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왔다. 매일 넘나드는 한라산정에는 제법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 세월이 흘러가면서 우리들은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화엄경’에서는 ‘모든 것은 변화하고 우리들은 괴로워한다. 변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설한다. 계절이 바뀌어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힘겹고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 존재 자체가 괴로움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고뇌는 시간에 실려 흘러가면서 발생하기 일쑤다. 궁극적으로 시간이 흘러 점점 죽음의 문턱으
인도 순례를 갔을 때, 곤혹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가 우리들을 쫓아다니던 거지들이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손을 내밀면서 바짝 붙어 다녔습니다. 때로는 가방 안까지 들여다보며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옆에서 가이드들이 쫓아내지만, 그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는 없습니다.현지 가이드들은 거지 숫자만 계속 늘어난다며 베푸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더더구나 그들은 감사한 마음도 갖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베풀어서 복을 짓게 해 주었으니, 당신은 나에게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우리나라에서는 구
어느덧 하늘은 높고 푸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가을임을 느끼게 합니다. 어제는 우리 복지관의 가을맞이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어르신들이 북적북적한 축제가 되었을 텐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인지라 온라인 축제로 개막했습니다.우리 어르신들에게는 온라인이라는 매체가 익숙하고 편하게 사용하기보다는 배우고 익혀서 활용해야 하는, 조금은 어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복지관에 키오스크를 들여 놓아 어르신들이 직접 체험을 해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바로
나의 몸은 부모님이 주신 유전자와 자연에게서 얻은 지·수·화·풍 등 원소로 이뤄져 있다. 그 몸을 나의 마음이 자유롭게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몸은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는다.몸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이전에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내 것’ ‘네 것’을 서로 나눠 생각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사람의 기본적 욕구인 생명유지와 소유에 대한 욕구가 왜곡되게 빚어져 ‘내 것’ ‘네 것’을 나누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몸이라는 것이 늘 내 곁에 있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되니 대부분 사람들은 몸도 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
사람들은 보이는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들리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식하고 싶은 것만 인식한다.일반적인 말로 하자면 모두 지극히 주관적인 삶을 살 뿐이다. 가끔 “객관적으로 보면…”이라며 말하는 사람이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우리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보편적인 다수의 의견으로 위장해서 타인을 설득하고자 한다.불교는 참 편안하다. 무엇보다 억지 주장을 하지 않는다. 억지 주장을 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또다시 산문을 닫았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비상 연락을 하고, 법당 가득가득한 행사 물품과 음식 등을 정리하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었지요. 마침내 백중기도까지 혼자 올리게 되었습니다. 허탈한 마음, 분노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잊고 있었던 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로프라라는 티베트 스님은 중국 경찰에 체포되어 18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심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후에 석방되어 달라이라마 존자를 만났습니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고생이 많았다며 위로하자, 스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미워하고, 자비심을 잃게 될
긴 코로나19 상황이 우리들을 힘들게 하는 것도 모자라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간 우리들이 너무 환경을 함부로 사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앞으로는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삶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행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어느 보살님이 “스님~” 하면서 저를 불러 세웁니다. 걸음을 멈추고 “네, 무슨 일이신지요?”를 물었습니다. 보살님은 기도를 여기저기 올려도 되냐고 질문을 하십니다. 봉은사와 조계사에 아들 대학합격기도를 올려놓았는데 그
기도하면 정말 이뤄질까? 기도를 많이 한 불자도, 초보불자도 확신이 잘 안서는 분이 많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니 믿음이 점점 엷어져 기도하는 불자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자본만능주의 시대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라 하더라도 일을 많이 해 생산능력이 좋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영역에 있는 아이디어·지식·지혜·운영능력·투자능력 등에 따라 재산의 양이 결정되는 사회이다.기도의 사전적 의미는 절대자에게 소원을 비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불교의 기도는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이 있다. 소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다양한 영상을 통해 온 국민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면서 소식을 접하는 모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지금같이 큰 홍수로 피해가 발생되었으면 무엇보다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려는 심정으로 재해극복에 힘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뉴스를 보다 보니 피해를 크게 입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상청, 수자원공사, 여당과 야당이 각각 자기들의 주장을 펴면서 다른 기관의 과실을 조금이라도 더 파헤치려 안달하는 것 같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부처님께서 제자 말롱카에게 ‘독화살의 비
불교대학에서 공부한 지 17년이 되는 노보살님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상대 마음도 잘 헤아립니다. 항상 즐거운 분이라 주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가끔 결석이라도 하면, 모두가 심심해 할 정도입니다.어느 날, 공부 후에 ‘불교 공부하기를 참 잘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장 내일 죽어도 미련 없다며 웃습니다. 보살님의 그 미소가 참으로 자유로와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정말 공부 참 잘 하셨다’며 안아 주었습니다.수행은 삼매의 마음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체 번뇌를 여의고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비가 며칠 오고 난 뒤라 그런지 요즘은 하늘이 무척이나 파랗고 예쁩니다. 파란 하늘 만큼 우리들의 마음도 맑고 푸르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모처럼 도반스님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어떤 일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요즘의 근황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요, 복지관을 운영하다 지금은 쉬고 있으니 여유가 생겨서 좋기도 하지만, 포교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요즘 배우고 있는 심리공부를 적용해 보살님에게 “앞으로 기도를 이런 방법으로 하고 백일이 지난 다음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고 상담을 하였더니 헤어질 때의 인사가
얼마 전 울산 백양사에서 순국선열 영가님들을 위한 수륙대재가 봉행됐다. 우중(雨中)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스님들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모여 이 땅을 지키신 분들의 은혜를 기리며 의식을 진행했다. 비가 오는 데다 의식은 한문이고, 축사·봉행사 등 식순이 장황하다보니 사부대중의 진열이 일사분란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우리 불교에서 행해지는 의식에 대해 의미를 이해하고 그 필요성을 믿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에 동참하여 큰 인연과 공덕을 지을 텐데 말이다.사찰에서 행해지는 의식은 중생제도와 깨달음을 향한 보리심의 완성을 위해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