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천(則川) 화상이 어느 날 찻잎을 따는 데 방(龐) 거사가 물었다. “법계가 몸을 용납하지 않거늘, 스님은 내가 보이십니까?” 칙천 화상이 말했다. “만약 내가 아니었더라면 하마터면 그대에게 대꾸 할 뻔했네.”방 거사가 다시 물었다. “물으면 대답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입니다.” 화상이 이에 아는 체 하지 않자 거사가 다시 말했다. “아까 경솔히 물은 일을 고깝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화상이 역시 아는 체하지 않으니, 방 거사가 할을 하고는 말했다. “이 무례한 사람아, 내가 낱낱이 기억했다가 눈 밝은 사람에게 가서 이야기 하리라.” 그러자 화상은 차 바구니를 들고 돌아가 버렸다.
Q : 좌선을 할 때 다리가 아파서 자꾸 자세를 바꾸게 됩니다. 어떤 자세가 가장 좋은가요? A : 좌선을 할 때의 자세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즉시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바른 자세가 되어야 원만한 수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자세는 가장 편안한 것이 좋으며 부자연스러우면 계속해서 긴장하게 됩니다. 다리는 양쪽 다리를 포개는 결가부좌를 하거나 하나만 포개는 반가부좌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좌로 두 다리를 포개지 않고 가지런히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부좌가 되지않는 수행자는 처음부터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때는 무난한 방법으로 평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자 수행자의 경우는 무릅을 한쪽으로 모아서 앉는 자세도 있습니다. 좌선 중에
남전 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 그 스님이 대답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습니다.” “문 앞의 외가지 소나무가 부러졌지?” “문 앞의 외가지 소나무가 부러졌습니다.” 남전 스님이 또 다른 선사에게 물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 그 스님이 대답했다. “무슨 바람입니까?” “문 앞의 외가지 소나무가 부러졌지?” “무슨 소나무요?” 이에 남전 스님이 말했다.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구나.”
Q : 다섯 가지 장애가 과연 극복될 수 있는 것이며 언제 극복할 수 있습니까? A :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직 번뇌를 불사르고 열반을 성취하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수행입니다. 요약해 말하자면 불교의 가르침이란 수행을 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행을 시작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들이 바로 다섯 가지 장애입니다. 바로 이 장애가 수행의 발전을 가로막습니다. 수행을 하는데 동력이 되는 필수 조건은 믿음, 알아차림, 집중, 노력, 지혜 이렇게 다섯 가지입니다. 이것을 오근(五根)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장애가 나타나 이 다섯 가지 근기를 갖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입
조주 스님이 남전 스님에게 물었다. “네 구절과 백 가지 허물을 떠나서 스님께서 저에게 서쪽에서 오신 뜻을 알려주십시오.” 그러자 남전 스님은 얼른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조주 스님이 말했다. “저 노장이 평상시에는 입을 조잘조잘하더니 나에게 한 물음을 받고는 당장 말이 막히는구나.” 그러자 수좌가 말했다. “본래 상좌께서 모르시는 것이겠지 화상께서 아무 말씀 못 하신다고 하지 마십시오.” 이에 조주 스님이 수좌를 한 대 때리면서 말했다. “ 이 한 대는 당두(堂頭: 남전) 노장이 맞아야 할 것이니라.”
Q : 저는 무엇이나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 위빠사나 수행 중에 일어나는 의심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의심을 말합니다. 이런 의심은 수행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조건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먼저 부처님의 가르침을 탐구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의심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의심이 일어나면 의심이 일어난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의심이 일어나서 의심에 빠지게 되면 흙탕물을 휘저어서 어두운 곳에 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물에는 자신의 얼굴을 비쳐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흙탕물이 가라앉고 밝은 곳에서라면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비쳐볼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의심이 많은 사람은 어두
염관 화상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경론을 익혔는가?” “화엄경을 공부했습니다.” “경에는 몇 가지 법계가 있는가?” “간략하게는 네 가지요, 자세히 말하면 겹겹이 끝이 없습니다.” 이에 염관 화상이 불자를 세우면서 물었다. “이 불자는 몇째 법계에 속하는가?” 스님이 양구하자 염관화상이 말했다. “생각해서 알고 궁리해서 터득하는 것은 귀신의 굴 속에서 살림 하는 짓이다. 햇빛 아래 외로운 등불이니 광채를 잃을 것이다. 나가거라.”
