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의 근간은 대화와 설득에 있다. 상대편의 입장과 논리를 듣고 이를 충분히 이해한 다음 대화를 통해 설득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월 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관람료 논란,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 문화연대, 환경운동연합, 대한산악연맹 등 시민단체 주도로 행사가 열렸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토론회의 분위기는 사찰관람료 성토장에 불교계가 불려나온 형국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불교계와 시민단체 사이의 골은 깊었다. 지금까지의 문화재관리비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문화재관람료가 사찰의 수행, 자연, 문화 환경을 보수, 유지, 관리, 보존을 위한 총체적 비용으로 사용된다는 조계종의
“종단 안으로는 종무행정의 체질을 개선하고 밖으로 ‘1사찰 1선행 운동’을 전개해 사찰의 대사회적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은 2월 13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부원장 중심의 ‘팀제 운영’을 통한 종무행정의 체질 개선과 1사찰 1선행 운동 전개 등을 골자로 하는 신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운산 스님은 “21세기 변화시대에 종단이 구태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종무행정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총무원 행정을 총무-교무-재무 등의 세 분야로 세분화해 각 부원장이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 종법을 개정, 오는 3월 개최되는 임시종회의 의결을 거쳐 추진하기로 했다. 스님에 따르면 개편되는 총무원 행정 팀제 운영방안은 총무팀의 경우 현
회암사지 출토 유물. “회암사는 왕실사찰이다. 회암사 물건의 소유권은 조선왕실에 있었고, 왕실재산은 일체 국고에 귀속되었으므로(중략) 현재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회암사가 아닌 국가의 소유다.” 회암사지 출토유물 소유권을 둘러싼 2차 소송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회암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이 소송은 재판부가 회암사지 출토유물을 회암사의 소유로 인정함에 따라 정부측의 패소로 끝났지만, 현 정부의 불교계에 대한 인식수준을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회암사지 출토유물 소유권확인 2차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김성호 법무부장관을 법률상 대표자로 내세운 피고 측의 주장은 “역사기록상 회암사는 왕실사찰이므
근대를 거치면서 일본 불교는 크게 세 번의 폭격을 맞았다. 천황을 신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신도 강화정책(신불분리정책) 과정에서 야기된 폐불훼석, 국가신도체제의 확립에 따른 종교계의 순응과 전시체제 확립, 그리고 중일전쟁에서 제2차세계대전까지 국가총동원체제 속에서 이루어진 종교 탄압이 그것이다. 11월 25일 ‘동북아 삼국의 근대화와 불교계의 대응’을 주제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중점연구소가 개최한 중간발표회에서 원익선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와 사토 아츠시 연구원은 1930년대 전시체제 속에서 불교계의 저항운동을 사회주의 노선과 불교 지식인들의 활동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흔히 종교를 아편으로 간주하는 사회주의는 불교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로 간주된다. 하지만 1931년 일본의 세노오 기로에 의해
이 청청한 가을 하늘마저 막막하고 막막하다. 어쩌면 하나의 상징물에 불과할지도 모를 법당의 부처님을 마주 하기에도 차마 부끄러워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차라리 먹물 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주지 소임을 맡은 뒤 오직 행자시절의 초발심으로 돌아가고자 새벽도량을 돌며 염불을 하고 또 해보지만 ‘이 땅에서 성직자 혹은 수행자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여전히 절망 그 자체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힘들다.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을 쳐보지만 한없이 부족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니 이 심사를 어이하랴. 돌이켜보면 참으로 오랫동안 먼길을 걸으며 우리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출가 후 내내 선방을 드나들면서, 그리고 ‘삼보일배’ 혹은 ‘생명평화
“공원 지역 내 사찰들은 여러 규제에 묶여 사유재산의 과도한 침해를 받고 있지만 관련 부처는 통제에만 관심이 가질 뿐 보상에 대한 어떠한 조취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원 지역 내 사찰은 물론 대부분의 사찰들이 비슷한 문제로 불사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사찰들의 공론을 수렴, 종단 차원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조계종 법무전문팀 김봉석 팀장은 “현재 사찰 토지는 농지법, 산지관리법,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등 총 7개 법률로 규제받고 있다”며 “이들 법률 가운데 건물 신축은 전통사찰보존법과 문화재보호법 정도만이 다루고 있을 뿐 나머지 법률들은 불사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올 7월 개정된 도
