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덕(德)으로 원한을 갚는다면 어떻겠습니까”하는 물음에, “그렇다면 덕은 무엇으로 갚을까? 덕으로 덕을 갚고, 올바름으로 원한을 갚는 게 옳지!”라고 대답하였다. 원한에 대하여 그것을 원한으로 갚는 법, 올바름으로 갚는 법, 덕으로 갚는 세 방법이 있는데, 덕으로 원한을 갚는 방법은 바로 노자적인 방법이겠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도 통하는 이야기인데, 종교적으로는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어려운 이상론에 가깝다. 그 이상론을 뺀다면 공자가 말한 ‘올바름으로 원한을 갚는’ 방법이 가장 중도적이고 현실적인 올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불교인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오계가 있다. 신라의 원광법사는 사회적 현실에 맞추어 화랑에게 새로운 세속오계를 수여했다. 대승불교에서는 ‘범망경’의 출재가자들을 위한 계와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의 삼취정계가 잘 알려져 있다. 남산율종의 도선(道宣)율사 또한 ‘사분율행사초(四分律行事鈔)’에서 계법(戒法)・계체(戒體)・계행(戒行)・계상(戒相)으로 계율의 의미를 설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계의 근본 뜻은 변함이 없지만, 시대와 환경을 따라 새롭게 제정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불타 재세 시에도 계율은 당시의 상황
희뿌연 미세먼지로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삼월 중순의 대한민국이, 속칭 ‘버닝썬 게이트’로 뜨겁게 불타고 있다. ‘~ 게이트’로 불릴 만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은, 강남의 한 클럽에서 일어난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폭행사건이 발단이 되었다.지난해 11월, 일렉트로니카 클럽인 버닝썬에서 클럽 이사와 보안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김모씨가 “버닝썬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성폭력이 일어나는 데도 경찰이 비호하고 있다”고 언론에 폭로한 것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사건 초기에는 ‘취객 난동’으로 치부될 뻔 했으나, 유명 아이돌 그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었다. 우리 불교계 역시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 등의 행사를 통해 3․1운동이 남긴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일에 적극 동참하였다. 일제의 식민 침탈은 비록 3․1운동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선열들이 남긴 숭고한 희생정신과 평화주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서고 있다. 일제강점기 35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아직 ‘살아있는’ 역사이다. 가해 당사자 일본의 아베정권은 오히려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고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만드는 일에 혈안이 되어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과 함께 찾아온 민족해방, 그 뒤로 75년이 가까워오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종교 인구와 그에 따르는 교세가 급변하여 주류 종교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게 된 점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일 것이다.1945년~1953년 ‘불교‧유교‧대종교‧천도교‧개신교‧가톨릭의 6대 종교’, 1954년~1960년 ‘불교‧개신교‧천도교‧가톨릭‧유교의 5대 종교’, 1961년~1965년 ‘불교‧개신교‧가톨릭‧천도교의 4대 종교’ 시대를 지나게 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실종되었다. 네편 내편을 가르는 일만이 남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요,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내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옳은 말이요, 네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틀리다는 식의 행태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그것이 폭력적인 수준으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렇게 간다면 그 극단적인 양극화의 비참한 종말이 있을 뿐이다.벌써 좀 뒤늦은 이야기지만 5·18과 관련된 폭력적인 언어들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정말 옳음과
현대 학문인 한국불교학의 연원은 근대 일본불교학이다. 일본의 식민지 강권통치 시기에 일본에 유학한 일군의 학자들이 그 선구자다. 이후 일본으로부터 부단한 수혈을 통해 오늘날 나름의 한국불교학이라는 학문적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물론 이 외에 외국에 유학하여 한국의 불교를 세계에 알린 학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불교학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한국불교학계의 첫 번째 과제가 있다. 돌이켜보면 일본 혹은 한반도에서 불교학을 연구한 근대의 학자 가운데는 일본의 식민지정책에 부역한 사람들도 있었다.
