술포럼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8차례에 걸쳐 불교정화 유시를 발표한 것은 친일파 정권의 성격을 희석시키고 1인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불교계를 이용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는데 설득력 있다.

불교를 넘어 사회적 관점에 비춰봐도 국세로 기념관을 지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윌슨에게 국제연맹 이름으로 위임 통치를 해달라고 독단적 행동을 했던 인물도, 미주 독립운동을 분열시킨 인물도, 전국적 조직으로 부정선거를 자행한 인물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민주주의를 외친 국민의 목숨을 빼앗은 자 역시 바로 그다. 최소한 10만 명에 이르는 보도연맹원 학살, 3만명 이상의 제주 도민 대량 학살, 함양·산청·거창 민간인 학살, 4·19혁명 당시 대량 학살, 기결수 포함 재소자 대량 학살을 ‘잘한 것도 있다’라는 말 한마디로 덮을 수는 없다. 

그의 기념관을 지어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건가?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한 독재자에 전국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한 인물도 정권만 바뀌면 ‘건국의 아버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 건국 주장을 하지도 않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짓겠다는 국가보훈부와 정부는 이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이라면 건국이니 건국절이니 하는 말도 이제는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소모적 논쟁은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

[1694호 / 2023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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