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숭유억불의 비운이 서린 서울 도봉산 영국사지(도봉서원 터)를 불교와 유교의 상생·해원 상징으로 복원하자는 대승적 의지를 표명했다. 영국사와 도봉서원이 함께 존재했던 문화유산 공간이 향후 어떻게 조성되고 활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도봉서원은 조광조를 추존하기 위해 세워졌다.(1573) 도봉서원이 시문화재(기념물)로 지정(2009)되자 도봉구는 45억원을 투입해 2016년까지 복원한다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표‧발굴조사에서 불교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금강저·금강령 등 10점의 공양구는 보물로 지정됐다.(2021) 복원에 앞
부처님의 형상을 한 초콜릿과 빵이 전시·판매되고 특허까지 얻었다. 불교문화의 최신 트랜드를 보여준다는 박람회에도 등장하고 대한민국 최대의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는 경주에서도 특허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제법 인기도 끌고 화제도 모은다. SNS에서는 부처님 형상의 초콜릿을 녹여 먹고, 부처님 얼굴 모양의 빵을 베어 먹으며 “재밌다” “귀엽다” “맛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하고 자랑하는 글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반면 그런 모습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람회장에서는 불상을 녹여 먹는 모습에 경악한 스님들의 고성이
조선 왕실의 묘소 도굴범을 한국음악(K-뮤직)을 서양에 알린 문화교류의 선구자로 재평가하자는 학술논문이 발표되어 논란이 예상된다.언론보도에 의하면 성신여대 김 모 교수는 최근 발표된 전문 학술지 논문을 통해서 오페르트(Ernst Jakob Oppert, 1832∼1903)가 한국음악 평론가로서의 선구적 면모를 보였다”며 “재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느닷없이 등장한 오페르트는 누구이며, ‘K-문화 서양전파 선구자’란 무슨 관계인가? 또 문화재 도굴은 무슨 이야기인가?잠시 역사의 타임머신을 뒤로 돌려 보자. 그렇게 멀지도 않
대학에 갓 입학한 어느 뜨거운 여름날 이제 막 운전을 배운 친구가 부모님 농장의 트럭을 끌고 담양에서 광주로 나왔다. 그 친구는 어디서 들었는지 덜컹거리는 트럭을 몰고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화순 도암면 운주사(雲住寺)로 나를 끌고 갔다. 절인지 폐허인지 알 수 없는 허름한 공간을 거닐다 야트막한 야산에 누워 있는 한 쌍의 와불 옆에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와불의 직립이라는 불가능한 일을 두고 쌓아 온 천 년 동안의 꿈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절이라는 선명하게 구획된 공간 밖 여기저기 박혀 있는 허물어져가는 석탑, 논밭이나 수풀에
지난 6월20일 인터넷에서 주요 뉴스를 훑어보다가 ‘부산 최대 라이벌 사우디의 파격…PT연설 절반이 여성이었다’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2030년 개최되는 세계박람회(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려는 한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꼽히는 곳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로 칭함)라는데,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여성 인권 신장 변화 속도가 이토록 빠르리라 내다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엑스포 유치 설명 PT를 한 여섯 명 중 세 명이 여성이었다고 하니, 사우디가
한국불교의 중추인 대학생 포교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상월결사 대학생 전법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추천된 284명의 지도법사(스님)를 비롯해 교수, 군법사, 학생, 일반인 등 사부대중 600여 명으로 구성됐다. 대학생 포교 지원을 위한 단일 조직으로는 전국적이자 최대 규모다. 이 전법위원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뚜렷하다. 출범식 당일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천명했듯 “청년 대학생 불자들이 불교의 가르침을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고, 사회에 희망과 평화를 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아가는 힘”을 갖출 수 있도
캄보디아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닫혔던 시엠립 ‘BWC 아동센터’ 내의 건양의료재단 김안과병원이 4년 만에 문을 열었다. 재개원 소식이 전해지자 캄보디아 전역에서 환자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는데 오전 9시에 제한 인원 400명을 넘겨 다음 날 진료 번호표를 배부할 정도였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의료봉사가 중단된 사이 시엠립에 2개의 안과 전문병원이 개원했음에도 이곳으로 인파가 몰린 건 로터스월드와 김안과병원이 시엠립 지역주민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본다.국제 NGO 로터스월드(lotus world)는 2
우리는 가끔 미래가 공포스럽지 않을까 걱정한다. 앞날에 대한 걱정 근심이 전혀 없다면 정말 중생의 삶이 아닐 것이다. 시간과 공간 속에 갇혀 살아가는 사바세계 사람들은 항상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무시하며 계획을 하고는 그 사이에서 괴로워한다.일찍이 세존께서는 이러한 시공간의 문제가 실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갈파(喝破)하시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영원한 자유인 대자유인의 삶을 이루셨다.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영원한 자유인’이라고 하는 것은 시간적 한계를 초월하신 여래라는 표현이고, ‘대자유인’
불교는 성 차등을 근본으로 하는 종교인가? 아니면 출가 승단에서만 성 차등을 인정하는가? 수행자로서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차등이 있는 것일까? 성 평등을 근본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답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답을 미루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의 뿌리는 출가 승단 안에서 비구와 비구니의 엄격한 차별에 있다. 출가자의 공동체인 승단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사회이며, 재가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공동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이 문제는 더더욱 근본적인 물음이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이 ‘대학생 전법을 위한 특별기고’를 법보신문에 보내왔다. 이 회장은 특별기고를 통해 요즘 대학생들의 특징을 비롯해 대학생들에게 전법을 어떻게, 무엇을 전법할 지를 깊이 있게 모색했다. 법보신문은 3회에 걸쳐 이 회장의 원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대전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자교수회를 창립하고 대전대 학생불자모임(유심회) 지도교수를 맡는 등 활발한 신행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편집자“회장님, 삼요를 아세요?” 모임에 함께 하신 스님에게서 나온 말씀이라
복싱 체육관에서 ‘도장깨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알아보니 일본에서는 제법 역사가 있는 뒷골목 용어인 모양이다. 뭐 그렇다 치고. 요즘에는 방송용어로도 흔하게 사용되는 핫(hot)한 유행어가 된 듯하다. 장윤정의 도장깨기나 지역 맛집 도장깨기란 프로그램도 있으니까 말이다. 재밌는 것은 도장깨기가 선객들이 서로의 공부 머리를 가늠해보던 이른바 ‘법거량’과 정확하게 같은 취지의 말이라는 점이다. 힘으로 누가 더 센지를 겨뤄보는 것이나 말로 누가 더 깨쳤는가를 시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은
고대 인도, 강대국이었던 코살라국 비유리왕은 군사를 일으켜 카필라국을 향했다. 부처님은 그 소식을 듣고, 국경 지역의 앙상한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멀리서 부처님을 본 비유리왕은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께 공손히 예배했다. 왕은 부처님께 가지와 잎이 무성한 좋은 나무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이 메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시냐고 물었다. 부처님은 “친족의 그늘이 그래도 바깥사람보다 낫다”고 답했다. 석가종족을 지키기 위한 부처님의 뜻을 알고 비유리왕은 카필라국 정벌을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본국의 멸망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부처님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