기해년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소한, 대한이 지나고 절기가 입춘이다. 여전히 동장군이 버티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봄의 길목에 들어섰다. 대개 이때를 즈음해서 설날이 오는데 올해 입춘은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이다. 이에 정초기도 앞두고 입춘기도 봉행하랴 절집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입춘기도는 한국불교의 특성이 잘 반영된 불교의식이다. 입춘의 의미를 불교교리를 곁들여 재해석하고 적절하게 수용함으로써, 이제 입춘기도는 사찰의 중요한 연례 법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선대 조사스님들의 방편 지혜 덕분이다.급변하는 사회
새해가 되면 조계종 주요 기관들은 한 해의 사업계획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조계종 교육원 역시 지난 1월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교육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계획을 밝혔다. 이 기자회견을 전하는 교계 언론매체의 보도를 접하면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조계종 교육원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기본교육기관 조정 문제에 대한 ‘무대책’ 때문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교육원 독단으로 결정, 시행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기자회견 당일 교육원장 스님이 “종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전체 인구의 15% 정도에 지나지 않는 네덜란드 이주민 후예(보어인, Boer)들이 모든 권력을 움켜쥐고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선주민 흑인과 인도계 주민 및 혼혈인들을 철저하게 차별‧탄압하였다.다수를 차지하는 유색인들은 투표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이동의 자유조차 누릴 수 없어서 관공서에서 발급받은 통행증이 없으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었다. 유색인들 특히 ‘인간이 아닌 인간’ 취급을 받았던 흑인들에게 ‘자유‧인권‧평등’ 등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결국 백성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이 말은 공자가 이름을 바로잡아야 할[正名]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한 말이다. 요즈음 여당을 중심으로 하여 혐오와 차별 표현 증가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강구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공자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그런 좁은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이름과 말이 바르게 쓰이지 않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심각한 반성을 하게 된다.인간의 사유라는 것은 실상 알고 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 청년의 죽음은 세상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이러한 청년들의 죽음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밤에 산책하며 바라보는 아파트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보노라면, 우리 발아래에서 신음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밤하늘로 번져가며 이 세상을 혼돈 속으로 집어삼키는 것 같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자본의 전횡 속에서 우리는 이 찬 겨울을 따뜻한 방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그 밝은 불빛과 따뜻한 온돌 아래에서는 죽음의 순서를 기다리는 젊음들이 주거공간마저 지옥 같은 한두 평의 쪽
부처님 전에 올려진 축원문은 일반 서민들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축원문엔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가장 절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발원하는 축원문 내용은 사회 현안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부처님이 가장 많이 듣는 발원을 꼽는다면 단연 ‘속득 취업성취’ 발원일 것이다.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우선으로 중시한 것이 일자리 창출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엔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매일 일자리 관련 사안들을 직접 챙겼다. 그런데 그토록 총력을 기울였음
2018년 무술년이 저물어간다. 올 한 해에도 우리 불교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총무원장을 탄핵하고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격변기를 보내야 했다. 여기에 맞물려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조계종 고위직 스님들의 비위와 관계된 내용을 두 차례나 내보냄으로써 큰 파장이 일었다. 올 한 해 조계종 승단에서 불거졌던 각종 혼란상은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일임이 분명했다.조계종 승단의 안정과 화합, 그리고 신뢰회복은 한국불교 전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때로는
유럽인들은 1492년 이래 신세계라고 불렀던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며 이 대륙을 수렁에 빠트린 천연두‧홍역‧인플루엔자‧페스트‧황열‧콜레라‧ 말라리아 등 그곳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를 갖고 들어갔다. 유럽의 침략 이전 이 대륙에는 이런 질병이 없었다. 따라서 면역력이 아예 없어서 이 질병들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고, 아스테카와 잉카 제국 원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 질병으로 떼죽음을 당했다. 1600년까지 약 100년 사이에 20회 정도 대륙을 휩쓴 전염병으로 원주민 인구가 침략 이전의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이런 참변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간 육아와 출산에 관한 복지정책안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동수당, 출산장려금 등 명목으로 1조원의 예산을 늘리는데 합의한 것이다. 출산감소로 인한 인구 감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임을 여야가 모두 인식한 결과이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출산장려금으로 250만원을 지급하고,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들에게 월 10만원을 준다는 식의 정책이 과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
지난 10월말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티엔시(莆田市)에서 중국불교협회가 주최한 제5차 세계불교포럼에 참석했다. 무려 50여개 국가에서 1000여명의 불교지도자들을 초대한 불교대회였다. 7개 분과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발표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불교종단협의회와 원불교가 참여했다.제1회 때부터의 주제를 찾아보니 주로 화합, 동행, 우호, 중도 등 불교 고유의 사상이 전개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중국인들을 불심으로 단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중국이 불교를 활용해 열린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제 애비를 바꾼 놈’ 환부역조(換父易祖)! 명예와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심한 욕은 없다. 역사는 크게 국가나 민족사에서부터 작게는 가족사가 있으며, 그 중간에 크고 작은 조직과 단체의 역사가 있다. 그 모든 역사에서 누구를 시조로 하는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과거에 근거해서 미래를 열어가는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선학원이 한국불교 근현대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일제강점기에 한국불교계는 왜색화 현상이 심각하여, 승려가 결혼하고 고기를 먹는 ‘대처식육’이 만연하고, 선풍(禪風)은 땅에 떨어졌다.
지난 11월 첫째 주말, 참으로 오랜만에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진전사(陳田寺) 도량을 참배하였다. 과연 복원불사 이후의 진전사 도량은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도량 곳곳을 둘러보았다. 폐사지에 불과했던 이 공간에 새로운 불전이 들어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코 쉽지 않았던 복원불사의 과정에 동참했던 많은 대중을 떠올리면서 그분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예를 올리기도 하였다.도의(道義) 스님은 조계종 종헌에 의해 종조로 추앙되고 있는 신라말의 고승이다. 스님은 오랜 기간의 중
권력의 뒤에는 측근의 전횡과 비리가 있어서 문제를 일으키고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승만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측근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정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김기춘-우병우-안종범’ 등 청와대 비서진들이 저지른 권력 남용과 비리로 얼룩졌던 지난 정권의 실패는 좋은 역사의 거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출범 제2년차를 마무리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물론 측근의 문제는 대통령만 아니라 부처님을 모셨던 시자들 중에서도 못된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하니,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