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다면 자아(自我)도 없어야 하는데 어째서 경전은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로 시작하나요?” “시간이랄 게 없다면서 왜 율에서 ‘때 아닌 때 먹지말라’고 하나요?”불교를 조금 더 알고 싶어 여러 서적을 찾아 읽다보면 종종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것이 공하기에 선악이 없다’고 외치다가 갑작스레 ‘악을 행하지 말고 선을 행하라’고 한다. 시간의 실체가 없다했던 스님들은 ‘오후불식‘을 철저히 지킨다. 논리에 논리가 덧붙여지다보니 머릿속은 금새 엉망이 돼버린다.이 책은 상충하는 개념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알맞다.
성철 스님은 근현대불교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해인사 방장과 조계종 종정을 지내서만은 아니다.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이 성철 스님의 영향으로 화두를 든다. 매일 능엄주를 외고 힘겨운 삼천배 정진을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인다.성철 스님은 그 자체로 마르지 않는 깊은 우물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에서부터 만화, 소설, 평전은 물론 국내외 학술논문과 박사학위 주제로도 자주 다뤄진다. 작가와 연구자들의 눈에 비춰지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불퇴전의 수행자로, 가야산 호랑이로, 자비의 화신으로, 출중한 사상가로
금강 스님과 장규언 교수가 제36회 불이상을 수상한다.불이회가 주관하는 ‘제36회 불이상’에 장규언 서울불교대학원대 연구교수와 미황사 전 주지 금강 스님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2000만원의 연구비가 각각 수여된다.실천분야 수상자로 결정된 금강 스님은 조계종 교육원 교육아사리, 교육위원 등을 거쳐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해남 미황사 주지를 지냈다.불이회는 “금강 스님은 미황사를 자연과 화합하고 한국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는 불사로 가람을 일신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창의적 콘텐츠 개발로 미황사를 한국의
법정 스님이 휘파람을 불면 호반새는 오동나무 구멍에서 나와 춤추듯 공중제비를 하며 묘기를 부렸다.혜암 스님의 은사인 인곡 스님이 산길을 지나갈 때는 까치나 까마귀가 스님의 어깨에 앉곤 했다. 헌식할 때마다 암자로 찾아오는 다람쥐나 산새도 있었다.경봉 스님은 콩을 심으며 한 구멍에 콩알을 대여섯 개씩이나 묻었다. 그것도 콩알이 보일 정도로 살짝. 꿩이나 산비둘기들이 파먹기 편하도록 콩알 몇 개를 더 넣은 것이다. 만공 스님은 스승인 경허 스님 어깨 위에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지만 경허 스님은 그저
군 제대 후 복학한 20대 청년. 유능한 학자가 되기 위해, 훌륭한 교수가 되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시곗바늘이 정오를 가리키면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점심식사와 잠시 낮잠도 취했다. 쳇바퀴처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돼 비몽사몽하던 그에게 인생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아무 이유없이 찾아온 무상감이니 금방 사라질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경허·청담·성철·탄허·혜암 스님 등 선지식 스님들의 법문집을 두루 읽었지만 답은 없었다. ‘출가해야겠다. 수행에 매진해서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만
갈수록 선지식을 만나기 어려운 시절이다. 웅혼한 깨달음의 길을 열었던 수행의 전통은 오솔길을 지나 막다른 골목에 이른 느낌이다. 절절한 수행자를 만나는 것은 맹귀우목(盲龜遇木)이다. 그러나 산의 높이와 계곡의 깊이는 반비례하는 법. 선지식 만나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선지식 알아보는 맑은 안목을 가진 이들도 현저하게 줄었다. 우리 앞날에 드린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이런 이유로 학산 대원 대종사의 향기가 한국불교에 더욱 진하다. 이 시대 몇 되지 않은 선지식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로 많은 이들이 수행의 궁금증을 풀고 마른 목에 깨달음의
천안 보명사(주지 정일스님)는 7월4일 백중 입재를 맞아 ‘원순 스님 초청법회’를 봉행했다.원순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2019년 입적한 전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에게 전등율맥을 이어받았다. 스님은 “우리는 모두가 인연 따라 만나고 인연 따라 간다”며 이어 “모든 법은 티 없이 맑고 언제나 고요하니 부처님 제자는 이를 알고 정진하며 틀림없이 깨달음에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순 스님의 법문에 이어 소리꾼 신이나의 음성공양이 펼쳐졌다.주지 정일 스님은 “큰스님을 모시고 법문을 들을 기회를 자주 만
