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게 피었을 선운사 ‘봄 동백’과의 만남은 잠시 미뤄둔 채, 지난 밤 내내 달빛 머금은 오솔길 걷는다. 선운사 유명세 따라 선운산이 됐지만 이 불산의 원래 이름은 도솔산(兜率山)이었다. 미륵보살이 상주하는 내원(內院)과 천인들이 노니는 외원(外院)으로 짜여진 도솔천이니, 내원궁으로 향하는 이 산길 홀로 걷고 있으나 실은 천인들과 함께 걷고 있는 것이리라.도솔암 옆 절벽에 새겨진 마애불은 여명의 빛살을 받으며 황금색으로 나투고 있다. 새침해 보이는 미륵불이신데 어찌 보면 퉁명스러워 보여 달래주고 싶다. 정감 넘치는 마애불이었으니 이
“따뜻한 사랑의 작은 나눔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립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기적을 선물하세요.”2005년부터 이사장 소임 맡아수많은 대외활동 참여하면서도생명나눔 권선을 최우선 삼아간이식 받았던 경험 바탕으로지난해 희망등록자 5만명 달성10년 만에 회원 15만명 확대원력·자비 마음에서 나오는 것“나눔으로 함께사는 세상” 발원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생명나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권유하느라 여념이 없다.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빨간 희망씨앗이 그려진 생명나눔
신라 헌강왕(신라 49대. 875년 즉위) 재위 당시 신라는 번영의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선율에 얹어진 태평가가 밤낮으로 흐르는 경주 땅을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에 이렇게 적었다. ‘경주서 인근 바다에 이르기까지 집과 담장이 맞닿아 있었고 초가(草家)는 하나도 없었다. 생황소리와 노래 소리도 도로서 끊이지 않았다.’신라 헌강왕이 용 위해 지은 망해사어부 무사귀환 기원 아낙 마음 대변영취산과 문수산 가는 이정표 역할청량산 자락 영취산에는 1400년 전초암 짓고 살던 낭지스님 기록 전해자장 창건한 문수사는 문수산서 기인신
5대 적멸보궁과 ‘왕오천축국전’, 구산선문과 ‘삼국유사’ 그리고 간화선과 ‘직지심체요절’ 등 희대의 불사를 일군 역대 조사들 원력에서 한국불교사를 배우는 강좌가 열린다.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은 2월15일 기자간담회에서 “재가불자 공부 열기 확산을 위한 3차 강좌로 ‘한국불교’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2600년 불교, 대중강좌로 이해하는 길’을 주제로 2015년 9월과 11월 개강한 인도·티베트 및 남방불교, 중국불교에 이은 세 번째 강좌다. 이번 강좌는 한국불교 종지종풍 근원 파악과 실천신앙으로 거듭나는 불교를 제시하고자 마
계법(戒法)은 수행의 기반이 되는 규범으로서 깨달음으로 향하는 여정의 가장 중요한 방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단박에 깨닫는 돈오사상을 곡해해 계율을 소홀히 여기는 풍조가 생겨나는가 하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청정승가의 계율관이 피폐해지기도 했다. 더욱이 비구니스님들은 계율 관련 연구물이나 서적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계를 연찬하고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사분율비구니계상표해’ 발간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3년간 번역·주해 작업 결실계목·계상·범하는 조건 등비구니스님 348가지 계 망라구체적 설명으로 이해력 높여이런 상황에서
총 길이 36m, 계단 127개, 경사 51도. 대둔산 삼선계단 앞에 섰다. 얼핏 올려 보았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아찔하다. 발 끝 하나 헛디디고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뒤로 휘청거리면 100m 절벽 아래로 추락이다. 철제 난간을 ‘콱’ 움켜잡았다. 이 계단을 건너 이 산의 정상 봉우리 마천대를 넘어야만 태고사에 닿으니 기필코 올라야 한다.원효가 ‘도인 출현’ 예언하고덩실덩실 춤추었던 태고사엔안온·호쾌함이 절묘히 깃들어경허의 세 달 중 하나인 수월그 손자 도천이 선지식 나기를바라며 50년 간 두문불출 가꾼잣나무 숲이 수행
오대산이 잠들었다.잔설로 백발이 된 오대산은 얼어붙어 미동조차 없었다. 영하 20도, 체감온도 영하 33도. 그러나 중대사자암 비로전은 뜨거웠다. 합장하거나 염주를 움켜쥔 두 손이 절절했다. 부처님 지혜광명이 자신뿐 아니라 일제중생에게 비추길 바라는 간절함이 빚은 장엄이었다. 1월23~24일 2016년 새해 첫 ‘광명진언 철야법회’였다.1월23~24일 병신년 첫 법석체감온도 영하 33도에도 정진전국 각지에서 200여명 동참새벽 4시 회향까지 낙오 없어매월 넷째 토·일 철야법회감원으로 해량 스님 부임한 후2011년부터 6년째 지성 주
