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폐막한 평창올림픽은 기적이었다. 지난해 국정공백에 따른 준비부족과 북한의 잇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새해 어렵게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에 북한의 대규모 응원단 파견,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이 이어지며 가장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창올림픽의 성과는 지구촌 스포츠 축제라는 상투적인 개념을 넘어 전쟁 직전으로 치닫던 한반도 문제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동안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방남했고, 또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장도 특사형식으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등 각종 악재로 원활한 개최를 장담하기 힘들었지만 북한과의 극적인 화해무드 속에 남북단일팀이 결성되는 등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또 다시 목격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팀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 간의 불협화음은 우리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민낯이었다.세 명이 출전하는 팀추월 경기는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그런데 두 선수가 한 선수를 버려두고 결승점을 통과한 뒤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한 이후 문학계 원로 고은 시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시 속에 등장하는 성폭력 가해자가 고은 시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격려 차원에서 손을 잡고 한 것 같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성추행이 오랜 세월 상습적이고 수위도 높았다는 주장들이 계속되면서 해명이 무색해지고 있다.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 대표 원로 시인에 대한 성추행 논란은 적잖이 당혹스럽다. 고은 시인은 교수와 승려, 시인,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던 다양한 삶의 이력으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당했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성폭력 피해 사례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안태근 전 국장의 교회간증이다. 서 검사는 이렇게 밝혔다. “가해자가 최근 종교에 귀의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서 검사의 폭로 이후 안 전 국장의 간증 영상이 회자되면서 회개와 구원을 면죄부처럼 남발하는 개신교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국민들은 이 사건에서 2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투 운동은 ‘나도 피해자’라는 의미로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상에 알리는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애슐리 주드라는 영화배우는 인터뷰 과정에서 거물 영화 제작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같은 피해를 입은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자신들의 성폭력 피해를 알리자는 미투 운동을 제안하면서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미국사회를 휩쓸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방송앵커 등이 잇따라 퇴출되거나 지탄의 대상이 됐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다스 실소유자 의혹 관련 검찰수사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치공작이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국정원 활동비 수억 원을 불법적으로 가져갔다는 측근들의 자백이 이어지고, 다스와 관련 그가 실소유자라는 구체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해명은 없이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검찰수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절박감이 느껴진다. 의혹에 대해 떳떳했다면 국민 앞에서 사실관계를 밝히고 검찰조
살다보면 반드시 선한 행동이 선한 결과로 이어지고, 악한 행동이 악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의구심이 인다. 나쁜 짓을 하고도 떵떵거리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행동과 결과 사이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 결과가 바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윤회를 인정한다면 행동과 결과가 같지 않더라도 이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선한 행동을 할 이유가 생기고, 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용기도 생긴다.사랑의교회 공공도로점용 사태가 일단락 됐다. 2010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는
북한이 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정부 간 대화를 제안함으로써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말 폭탄을 이어가면서 전쟁에 대한 우려는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북의 대화 제의 이후 2년 간 끊겼던 판문점 연락채널이 연결되고 고위급 회담이 예정되면서 대화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외교를 통해 2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한반도 운
교수신문이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설문에 응한 교수 1000명 가운데 340명(34%)이 파사현정을 꼽았다. 파사현정은 삿됨(邪)을 부수고(破) 바름(正)을 드러낸다(顯)는 뜻이다. 파사현정은 중국 수나라 때 삼론종을 크게 일으킨 가상대사(嘉祥大師) 길장(吉藏, 549~623) 스님의 저술 ‘삼론현의(三論玄義)’에 등장한다. 여기서 삿됨이란 삿된 생각이나 잘못된 견해를 말하는데 이를 타파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正法)을 드러낸다는 의미다.과거 선정됐던 사자성어가 암울한 현실을 담고 있었다면 이번
한해가 가는 길목은 스산하다. 연필심처럼 뾰족하게 남은 한해 끝자락에 서면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자기고백의 시간을 갖게 된다. 돌이켜보면 부처님이 아니고서야 어찌 지난 삶에 허물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매년 되새김질해 반성하는 것은 허물을 조금씩 덜어 더 나은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함이다. 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떠오르는 금구성언이 있다. ‘금강경’의 가르침인 ‘여로역려전(如露亦如電)’이다.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다”는 뜻이다. 무엇이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을까? 일체 유의법, 즉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는 뜻이다.