성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 스님)이 최근 ‘퇴옹학보’ 18집을 발간했다.수록된 논문은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강경구/ 동의대) △승조와 성철의 중도사상 비교(양순애/ 경북대) △현수법장의 교판론과 퇴옹성철의 불교관 비교 연구(석길암/ 동국대) △퇴옹의 중도사상이 현대 한국불교에 끼친 영향(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 △선종의 수행과 신심의 상관성 고찰(김호귀/ 동국대)로 모두 5편이다. 이외에도 1927년 10월 대곡파본원사 조선개교감독부의 ‘조선개교50년지’가 실렸다. 번역은 제점숙 동서대 교수가 맡았다.정주연 기자 je
“불교가 2600여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포교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불자들에게 포교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하며 포교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스님은 “법보신문에는 경전 말씀과 스님들 법문, 불교성지, 신심 깊은 불자들의 삶의 얘기, 불교계의 다양한 소식이 담겨 있다”며 “법보신문 보시가 곧 포교하는 일”이라
“60년이라는 숫자는 사람뿐 아니라 단체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1960년 시작된 경북대 불교학생회는 60년간 이어지며 젊은 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이는 불교학생회를 넘어 우리 불교사에도 뜻깊은 일입니다.”현대 불교사에서 대학생불자들의 활동은 크게 주목할 만하다. 1960년대 잇따른 대학생불교회의 창립은 지식인 불교, 젊은 불교, 실천 불교로의 전환을 상징했다. 이들 대학생불교회는 연합법회, 사상강연회,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운동 등을 펼치며 불교계 안팎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
오늘은 ‘포교사의 자세와 역할’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가 출가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릴까 합니다. 저는 11살 때 통도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당시 자운 큰스님께서 계셨습니다. 자운 큰스님은 성철, 향곡 큰스님과 법으로 한 몸입니다. 불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운허, 영암 큰스님과 한 몸입니다. 이분들이 한국불교를 일으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큰스님께서는 43세셨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절에 오자마자 저에게 3000배를 시키셨습니다. 참회하라고 하십니다. 무슨 죄를 지어 참회해야 하는지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회장 혜장 스님)가 7월3일 제67회 여름지도자 강습회를 개최한다.지도자 강습회는 '휴식같은 하루 ‘心쉼’을 주제로 열리며, ZOOM과 BAND를 통해 온라인으로 운영된다. 이번 강습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법회를 지도해온 지도자들을 위로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걸맞은 포교활동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강의는 불레협 회장 혜장 스님의 ‘나의 가능성 알아보기’, 전영은 색채심리지도사의 ‘종이접기 만다라’, 유상진 전문지도자의 ‘랜선 레크’로 구성돼 있다. 7~8월 한 달간 운영되는 BAND에서는 자인 스
세계 학자들이 모여 동아시아 불교관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불교도 소개돼 관심을 모은다.동국대 동아시아해양문명&종교문화연구소(소장 박영환)가 6월19일 화상회의 줌(Zoom)으로 제7회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이날 학술대회는 박영환 동국대 동아시아해양문명&종교문화연구소의 개회사와 윤성이 동국대 총장의 축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격려사로 시작된다.‘동아시아 문헌과 문학 속 불교세계’ 및 ‘동남아시아 불교와 종교’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회장 고영섭)가 최근 ‘한국불교학’ 제98집을 펴냈다.이번 논문집에는 연구논문 8편이 수록됐다. 불교교학 분야에는 △‘화엄경소’에 나타난 원교의 능동과 소동 범주문제-‘결택기’와 ‘회현기’간 논쟁을 중심으로(지현 스님/ 이화여대 사학과) △‘물불천론’ 연구(2)-상견론인가 성공론인가(조병활/ 성철사상연구원)가 실렸다. 불교사학 분야에는 △중국 근대불교에 미친 베르그송 철학의 영향(김제란/ 동국대 불교학술원) △고려시대 밀교종파 지념업(총지종) 연구(강대현/ 위덕대) △강원도 삼본사 수련소의 설립과 운영(이원석/