태고종 총무원이 일산 황룡사 사태를 계기로 청정종단 구현을 선언하며 강하게 추진 중이던 종단 개혁드라이브가 안타깝게도 뜻하지 않은 암초에 걸려 좌초 위기에 처했다. 다름 아닌 태고총림 선암사 대중들이 예산 문제를 이유로 합동득도 수계산림 개최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합동득도 수계산림이 무엇인가. 태고종 승려가 되겠다고 발을 디딘 발심자들을 교육해 종단 승려로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아닌가. 그런데 종단의 존립기반을 다지는 그러한 중차대한 교육을 담당한 총림에서 예산 문제를 이유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총무원에 개최불가를 통보한 것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태고종이 지금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태고종에 인적, 물적 자원이 절대
고(故) 대원 장 경 호 거사. 고(故) 박 정 희 대통령. 존경하옵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에게 삼가 이 글월을 올립니다. 이 사람은 올해 77세의 고령인 동국제강의 창업자 장경호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이 생을 마칠 것을 내다보고, 인생무상의 대도 앞에, 조용히 그리고 엄숙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영원한 진정을 각하에게 말씀드리게 된 것을 한량없는 영광과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본인 장경호는 평소 소박한 생활신조로서 남자로 태어난 것과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과 불교를 신봉하게 된 것을 행복으로 생각, 항상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소비산업이 아닌 국가의 기간산업을 일으켜 산업보국하려는 데 뜻을 두고 시작한 제강공업이 조
태고종이 종단 소속 한 승려의 비종교적 행위로 인해 끝간데없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종풍쇄신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비구-대처 분규를 거쳐 탄생한 태고종이 그동안 제2종단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자 절치부심하던 중에 터진 엽기적 사건이었으니, 종단으로서는 적잖이 놀라고 당황했을 법하다. 종단 내에서는 그동안 아무리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상황이라지만 출가 승려들이 설마 본분을 망각하고 세인보다 못한 일탈행위를 할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것이나, 이미 종단 밖에서는 소속 사찰과 승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종단 현실을 보면서 언젠가 한번쯤은 홍역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끊이지 않았었다. 종단 내부 인사들만 자가당착에 빠쳐 종단의 현실을 올바로 보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사정이
“개정된 전통사찰보존법 시행령은 국책사업에 있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행을 바꾸고 수행환경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이 ‘행위 제한’에까지는 이르지 못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계종 법무전무팀 김봉석 팀장은 “이번 시행령은 역사문화보존구역에 음식점이나 러브호텔, 단란주점 등이 들어서는 것을 규제는 할 수 있지만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에 대한 행정적 강제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문화보존구역은 전통사찰이 아닌 사유지이므로 사유재산권을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한계는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전통사찰의 존엄 및 수행환경의 보호의무와 훼손 금지의무
지난해 12월 공포된 전통사찰보존법 개정안이 그 취지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져 전통사찰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D 건축사무소 신경선 소장은 4월 5일 문화관광부 종무실이 주최한 ‘전통사찰보존법(이하 전사법) 시행령 개정 공청회’에서 “현 개정안에서는 전통사찰보존위원회의 사전심의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범위 기준도 모호하다”며 “법적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시행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 소장은 “전통사찰 주변지역을 관리·감독하는 전통사찰보존위원회의 권한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의 의지와 업자의 재량에 따라 전통사찰 주변의 개발사업 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보존위의 심의 결과에 따라 법
‘투명성’ 강조 사회분위기 속 ‘사후약방문 식’ 한계 “지원책 미흡 여전…현장 여건 반영해야” 조율 요구 1월 16일 열린 불교사회복지진흥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 이날 동참한 복지 관계 스님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사회복지조직이 어떤 조직보다도 사회적 공정성과 투명성이 더욱 요구되는 조직 체계임을 감안, 불교계와 같은 종교계 산하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과 단체는 이러한 공정성과 투명성 요구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할 것입니다.” 1월 16일 열린 불교사회복지진흥법 관계자 초청간담회에서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박정규 사회팀장은 복지진흥법 제정의 취지를 설명하며 지난해 조계종이 겪어야 했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다. 언론을 통해 아동학대의 온상으로 낙인찍혀 버린 수경사 사건을 계기로 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