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직계 제자들과 후대의 제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가르침, 물려주고 싶었던 법의 유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명상수행과 열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무명과 갈애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생로병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명상수행과 열반의 증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명상수행을 통해서 부처님도 자유롭고 청정하게 뭇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는 삶을 몸소 체현하여 보여주셨고, 수많은 제자들이 그 뒤를 이어왔다. 그래서 불교를 명상수행의 종교, 자기성찰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불
① 태어난 공주가 아주아주 못난이사위국 바사닉왕이 예쁜 공주를 바랐는데, 태어난 공주가 아주 못난이라. 나라의 자랑이 돼야 할 공주가 못난이구나,눈·코·입·귀·손·발…, 하나도 예쁜 모습 아니었지.“자랑이 못 되니 숨깁시다.” “마음은 착한 아이 같은데 할 수 없지요.” 바사닉 왕과 말리 왕비가 의견을 모았지.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이를 돌보미로 딱 하나.변두리에 공주의 집을 예쁘게 짓고 일곱 겹 담벽에, 일곱 개 큰 대문. 대문마다 큰 자물통이 꽉!돌보미가 지키고 왕과 왕비만 드나들 수 있는 집. 집안에 갇혀 지내는 못난이 공주는
둥글둥글한 돌 하나 꺼내 들여다본다물속에서는 단색이더니 햇빛에 비추어보니여러 빛 몸에 두르고 있다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둥글납작한 것이 두루두루 원만한 인상이다젊은 날 나는 이웃의 선의,반짝이는 것들을 믿지 않았으며모난 상(相)에 정이 더 가서 애착을 부리곤 했다처음부터 둥근 상(像)이 어디 흔턴가각진 성정 다스려오는 동안그가 울었을 어둠 속 눈물 헤아려본다돌 안에는 우리 모르는 물의 깊이가 새겨져 있다얼마나 많은 물이 그를 다녀갔을까단단한 돌은 물이 만든 것,돌을 만나 물이 소리를 내고물을 만나 돌이 제 설움 크게 울었을 것이다단호
저 천상의 책(‘유가사지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끊임없이 굴러가는 윤회의 수레바퀴 안에서 죽음과 태어남은 마치 저울의 양쪽 추와 같다. 죽음의 추가 내려가면 동시에 태어남의 추는 올라간다. 나는 이전 두 편의 글에서 죽음을 다루었는데, 한 번쯤 ‘생(生)’에 대해서도 써야 균형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유식 문헌들을 뒤적이고 있을 때, 매년 이맘때 남쪽의 한 도시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관한 뉴스가 들려왔다. 나는 불현듯 이런 환상을 떠올렸다.‘그때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이 환생했다면, 강한 업력으로 다시 이 땅으로 왔을 것
대승불교가 일어나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하나는 부파불교 교단 승려들의 법에 대한 천착에 반기를 들게 된 경우이다. 이 반기를 든 사람들 중에는 진보적인 출가보살도 있지만, 재가보살도 있었다. 곧 이전에 초기불교에서는 출가자 중심이었는데, 대승불교에서는 재가자와 출가자가 성불할 수 있는 근기를 동등하게 본다는 점이다. 이런 사상에서 나온 경전이 ‘유마경’과 ‘승만경’이다. 특히 ‘유마경’은 역경 된 이래 고대∼근대까지 유마거사를 모델로 수행하는 재가자가 많았다. 중국 불교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재가자의 역할이 결코 적지
의상(625~702)은 668년 7월15일 화엄교학의 요체를 담은 ‘일승법계도’를 찬술, 스승 지엄에게 인가를 받고, 마침내 당 유학의 소기 목적을 달성하였다. 661년 당으로 출발하여 다음 해부터 7년 동안 지엄의 문하에서 수학한 결과였다. 그동안 지엄은 종남산의 지상사(至相寺)에서 장안의 운화사(雲華寺)와 청정사(淸淨寺)로 옮겨 머물기도 하였는데, 의상도 충실한 제자로서 그를 따라 옮기면서 수학하였다. 의상이 ‘일승법계도’를 지어 스승의 인가를 받은 지 약3개월 뒤인 10월29일 지엄은 67세를 일기로 하여 청정사의 반야원에서
사마타 명상법(samatha meditation)을 40회에 걸쳐서 연재해왔다. 이번에는 사마타 명상법을 총정리하고, 다음부터는 위빠사나 명상법을 차근 차근 다루고자 한다. 사마타 명상은 삼매명상, 선정명상이라고 할 수 있고, 집중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사마타 명상에서 ‘사마타(samatha)’는 ‘고요, 평온, 멈춤’의 뜻이 있다. 즉 번뇌나 망상 같은 다섯 가지 거친 장애 번뇌들이 강한 집중력에 의해서 가라앉았기 때문에, 마음이 고요하고 맑고 평온하며 고도로 집중된 상태를 ‘사마타’라 한다. 이것은 삼매나 선정의 상태라고도 할
