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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편향 특위, 범불교 연대로 오세훈 ‘이승만기념관’ 대응

  • 교계
  • 입력 2024.03.06 09:40
  • 수정 2024.03.07 13:12
  • 댓글 14

종교편향 특위, 3월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4월 총선 앞둔 만큼 불교·시민단체 연대해 범불교 대응
“한강대교 폭파한 정권 수장 기념관을 서울에 짓는 건
광주시 한복판에 전두환 기념관 세우는 것과 같아”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를 덮고 미화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사 왜곡을 막고자 조계종 종교편향특별위원회가 전면에 나선다. 태고종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도 연대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광 스님)가 3월 5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회의를 열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인식과 오세훈 시장의 '무리한 이승만 영웅 만들기' 대응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송현공원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오 시장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해 송현광장에는 ‘이건희 미술관’ 외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던 시민과의 약속을 3개월 만에 뒤엎고, 최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기념관 건립 장소로)현재로선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동 공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영화 ‘건국전쟁’을 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국운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바로잡힌 역사가 대통령 기념관에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영웅은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선광 스님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로 이승만 기념관 건립 사업을 띄우더니 아예 서울 한복판에 짓는 것을 공론화하려한다"며 "이승만은 불교계를 혼란에 빠뜨린 인물이기도 하지만 불자, 스님을 떠나 국민 한 사람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제정 스님은 '헌법'의 첫 문장을 읽으며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곧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 계승'이라는 헌법 정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에 따르면 이승만은 종신집권을 목표로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가 4·19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독재자'다. 

특히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 서울시민들의 피난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제정 스님은 "서울 한복판에 이승만 기념관 짓는 것은, 5 18광주 학살의 책임자 전두환 기념관을 광주 시내에 건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전쟁 사흘 뒤 이뤄진 국군에 의한 한강인도교 폭파의 희생자 수는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사망자 대부분은 다리를 건너고 있던 경찰 77명뿐이고 민간인 희생자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피난민 500~800명가량이 폭살되거나 한강에 빠져 익사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선광 스님도 이승만 정권 당시의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보도연맹 학살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등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게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군대를 동원해 헌법을 뜯어고치며 12년간 절대권력을 휘두르다 시민의 저항에 부딪혀 불명예 퇴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덕림 스님은 “기념관 건립은 이승만 독재성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공감했다. 

서울시의 기념관 건립이 '이승만 국부 만들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설해 스님은 “기념관 건립은 8월 15일마저 광복절에서 건국일로 바꾸고 말 것”이라며 “보수기독교계 중심으로 추진되는 건국절 주장은 임시정부 법통을 무시한 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2022년 1월 개최된 대규모 승려 대회가 재현될 분위기도 감지됐다. 오 시장이 지난 해부터 뉴라이트 인사가 대거 포진한 이승만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와 비공개 회담을 갖고 은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점, 불교계가 2022년 8월부터 기독교 성지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점,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불교계 여론을 무시하고 최근의 시정 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입지가 송현공원으로 결정되면 (추후)불교계와 협의하면 된다"고 답한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제정 스님은 "오 시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보수개신교 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인인 만큼, 우리도 4월 총선에서 불교계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단체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도심 스님은 “서울 시장이란 권한을 이용해 서울 시민을 갈라치기 하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 정치적 야망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인물이 대권에 도전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불교계가 나서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제정 스님은 “1950년대 농지개혁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전국의 사찰”이라며 “농지 개혁이란 미명 하에 불교계 재산을 몰수했다. 사찰 땅 일부는 국유 재산으로 환수해 교회를 지었다. 근현대 탄압을 겪은 불교계로서 이승만은 0.1%도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2년 4월1일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 ‘사찰농지 반환 촉구’를 지시하고, ‘사찰 보호와 재원고갈 대책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대통령 담화를 발표했다.

제정 스님은 또 이승만 정권의 ‘정화유시’를 언급하며 “정치적 위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불교계 분규를 조장했다”며 “부패한 다른 종교도 있었지만 정화의 대상은 언제나 불교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만의 첫 유시 발표는 ‘사사오입 개헌’ 파동과 종신 집권 추진으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던 시점에 이뤄졌고, 한국전쟁이 정전협상 체결로 마무리되고 얼마 안 된 1954년 5월에서 1955년 12월까지 1년 반 사이에 여섯 차례 이상, 특히 1954년 11월에만 세 차례나 발표됐다. 그는 4·19 혁명으로 권력을 놓게 될 때까지 불교계에 개입하면서 ‘친일승(또는 왜색승)을 사찰에서 추방하라’며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돌렸다는 분석이 있다.

종교편향 특위는 우선 오세훈 시장을 겨낭한 성명을 발표하고 태고종과의 연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도심 스님은 3월 26일로 예정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서 성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청 및 송현광장 앞에서 가부좌 튼 채 1인 시위는 물론, 오 시장과의 면담도 추진한다. 선광 스님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관추진위와도 차담 했는데 조계종과 얘기할 시간이 없겠는가”라며 “총선을 앞둔 만큼 서둘러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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