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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 위한 이승만 기념관인가?

  • 사설
  • 입력 2024.03.04 13:54
  • 호수 1719
  • 댓글 4

이승만, 선거부정 등 헌법질서훼손 
사찰재산 빼앗고 불교계 분쟁 유도
오 시장의 종교편향 행보 ‘선’ 넘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송현공원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이하 종평위)가 2월 28일 성명을 발표하며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강행할 경우 서울시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던 지난해 12월 태고종 중앙종회는 “불교계의 의견을 묵살하고 기념관 건립을 강행해 일어나는 각종 불상사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서울시에 있다”며 강도 높게 반발했다. 이보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1월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불교계, 특히 종단 입장에선 (서울시의 송현광장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일방적인 추진은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고 오히려 더 큰 불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송현공원 이승만기념관 건립 철회’는 고사하고 교계를 기만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눠지나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큰 공적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제주의 4·3 사건과 여순학살을 자행했고, 발췌개헌과 ‘사사오입’을 통한 헌법 질서를 훼손했으며 희대의 부정선거로 하야했던 인물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이승만의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교계에 초점을 맞추면 일본의 적산 사찰을 교회에 내주고 농지개혁으로 전통사찰의 재산을 빼앗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기독교 세력의 확장과 지원을 위해 불교계의 분쟁을 통해 교세를 약화하고 나아가 사찰의 관리까지도 국가가 장악하면서 정교분리 원칙마저 무너뜨렸다. 교계의 시각에서는 결코 ‘위인’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을 위해 조계종과 태고종의 총무원 사이 공간인 송현공원에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서울시는 “2022년 7월 (송현녹지광장 부지를) ‘시민을 위한 열린 녹지 광장으로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시장도 2023년 5월 송현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참석해 “이건희기증관 외의 다른 시설물은 짓지 않고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남겨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돌연 11월 서울시청 시장실을 찾은 이승만기념재단 관계자와 비공개 회담에서 직접 PT(프레젠테이션)까지 발표하며 송현동 부지를 제안했다. 그가 준비한 자료에는 이승만기념관 건물 배치도·면적·소요 경비 등 구체적 계획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송현동 부지가 ‘최적지’라는 뜻을 밝혔다. 교계 반발 여론 대응 질문에 오 시장은 “송현동 입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불교계와 협의도 하고 설득도 하겠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영화 ‘건국전쟁’ 등이 상영되는 것이 일종의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60년 이상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선 공은 애써 무시하고 철저하게 과만 부각해 왔던 편견의 시대”였다며 “이제라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초대 대통령의 공과를 담아낼 수 있는 기념관 건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사업이 그리 중요하다면 원로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기부 의사를 밝힌 13,223㎡(4천평) 규모의 사유지에 기념관을 지으면 될 일 아닌가. 한마디로 교계의 여론은 귀담아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민과의 약속을 깨는 건 물론이고 교계의 엄중한 경고도 우습게 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한 해 동안 ‘뉴라이트’ 사관에 함몰된 행보와 정책·인사를 보였다. 교회를 찾아가 “우리의 헌법정신과 우리 사회의 제도, 질서가 다 성경에서 나왔다”라고 하는가 하면, 뉴라이트계에서 목소리를 높여 온 ‘건국절 지정’ ‘홍범도 장군 동상 철거’ ‘상해 임시정부 정통성 부정’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등을 추진했다.

오세훈 시장도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역사왜곡·종교편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오 시장 일련의 행보는 너무도 몰상식하고 무모해 보인다. 4월 총선을 위한 보수계 기독교인들의 표를 의식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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