“인도 다람살라의 사원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경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독송한다고 해서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 깊이는 티베트 밀교의 최고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울산 남구 신정동 ‘람림학당’ 혜능 스님은 낮지만 분명한 어조로 책의 가치를 밝혔다. 법당 한 가운데 봉안된 밝은 주황빛의 양장본이 바로 그 책이다. 제법 크고 두껍다. 펼쳐 보니 티베트어와 한글이 함께 실렸다. 글씨도 큼직하다. 독송용으로 크게 제작된 것으로 수행자를 위한 책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불교도에게 낯선 경전은 분명하다. 그래도 ‘문수보살
오계 가운데 하나인 불투도(不偸盜). 남의 것을 훔치거나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금하는 이 계율은 자신의 소유물에 충분히 만족하고 다른 사람의 소유물에 대해 미세한 욕망조차 버릴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탐심을 버리고 소욕의 삶을 실천하는 데 있어 불투도는 근본이 되는 계율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수많은 경전을 통해 도둑질의 정의와 불투도계의 적용 사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이를 지킬 것을 강조했다.탐심 버리고 소욕위해선미세한 욕망조차 버려야규범 지키고 청탁 않기는불투도계 실천의 첫걸음부처님은 ‘사분율’에서 “불투도는 그
수나라 말엽 당나라 초기에 도흥 스님이란 분이 계셨다. 어려서부터 그는 남달랐다. 겨우 글을 익히고 생각할 나이인 여덟살 무렵, 흙장난이나 전쟁놀이로 여념 없는 또래와 달리 그는 늘 스님들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그에게는 스님들이 동무였고, 마을 인근의 대광사(大光寺)가 놀이터였다. 열아홉이 되던 해, 그는 결국 대광사로 출가하였다. 눈물 짓는 부모님께 도흥은 맹세하였다.나와 이웃 행복 발원하며열아홉 나이 대광사 출가살해 위협에도 계율 지켜만인 존경받는 스승되다“부처님 가르침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얼마 후였다. 당
'북금강 남설악' 들었다 해금강 너머로 툭 던질선기 가득한 절로 초대'숲은 제 스스로 거둔다!'설산(雪山)에 걸린 시린 달 벗 삼아 푸른 길 걷는다. 새벽 공기 차지만 피는 뜨겁다. 아니, 쿵쾅거린다. 금강산 가는 길 아닌가.변산반도 의상봉 동편 절벽에 걸린 암자(불사의방)서 수도하던 진표 율사. 지장보살로부터 정계(淨戒) 받은 직후 금산사와 법주사 창건하고는 금강산에 이르러 동쪽에 발연사, 서쪽에 장안사, 그리고 남쪽 신선봉 아래 지금의 화암사(禾巖寺)를 세웠다. 신선봉은 금강산 1만2천봉 중 제1봉. 지금은 설악산 북주
고려시대에는 팔각다층석탑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평양의 영명사 및 홍복사 7층석탑, 그리고 묘향산 보현사 13층석탑처럼 고려의 수도 개경에 가까운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드물게 남한에서는 강원도 평창 오대산의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남아있다. 이러한 팔각형 평면의 탑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추정되고 있다.안정적인 높이·균형미 압권명확한 조성 연대는 알수없어 유연 스님 중창때 조성 추정되나유사 형태로 중국 연관성도 제기10세기~조선까지 견해 다양해월정사탑은 비록 개경의 입장에서 보면 멀
전북 완주군 안심사(주지 일연 스님)는 11월1일 대웅보전 낙성식과 삼존불 점안법회를 봉행했다.안심사 대웅보전은 소실 65년만에 설계비를 포함한 목조건축사업비 40억원과 단청사업비 12억원을 포함해 총 공사비 52억원을 들여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복원된 대웅보전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2층 법당으로 1층 173㎡(53평), 2층 112㎡(34평) 규모다.이날 행사에는 금산사 조실 월주 스님을 비롯해 해인사 무관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 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 대전 비구니청림회장 효경 스님 등 150여명의 스님들과
