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체(whole)는 부분의 합 이상’이고 ‘세계 또한 구성요소의 합 이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한 사람이 못 드는 물건도 여럿이 모이면 들 수 있고, 생명 없는 분자들이 많이 모이면 생명체가 탄생한다. 들을 때마다 신기하고 근사하다. 그런데 진리는 이처럼 멋지지 않다. 무미건조하고 따뜻하지 않으며 때론 냉담하다. 불교의 가르침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는 전체가 부분의 합 이상이 아니라고 할 뿐만 아니라 전체의 실재(實在) 자체를 부정한다.현재 한국 불교계 일각에서 전체가 부분의 합 이상의 속성을 창출한다는 창발론(創發
시골에 가서 보면 느끼는 일이다. 고향을 지키는 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시골에는 젊은이가 줄고 있다. 시골에는 소가 없다. 집집마다 엄마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던 외양간이 있었다. 오늘의 시골에는 소와 외양간이 없어졌다. 소가 하던 논밭갈이는 경운기가 맡고 있다. “툴툴툴툴….” 경운기 소리가 송아지 울음을 대신하고 있다. 나이가 젊은 아버지 어머니들은 도시로 나가 공장을 차리거나 공장주를 도와서 기계를 돌리고 있다. 아니면 다른 건설업에 땀을 흘린다. 젊은이가 없으니, 시골에는 어린이가 없다. 아빠 엄마를 따라서 도시로 간
부처님 전에 공양물을 올릴 때, 최고의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가장 깨끗하고, 가장 좋은 것으로 올리기를 염원하지요. 쌀, 과일, 차, 향, 등, 꽃을 올리는 육법공양(六法供養)은 이렇게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을 표현한 의식입니다. 그 모습만 보아도 환희로울 정도입니다. 모든 공양물은 자연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비싼 값을 주고 산다 하더라도, 자연이 내어 준 것입니다. 평범한 것들이지만, 우리들의 정성에 의해 비로소 부처님 전 고귀한 공양물이 되는 것이지요. 요즘 우리절 마당에는 익어가는 과실로 가득합니다. 먼저 앵두가 탐스럽게
오늘은 ‘포교사의 자세와 역할’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가 출가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릴까 합니다. 저는 11살 때 통도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당시 자운 큰스님께서 계셨습니다. 자운 큰스님은 성철, 향곡 큰스님과 법으로 한 몸입니다. 불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운허, 영암 큰스님과 한 몸입니다. 이분들이 한국불교를 일으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큰스님께서는 43세셨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절에 오자마자 저에게 3000배를 시키셨습니다. 참회하라고 하십니다. 무슨 죄를 지어 참회해야 하는지
‘앗따나락키따-숫따(Attānarakkhita-sutta, 自護經)(SN3:5)’에서 꼬살라국의 빠세나디(Pasenadi, 波斯匿) 왕은 붓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다. 붓다는 왕의 말씀을 듣고 그것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었다.한때 빠세나디 왕이 한적한 곳에 앉아 있을 때, ‘누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자이며, 누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자인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올바른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가서 붓다를 친견하고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모든 종교에는 의식(儀式)이 있고, 거기에는 엄숙함과 경건함이 깃들어 있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지만 다양한 의식이 행해진다. 그 중 새벽예불을 가장 경건한 의식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깊이 잠든 이른 새벽,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부처님께 정성껏 예불 드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숙연해진다.새벽예불은 보여지는 모습뿐 아니라 소리도 매우 장중하고 청아하다. 한글의식이 많이 확산됐다지만 음률과 무게감 때문인지 여전히 한문의식도 많이 행해진다. 특히 새벽예불은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음률을 듣는 것만으로 감동이 일어난다
남성중심적 성의식이 강한 군대에서 피해자는 피해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가. 군대내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공군여중사로 군이 발칵 뒤집혔다. 몇 년 전 제대 남성군인을 상담한 적이 있다. 군대에서 당했던 성추행과 준강간 피해 트라우마로 여자친구를 사귀기 힘들다는 상담이었다. 군대 다녀온 남성들은 군대 내에서 야한 농담 정도의 성희롱은 늘 있다고 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참고 넘겼지만 지금까지 그 불쾌함이 남아 있다고 한다.우리 정부는 2013년 6월을 성폭력 예방의 원년으로 삼았다. 형법, 성폭력 특례법, 아동청
지난 초파일 오전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랐다. 부처님오신날 정갈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곳은 여느 날과 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가 이발을 시작했을 때는, TV에서 조계사 초파일 행사를 중계하고 있었다. 이발하는 중에 갑자기 그 나이든 이발사가 푸념처럼 말했다.“알아듣기 쉽게 하면 좋을텐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요.” “좀 알아들을 수 있게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듣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 “저게 어느 나라 말이예요.”그때 TV에선 ‘반야심경
莫言地藏得閑遊 南方敎化幾時休 막언지장득한유 남방교화기시휴造惡人多修善少 地獄門前淚不收조악인다수선소 지옥문전누불수먼저 이 주련은 순서가 잘못 걸려있으므로 순서를 바르게 해 풀이를 하고자 한다.莫言地藏得閑遊 地獄門前淚不收막언지장득한유 지옥문전누불수 造惡人多修善少 南方敎化幾時休조악인다수선소 남방교화기시휴지장보살이 한가롭게 노닌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지옥의 문 앞에서 눈물 마를 날이 없으시니/ 악한 사람은 많아지고 착함을 행하는 사람은 적으니/ 남방의 교화는 그 언제나 끝이 날꼬? 이 주련은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의 순서상 중단권공
‘능엄경’ 전10권이 사마타와 삼마제(삼마발제)와 선나의 3종 수행법을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이 3종 수행법의 관계성을 ‘원각경’에 이어 재확인시켜 준다. 제1~4권에서는 사마타수행을, 제4~7권에서는 삼마제수행을, 제7~8권에서는 선나수행을 설하고 있다. 제8~10권은 초심자의 수행을 돕기 위한 7취와 50마에 관한 강설로서 3종 수행법의 철학적 기초라 할 것이다.사마타는 망심(妄心)을 밝혀 진심(眞心)을 찾는 수행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몸과 뜻이 가볍고 편안한 신의경안(身意輕安, 능엄경4)에 이른다고 설한다.
화두는 선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려 중기 이후 선불교가 고려불교를 주도하면서, 화두는 특수용어에서 일반용어로 변모한다. 오늘날 ‘이 시대의 화두’나 ‘커피의 화두는 향기’라는 표현 등은, 화두가 ‘핵심적인 논점’의 의미로 일반화되었음을 나타낸다.음식점이나 사찰을 갈 때, 화두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잘 되거나, 불가사의하게 안 될 때다.음식점이 잘 되기 위해서는, 기본인 음식 맛을 필두로 접근성이나 인테리어 또는 친절도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인 판단일 뿐이다.화두가 되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음악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우울함과 고독에 쌓여 평생 동안 어두운 감정을 지닌 작곡가에게서 탄생한 서정적인 멜로디와 빈틈없는 구조적 완벽함은 아이러니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곡, 발레음악을 비롯해 소품에 이르기까지 전 장르를 통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들이 이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감상자들에게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의 광산을 관리했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균형 잡힌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법률가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