합천 해인사, 대구 동화사, 강화 보문사, 문경 김용사 등 수많은 사찰의 현판과 편액, 주련 등에 글씨를 쓴 평산 유형재 작가의 시서화(詩書畵)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해인사성보박물관(관장 적광 스님)은 6월17일부터 11월30일까지 관내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초대전 ‘일생일념(一生一念) 평산 유형재 연화전’을 연다. 이번 전시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유형재 작가가 18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자 ‘연화(蓮花)’을 소재로 한 첫 번째 자리이기 때문이다. 해인사성보박물관 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된 이번 초대전에서 그는 더러운 곳에
반야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안 스님)이 제11회 반야학술상 후보자를 추천받는다.반야학술상은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과 반야암 사부대중·영남권 불교학자가 한국불교 지성화를 발원하며 불교학자들을 격려하고 연구를 지원하고자 마련됐다.후보자는 최근 5년간 불교학 및 불교문화 관련 연구 성과물이 있어야 하며 박사학위 취득 후 10년 이상의 연구자 또는 이에 준하는 연구 경력을 가진 자여야 한다.수상자에게는 연구지원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후보자 추천 방법은 7월15일까지 반야불교문화연구원 홈페이지(www.banyaresearch.org
“어쩌면 무식이 유식을 지켜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사스님이 평생 백련암 장경각을 상좌들에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장경각 내부를 본 스님도, 들어가 본 스님도 없었습니다. 그저 당신 혼자 들어가 공부를 하고 나오셨어요. 열반하실 때까지도 소장된 책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묵묵히 떠난 은사스님이었기에 서고에 귀중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스님이 떠나신대로 무식하게 지켜왔어요. 은사스님이 장경각 문헌의 가치를 알리셨더라면 서고의 책들이 한 두권씩 떠나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백련불교문화재단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 정신을 널리 알려온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이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과 함께 생활참선 14기 입문코스와 선 전래 1200주년 기념 하안거 특강 ‘직지심체요절’ 온라인 공부반을 모집한다.입문코스는 ‘영원한 행복, 생활참선’을 주제로 6월1일부터 2021년 8월10일까지 3개월동안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부터 12회에 걸쳐 진행된다. 고우 스님과 원택 스님이 증명법사로 나서며 고우 스님의 참선 법문집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을 교재로 불교인재원 박희승 교수가 강의를 지도한다. 7월17~18일에는
성철 스님이 생전 숙독하고 연찬했던 고문헌 120종이 도록으로 발간됐다. 1475년 설잠 김시습이 중국 동안상찰(?~961) 선사가 지은 ‘십현담’을 주해한 ‘십현담요해’를 언해한 정수사판 ‘십현담요해언해’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희귀본도 함께 수록됐다.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자광 스님)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사업단은 최근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을 담은 ‘성철 스님의 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불교학술원은 2017년 8월 해인사 백련암 소장 고문헌 예비조사에 착수, 그해 11월1일 백련암과 ‘불교기록문화유산 조사·촬영 업무협약
어려서부터 혼자 조용히 있기를 좋아하는 예민한 소녀였던 내게 아빠는 내 마음을 잘 알아주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아기 때부터 생일이면 독상을 차려주실 만큼 나를 아끼고 귀하게 생각하셨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가족들의 광기 어린 성향이었다.“은희야(어릴 적 이름), 니 까자(과자의 경상도 사투리) 어디서 사 왔노?”“외상으로 사 왔다.”이 대답에 태어나 처음으로 폭력을 경험했다. 사실 시골에서 외상으로 간식과 술을 사온 건 아빠였고 아빠를 꼬리처럼 따라다닌 나는 배운대로 했을 뿐이었지만 설명 한마디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