‘속고승전’에 동진(東晉) 혜원(慧遠·332~414)선사의 백련결사가 등장합니다. 아마도 결사의 효시라고 생각됩니다. 백련결사 당시 실질적인 통치자가 환현(桓玄·369~404)이라는 권력자였습니다. 황제는 아니지만 실질적 통치자로 나중에 스스로 왕이 됩니다. 환현은 혜원선사를 존경했습니다. 속고승전은 환현의 말을 빌려 이렇게 이르고 있습니다. 사문은 경전의 가르침을 받들고 그 뜻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경전의 가르침을 배워야 스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넘어 그 가르침을 다른 사람에게
천수백년 전 산문을 연 의미를 되새기는 개산대재가 전국 곳곳에서 봉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특별한 법석이 함께해 의미를 더한다.금정총림 범어사는 개산 1337주년을 기념하는 개산대재와 함께 최근 국내 경매에서 낙찰 받은 칠성도 2폭에 대한 귀환 법요식을 가졌다. 범어사(주지 수불 스님)는 10월17일 경내 대웅전 앞마당에서 ‘범어사 1337주년 개산대재 법요식 및 칠성도 봉안법회’를 봉행했다. 개산대재에 앞서 대웅전에는 칠성도 두 폭의 이운식과 함께 점안식을 봉행, 귀환을 알리는 법회를 가졌다.이운식 행렬은 박물관을 출발해 일주문, 휴
10월17일 개금불사 회향식법회 사부대중 만여명 운집진표 율사 조성 원력 계승해“미륵신앙 근본도량의 중심”속리산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이 금빛 찬연한 옷으로 갈아입고 미륵신앙 근본도량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주지 현조 스님)는 10월17일 금동미륵대불 점안식 및 개금불사 회향 대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법주사 조실 월서 스님, 법주사 회주 월탄 스님, 직지사 주지 흥선 스님, 동화사 주지 덕문 스님, 108순례단 혜자 스님, 능인선원 지광 스님, 종회의원 정범·각림·원경 스님
“그립고 사랑하는그 모든 게 님이라면설악의 님은 사리탑” 절정을 향해 치닫는 10월의 단풍이 내설악 백담계곡을 붉게 감싸고 있다. 설악이 내준 어느 길로 들어서도 단풍나무숲으로 향하나, 오늘은 구곡담으로 난 길을 따라 봉점암(鳳頂庵)에 오르려 한다. 해발고도 1244m에 자리한 암자.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20여개의 암봉이 연이어 성처럼 길게 둘러쳐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용아장성(龍牙長城)은 설악산에서 가장 험한 능선으로 손꼽힌다. 산 사람들 말에 따르면 “봉정암은 그 이빨의 잇몸쯤에 자리 잡고 있다” 한다. 가는 길 녹록치 않겠
단풍 흐드러진 가을 산사를 찾아 떠나는 사찰순례는 가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무르익은 가을 속 호젓하게 자리한 산사는 그 자체로 아름다움과 경건함을 전하는 힐링 장소이기도 하다. 가을 산사를 향한 이같은 기대감과 더불어, 그곳에 당도하기까지 어떤 교통편을 택하는지에 따라서도 여행의 맛이 달라진다. 올 가을엔 기차를 타고 특별한 순례 여정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보다 올해에는 KTX호남선이 개통하고 포항역이 문을 열면서 순례객들의 선택범위도 대폭 확대됐다.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된 백제역사지구도 2시간만에공주·부여서
“성철이 가만히 보니 시절이 수상했다. 스님들도 하나둘 흩어졌다. 성철은 경찰과 빨치산 양쪽 모두에 의심을 받고 있었다. 봉암사의 실질적인 대표로 인식되어 ‘손봐 줄 대상’이었다. 당시 편을 가르는 사회 분위기로는 양쪽에서 모두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들이 산문을 넘어왔다. 문경 봉암사는 빨치산들이 오가는 길목에 있었고, 실제로 산사람들이 봉암사 인근에 자주 출몰했다. 이에 군경의 출동도 잦아졌다. 빨치산은 기어이 봉암사에도 들이닥쳐 식량을 약탈해갔다. 어느
“대중을 무섭게 다그친 만큼 성철은 자신에게 엄격했다. 결사 중에도 생식을 계속했다. 쌀 두 홉을 물에 담갔다가 간을 하지 않고 씹어 먹었다. 일체 찬도 없었다. 성철은 이때도 장좌불와(長坐不臥)를 계속했다. 성철의 방엔 목침이 없었다. 누구도 이불 위의 성철은 본 적이 없었다.”봉암사는 희양산 흰 바위만큼이나 높이 솟았다. 봉암사에서 일어난 일은 금방 퍼져나갔다. 선승들이 전국에서 찾아왔다. 부처님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절 살림은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 선방에서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알고 싶고 보고 싶었다. 봉암사 스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