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서 언어는 검이다.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누가 휘두르는지에 따라 살인검도, 활인검도 된다. 선은 언어를 극도로 경계한다. 언어도단, 불립문자도 언어로서 진리를 세울 수 없음을 뜻한다. 하지만 언어를 떠난 선과 깨달음은 있을 수 없다. 언어에 의지해 수행, 인가, 전등이 이뤄진다. 그렇기에 선의 언어는 극히 직관적이다. 선이 시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시는 설명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선시는 오조 홍인의 두 제자인 신수와 혜능이 시를 빌려 깨달음의 경지를 읊으며 시작됐다. 이후 중국은 물론
20대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 의석수를 앞지르며 제1당으로 올라섰다.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원내교섭단체 진입에 무난히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의 지중함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총선 결과에 따라 희비 교차국민이 주권자임 거듭 확인불경엔 통치자 10대 의무 명시실천하면 자신도 국민도 행복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재연된 이유로 현 정권의 민생·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청전’은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소설이다.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시대의 효 윤리를 대표하는 소설로도 익숙하다. 학창시절 그리 배우고, 세상 사람들도 그리 얘기하기에 누구라도 이러한 이해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이진경 과학기술대 교수가 쓴 ‘파격의 고전’(글항아리)이 놀라운 점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당연시 여겼던 내용들에 의문을 던진다.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바다에 몸을 던진다면 그걸 효라고 할 수 있을까? 심청은 왜 자신을 아껴주는 장승상 댁 부인이 쌀 300석을 내준다는 제의도 거절하면서까지 임당수에 뛰어
한국불교의 새로운 신행문화를 선도하는 법보신문이 삼국유사 성지순례단(단장 심정섭)을 출범한다.법보신문은 오는 4월30일 경주 순례를 시작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7시 서울 조계사 앞에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한국불교사의 현장을 찾아 떠난다.‘삼국유사’는 고려시대 국존(國尊)으로 추대된 일연 스님의 역작으로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 고대사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역사서다. 특히 ‘삼국유사’는 일반 역사서인 동시에 불교 역사를 비롯해 고승 및 재가불자, 문화재, 신행형태, 영험 등 불교문화 전반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불자들
1998년 서울 인사동 동산방 화랑에서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세로 365.5cm, 가로 160cm의 대형 작품 단 한 점이 전시장에 걸렸다. ‘그날의 화엄’이라는 이 그림 앞에 사람들은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성철 스님의 다비식 광경을 묘사한 이 그림에는 다비식의 전 과정이 서사적인 구조를 이루며 거대한 만다라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제각각 엄숙함과 아쉬움, 슬픔과 기대가 배어있었다. 일감 스님은 당시 이 그림을 보고 “피로 혈서를 쓰듯 손끝을 갈아 피로 쓴 화엄경 변상도”라고 찬탄하기도 했다. 국내 인물
중국 소설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드는 오래된 의문이 있다. 주인공이 누구일까에 대한 것이다. 유비일까, 제갈공명일까. 그도 아니면 관우일까. 그들이 세운 촉한이라는 나라의 실질적인 권력은 또 누구에게 있었을까. 황제인 유비에게 있었을까, 유비의 신하지만 유비가 스승처럼 모셨던 제갈공명에게 있었을까.이처럼 역사는 다면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주인공은 여럿일 수 있고 전혀 다른 인물일 수도 있다. 유비가 살았던 시대가 ‘삼국지’가 아닌 짧은 단문 몇 개로만 남았더라면 중국 중원을 놓고 벌였던 그 치열했던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은 사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공양게)공양게는 오관게서 유래깨달음 이루겠다는 다짐음식에 대한 감사 담겨공양게 하면 과식 않고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수영(47)씨는 식사 때면 꼭 합장을 하고 공양게를 왼다.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일가친척들이 모일 때나 직장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도 공양게를 잊지 않는다. 요즈음은 부득이 참여한 술좌석에서도 공양게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공양게를 하는
올해 11월17일 시행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절대평가 방식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주장에 맞서 우리의 역사관을 새롭게 다지자는 취지가 강하다.사실 역사왜곡이 꼭 외부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불교계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 중 양무제(464~549)에 대한 왜곡과 폄하는 지나치다. 최근 출간되는 선 관련 책들에서도 양무제에 대한 얘기들은 천편일률적이다.
“수필은 인생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문학 장르입니다. 수필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사물을 관조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습니다. 하전수필문학교실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우고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하전(夏田) 김대원(71) 에세이문학작가회장은 2004년 ‘수필과 비평’에 늦깎이로 등단했다. 늦은 출발과 달리 온갖 인생 경험이 녹아 있는 그의 글은 여운과 메시지도 깊었다. 한국 수필문학계 원로인 맹난자 선생을 비롯한 기성작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그는 제13회 탐미문학상, 제3회 월파문학상 등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중진 수필작가로
불교는 숲의 종교다. 부처님의 탄생, 수도, 정각, 설법, 입적이 모두 숲에서 이뤄졌다. 수행자는 ‘숲에 살고 나무 아래에 앉는다’고 할 정도로 숲은 사색과 명상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관계는 더욱 깊다. 경전에서 사찰의 입지 조건을 ‘수풀이 우거진 동산’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숲이 없는 한국의 사찰은 상상하기 어렵다.실제로 전국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사찰숲은 3억여 평에 이른다.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의 산림 면적 중 사찰숲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8.3%, 15.5%, 13.6%에 달한다. 심지어 내장산 국립공원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중요한 선거지만 언론에서 인물 됨됨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야 모두 이해관계에 얽혀 연일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공천 여부와 비례대표 순번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더라도 정치철학이나 비전 제시 없이 줄서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건 대한민국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최근 출간된 ‘녹색평론’ 3·4월호(통권 147호)에 소개된 우촌(牛村) 전진한(錢鎭漢, 1901~1972) 거사는 국회의원들의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종철 ‘녹색
불교의례를 그저 형식으로 취급하면 무지하다고 비판받기 십상이다. 의례에는 교리, 수행, 신행, 역사, 문화가 총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쉽게 이해하고 되새길 수 있는 의례문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 책은 부처님의 원음에 근거한 초기불교 의식문이자 포괄적인 수행 지침서다. 현행 남방불교권에서 사용하는 각종 예불문과 지송경전을 참고해 출재가자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초기경전에서 발췌해 번역하고 새롭게 윤문했다.‘예경지송’ 원문은 팔리어 특유의 운율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