인도의 불교와 중국의 불교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똑같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사상이지만, 중국의 불교는 자국의 문화가 가미된 중국화 된 불교이다. 선 또한 중국화 된 선이 발전되었다. 이 중국화 된 선은 곧 우리나라 선이기도 하다. 인도불교가 중관학·유식학·인명학 등 학파불교라면, 중국은 종파불교이다. 선이 중국에 유입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그 이전 노자의 무위사상이나 청담 사상 등에 맞게 선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선 수행자들의 삶 또한 은둔·자유·낙도(樂道)적인 도교적인 성향이 있다. 마조의 문하에 은둔 수행자들도 있다. 스승[마
하이고 아어왕석절절지해시 약유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응생진한(何以故 我於往昔節節支解時 若有 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 應生嗔恨) 왜냐하면 내가 전생에 사지가 갈기갈기 찢길 적에 만일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당연히 성을 내고 원망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니라.인욕바라밀에 사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내가 가리왕에게 마디마디 사지를 찢길 때, 만약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의 사상이 있었더라면 나를 해치는 가해자가 있고, 그 피해를 입는 아(我-나)가 있고, 또 참으려고 하는 인욕이 있을 것이니, 아프고
“과거에 지은 죄를 참회하고 불제자로 거듭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출가수행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스님과 포교사 등 많은 분들이 수용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참회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보신문은 시간적 공간적 제한 없이 수용인들을 부처님 세계로 안내합니다. 법보신문은 언제 어디서나 지금 마주할 수 있는 스님이자 포교사인 것입니다. 우리가 법보시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제천을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펼쳐온 탄석 스님이 지난 여름 충북 괴산에 무문
“순천대 불교학생회의 시작이 그러했듯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첫걸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발원이 대학생 포교를 위한 하나의 씨앗이 되어 훗날 더 많은 인연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라원준 사단법인 상월결사 간사가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을 서약했다. 라 간사는 자신의 법보시 원력이 대학생 불교동아리에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신심 깊은 할머니의 영향으로 일찍이 부처님과 인연은 맺었지만, 그 또한 여느 학생들처럼 불교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경전을 펼쳐볼 만큼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그러던 중 2014년 순천대에 입학하면서
“법보신문은 동산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매주 학교에서 신문을 볼 수 있었고, 신문을 보면서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법보신문의 지면에는 교리, 신행, 수행 등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정진하면서 실천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법보신문을 군법당에 보내서 군 장병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이춘실(법명 법은지) 동산불교대학 불교학과 53기 회장은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군 장병
새벽 6시11분 남춘천역에서 ITX-청춘 첫 기차를 탄다. 7시33분 용산역에 도착.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노량진역에서 9호선을 갈아타고 흑석역에 하차. 중앙대병원에 도착하면 딱 아침 8시. 환자들을 마주할 책상에 앉아 합장한 채 말한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처님!”박귀원 중앙대병원 소아외과 임상석좌교수(74)가 사는 곳은 화려하고 세련된 아파트가 아니다. 강원도 시골 한 사찰이다. 2014년 2월 서울대병원을 정년퇴임한 뒤 비구니 시목 스님과 감주사에서 살고자 들어왔다. 하지만 1년 선배인 김성덕 전 중앙대병원