Q : 수행 중에 자꾸 졸게 되고 나태한 상태가 되어 수행 하기 싫어집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A : 다섯 가지 장애 중에 세 번째가 혼침과 게으름입니다. 누구나 졸리는 것은 당연하며 습관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알아차릴 대상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혼침과 게으름에 빠지면 물에 이끼와 풀이 덮인 것과 같습니다. 이런 물에는 자신의 얼굴을 비쳐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끼와 풀이 걷히면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비쳐 볼 수 있게 됩니다. 게으른 사람은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마저도 하지 않습니다. 혼침과 게으름에 빠지면 감옥에 갇혀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라지면 감옥에서 해방이 된 것과 같습니다. 혼침과 게으름은 나른함, 권태로움, 선하품, 기지개, 식곤
한 스님이 마조 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마음이 곧 부처이니라.” “어떤 것이 도입니까?” “무심(無心)이 도다.” “부처와 도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도는 손을 편 것 같고, 부처는 주먹을 쥔 것과 같다.” 낭야각이 상당해 말했다. “어떤 것이 부처냐 물으면 ‘바위 앞에 상서로운 풀이 많다’할 것이요, 어떤 것이 도냐 물으면 ‘시내 바닥에 신령스런 싹이 풍부하다’할 것이요, 부처와 도의 거리를 묻는다면 ‘몇 조각의 흰 구름이 묵은 절을 감쌌고, 한 가닥의 푸른 물이 청산을 감쌌다’하리라.”
Q : 수행 중에 들떠서 안정이 되지 않고 대상을 알아차리려고 해도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 다섯 가지 장애 중에 네 번째가 들뜸과 한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에 매달려 살고 있으며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정이 되지 않고 불안합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도 주저하거나 때로는 악행을 범하기도 합니다. 들뜸은 지나치게 잘하려고 하는 욕망으로 인해 생기기도 합니다. 들뜸과 한탄하는 마음이 생기면 물에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출렁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물에는 자신의 얼굴을 비쳐볼 수 없습니다. 이처럼 근심 걱정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불안정하여 사물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을
마곡(麻谷)선사가 어느 날 부채질을 하는데 한 스님이 물었다. “바람의 성품이 항상 있어서 두루 하지 않은 곳이 없거늘 화상은 어째서 부채를 흔드십니까?” “그대는 바람의 성품이 항상 있는 줄만 알고, 두루 하지 않은 곳이 없는 줄은 몰랐구나.”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두루 하지 않은 곳이 없는 도리입니까?” 마곡 선사는 이에 다시 부채를 흔들었다. 이에 스님이 마곡 스님에게 절을 하니 선사가 말했다. “쓸모없는 중을 천 명 붙여 둔들 무슨 이익이 있으랴?” 이에 개암붕(介菴朋)이 송했다. “시퍼런 칼날이 머리에 닿아도 피하긴 쉬우나/ 해당되는 근기가 따져 묻는 데는 대꾸하기 어렵다./ 보배인장은 허공에서 묘한 작용 있나니/ 손닿는 대로 잡아 보매 두루 하지 않는 곳 없네.
Q : 남을 미워하고 화가 날 때 상대가 잘못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알아차려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 다섯 가지 장애 중의 두 번째가 악의(惡意)로 남을 미워하고 해치려는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미워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화를 내고 증오하는 말을 퍼붓고 해치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악의는 처음에 상대에게 뭔가를 바랬던 마음으로 인해 일어납니다. 바라는 마음이 충족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급기야는 남이 잘못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자신에게 실재하는 현상이므로 알아차려야 할 법(法)입니다. 미워하는 마음으로 악의에 차게 되면 펄펄 끓는 물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게 되면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