종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출가자나 성직자의 길을 가겠다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 조계종은 최근 출가자 모집 공고를 냈다. 출가자 감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계종이 직접 각종 방송과 신문, 홈페이지 등에 공고를 내 출가자를 모집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조계종은 청년출가자에 대해 중앙승가대, 동국대 불교대학 입학 시 등록금 및 수업료 전액 지원, 대학원 장학금 수여 등 각종 당근책도 함께 내놨다. 출가자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느껴진다.조계종에 따르면 매년 출가자는 2013년 213명, 2014년 226명,
문재인 대통령이 조계사를 참배하고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예방했다. 대통령이 직접 총무원장을 예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처님오신날 같은 특별한 날에 조계사를 방문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행사 차 참석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문 대통령의 조계사 방문은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과 함께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스리랑카는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있는 불교국가로 시리세나 대통령 또한 신심 깊은 불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스리랑카 수교 40주년을 맞아 시리세나 대통령을 국빈초청한 문 대통령이 스리랑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조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겨울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이맘때가 되면 춥고 배고픈 이웃들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온정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곳곳에 숨어있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다보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에 시나브로 젖어들게 된다. 그러나 비록 착각일지라도, 이런 살만한 세상에 대한 감상을 느낄 여유마저 최근 사라져 버렸다. 재벌 3세의 꼴사나운 갑질과 18세 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냉혹한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1년여 만에 인근 포항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5.8규모였던 경주 지진에 비해 다소 약한 5.4 규모의 지진이었지만 피해는 극심했다. 주택이 1000여 동 이상 부서지고 학교도 200곳 이상이 피해를 봤다. 이재민도 2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의 파손도 잇따랐다. 정부는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경주지진을 포함해 1년 만에 재 발생한 포항지진을 통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졌다.그러나 포항지진이 몰고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종교인 과세를 놓고 개신교계의 어깃장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10월8일 종교계를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토론회도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됐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에 대해 설명하고 소득 기준, 종교단체 범위, 비과세 범위 등 세부적인 내용을 안내할 계획이었다. 개신교계는 “종교인 과세를 밀어붙이면 종교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를 협박했다.과세에 대한 개신교계의 막무가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식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자랑하는 대형교회
한국은행이 최근 9월 경상수지 결과를 내놓았다. 한 달 경상수지 흑자가 122억1000만 달러로 월별 경상수지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남루해진다. 나라는 흑자를 냈는데 내 살림은 나아진 것이 없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이런 통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이런 통계를 접할 때마다 부탄이라는 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탄은 세계 최초로 국민총생산(GDP)대신 국민총행복(GNH)을 국정지표로 삼은 나라다. 부탄의
조계종 33·34대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 스님이 10월30일을 퇴임했다. 조계종 역사상 8년 임기를 마친 유일한 총무원장으로 남게 됐다.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자승 스님은 역대 어떤 총무원장 보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새겨들을 것들도 있지만 과한 것도 없지 않았다. 특히 자신들의 일탈로 종단을 혼란케 해놓고, 오히려 종단과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내내 남루한 종단의 현 주소를 일깨웠다.10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언론에 이스라엘과 독일에 관한 한 교수님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독일의 젊은 정치인이 이스라엘을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10월20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최종 조사한 결과 59.5%가 공사재개를 선택했다. 공사중단을 선택한 사람은 40.5%였다. 청와대는 즉각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탈원전’을 공약했다. 그리고 당선 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3개월에 걸쳐 학습과 토론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비록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원
선가에 담판한(擔板漢)이라는 말이 있다. 커다란 널빤지를 등에 짊어진 사람이라는 뜻인데, 한쪽 면만을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외골수들을 이르는 말이다. 등에 널따란 널빤지를 짊어지면 고개를 아무리 돌려도 뒤를 볼 수 없다.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오로지 앞만 볼 수 있기에 담판한은 자기 확신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일방통행으로 흐르기 쉽다. 그래서 선가에서는 고정관념이나 행위에 골몰하는 담판한을 크게 경계했다.10월12일 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의 양자대결에서 설정 스님이 당선됐다. 선거인단 319
1996년 1월6일 젊은 가객(歌客)이 떠났다. 가수 김광석, 불과 33살의 나이였다. 사인은 자살. 슬프고도 아린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등병의 편지, 그날들, 부치지 못한 편지 등 노래는 맑고 청명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적시는 묘한 쓸쓸함이 배어있었다. 그는 죽기 전까지도 곧 있을 콘서트를 준비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특히 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 딸에 대한 그의 애틋함을 알기에 지금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한다.그는 독실한 불자였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과 ‘맑고향기롭게’ 운동을 함께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