세탁기에 옷을 넣고 시간이 지나면 옷이 깨끗해집니다. 요즘은 건조까지 되어 나오기도 해서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됩니다. 자동화·기계화가 되는 것은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더 깨끗하고 쉽게 해결합니다. 세탁기의 원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적용해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리는 사찰에도 충분히 적용됩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출가했습니다. 당시 이미 사문이라는 수행자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수행시스템은 각기 달랐습니다. 싯다르타는 수행자들을 방문해 그 시스템대로 수행해 보았고, 그
인간의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불교에 의하면 4가지 근본 물질과 24가지 파생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네 가지 근본 물질이란 몸을 구성하는 주요 재료이자 주요 물질이라서 4대(四大)라고 한다. 이런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고찰하는 명상법이 바로 4대 구분 명상(이하 4대명상)이라고 한다.4대명상은 상세한 방법과 간략한 방법이 있다. 상세한 방법은 지혜가 둔한 자들을 위해서 상세하게 제시한 방법이고, 지혜가 뛰어난 자들을 위해서는 간략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것은 4대의 특징(특성)을 가지고 요소들을 고찰하는 방법이다. 그래
① 구두쇠 노지 장자교살라국, 노지 장자는 황금을 쌓아 놓았지만,걸인에게 밥 한 술 준 일이 없는 구두쇠.봄날, 남들이 놀이하는 걸 보고 나도 놀이 한 번 해봤으면 했지. 엽전 다섯 푼을 꺼내 들고.놀이에 나선 노지. 한 푼으로 술병을 사고, 서 푼으로 술을 사서 병에 담고, 남은 한 푼으로 산 것이 소금 안주. 사람들 눈에 띄어서는 안 되지.“술을 빼앗길지 모른다. 깊은 숲으로 가자.”숲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취해서 춤추며 노래를. - 비사문천의 부귀영화 부럽지 않네.제석의 즐거움도 가소롭구나.세상 모두가 내 것이다. 얼씨
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해서 오아시스에서 만난 해바라기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으나딱 한 송이로백만 송이의 정원에 맞서는 존재감사막 전체를 후광(後光)으로 지닌 꽃앞발로 수맥을 짚어가는 낙타처럼죄 없이 태어난 생명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성모(聖母) 같다검은 망사 쓴 얼굴 속에 속울음이 있다너는 살아 있으시라살아 있기 힘들면 다시 태어나시라약속하기 어려우나삶이 다 기적이므로다시 만날 수 있다고사막 끝까지 배웅하는 해바라기(김중식 시집, ‘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사, 2019)“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라는 첫 문
미륵의 후예들 삶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내 앞에 놓인 저 어마어마하고 불가사의한 세계가 실은 모두 나의 식(識) 안에 있다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팎의 관념을 흔들어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제8아뢰야식이다. 나는 이전 글 곳곳에서 이 식에 대해 한마디씩 말하였지만, 이것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길 꺼려왔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그 이름을 자주 부르다 보면 필시 그것을 마치 ‘나[我]’인 것처럼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그 점을 우려하였기에 그 식에 대해 오직 밀의(密意)로만 짧게 설하였다(‘해심밀경’의 ‘
중국에 불교가 유입되었을 때, 하층민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층민들에 의해서 발전되었다. 역경 작업은 왕권에 힘입어 수많은 경전이 한역될 수 있었고, 불교 문화 또한 왕권과 권력층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문화유산인 3대 석굴[돈황·용문·운강] 또한 왕권의 도움이 있었다. 물론 황제로서 지극한 신심으로 승려들을 국사나 왕사로 모시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즉 왕권 강화를 위해서나 국력을 위해 승려의 위신력을 빌리고자 했던 황제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도인 담무참(曇無讖) 스님은 북량(北凉)의 저거몽손
하이고 수보리 여래설제일바라밀 즉비제일바라밀 시명제일바라밀(何以故 須菩提 如來說第一波羅蜜 卽非第一波羅蜜 是名第一波羅蜜)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께서 설하시는 제일바라밀이란 제일바라밀이 아니라 그 이름이 제일바라밀이기 때문이니라.제일바라밀은 보시바라밀을 말한다. 육바라밀의 첫번째 바라밀이 보시바라밀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처음 설하실 때 무주상보시를 찬탄하시기를 그 복덕이 무량하여 시방허공과 같이 헤아릴 수 없다 하셨다. 왜냐하면 생김과 시작과 원인이라는 상이 없으니 인(因) 자체가 무상이요, 결과인 과(果) 역시 상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