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生)의 조화로운 선율은 다정하게, 사랑스럽게, 속삭이듯 울리고, 영원히 피어나는 봄꽃은 미감(美感)으로부터 싹튼다./ 평화와 기쁨은 굽이치는 물결처럼 유쾌하게 흐르고, 거칠고 적의에 찬 위세는 영웅적 기개로 변한다./ 신비스러운 소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예술적인 영감이 고취될 때, 반드시 영광이 찾아오며 어둠과 혼돈은 빛으로 변한다./ 행복한 사람을 다스리는 것은 외부의 고요와 내부의 기쁨. 그러나 봄날의 태양과도 같은 예술은 고요와 기쁨이 발하는 빛으로 더욱 찬란하리라./ 마음 가득한 위대함은 사랑스럽게 꽃핀다. 영혼이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평생에 걸쳐 서른두 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하며 피아노를 ‘악기의 제왕’ 반열에 올려놓았다.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거치며 18세기 중반 이미 형식적으로 완성된 장르인 소나타를 통해 매우 자유롭고 개성적이면서 위대한 음악세계를 고스란히 담았다. 베토벤은 서른두 개의 소나타로 서양 음악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베토벤의 청년 시절 작품 중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받는 작품은 소나타 C단조, Op.13 ‘비창’ 이다. 베토벤은 이 곡의 제목을 스스로 붙였는데, ‘비창(Pathetique)’이라는 의
철학, 종교, 사상 그리고 예술의 공통점은 ‘삶’을 주제로 한다는 것이다. 삶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묵시적으로 한편에 ‘죽음’을 놓아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종교는 삶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면, 철학과 사상은 삶의 문제를 해석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반면 예술은 삶과 죽음의 문제 중 어느 하나를, 혹은 그 모두를 동시에 표현한다. 예술가는 어떤 종교인이나 철학자 못지않은 통찰력으로 고뇌의 시간을 보낸다.프란츠 슈베르트는 슈베르티아데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가곡과 피아노곡, 실내악곡들을 주로 작곡하면서 활동했지만, 내적갈등은 점점
“고타마, 질문을 받다. / 오, 연꽃속의 진주여! / 죽음, 우리는 죽음을 말합니다. /죽음을 말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 옴 마니 파드메 훔!”윤이상(1917~1995)의 유일한 오라토리오 ‘옴 마니 파드메 훔!(연꽃 속의 진주여!)’의 두 번째 악장의 첫 가사이다. 모두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의 핵심은 2악장에서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질문자는 붓다를 ‘연꽃 속의 진주’라고 부르며 죽음을 목전에 둔 중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스승’
바로크와 고전을 거쳐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음악은 주로 이탈리아와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랑스가 중심지였다. 그 밖의 나라에서는 음악사의 주류를 이룰만한 눈에 띄는 업적은 없었지만, 각기 독특한 민족음악 혹은 국민음악은 존재해 왔다.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 정벌에 실패한 이후, 각 나라들에서는 민족의식이 대두되었고 독립을 서둘렀다.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민족성과 국민성을 담은 작곡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국의 풍경과 전설 등을 배경으로 하는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취를 담은 작품들이 탄생했다.스
1840년에 작곡된 가곡집 ‘미르텐(미르테의 꽃)’은 로베르트 슈만이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결혼전야의 선물로 바친 곡이다. 미르텐은 독일에서 신부의 화관을 장식하는 꽃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첫 곡인 ‘헌정(Widmung)’은 시인 뤼케르트의 시에 의한 곡으로 일종의 ‘청혼가’를 연상케 한다. 그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그대는 나의 영혼, 그대는 나의 심장 / 그대는 나의 기쁨, 오 그대는 나의 고통, / 그대는 내가 그 안에 살고 있는 나의 세상 (중략)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가치 있게 만든다오. / 그대
펠릭스 멘델스존은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인 천재 음악가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역사, 과학,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창작활동 이외에도 지휘, 연주는 물론이고 교육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복한 환경과 수준 높은 교육을 누려왔기 때문에 사교성이나 소통의 능력도 뛰어났다. 음악회를 기획하고 직접 지휘를 하며 청중들에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던 멘델스존은 약관의 나이에 이미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초연하여 80년 넘게 사장되어있던 바로크시대의 위대한 작품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기회
우리는 종종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거나 어떤 진한 감동을 느끼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빠른 템포의 열정적인 음악을 들으면 자극을 받거나 쾌감을 느끼고, 서정적이고 달콤한 선율에 매료돼 행복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음악이 주는 대표적인 정서적 효과이다. 하지만 여러 복잡한 관계에서 피곤한 생활의 연속인 현대 사회에서는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음악이 필요할 때도 있다. 20세기 들어 바그너로 대표되던 후기 낭만주의 이후, 독일음악이 지배적이던 시기에서 벗어나 드뷔시, 라벨 등 새로운 종류의 음악이 두각을 나타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C단조, Op.18’은 가장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명곡이다. 이 곡은 그의 작곡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의 작품이다. 17세 때 첫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고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에게, 첫 교향곡 초연의 실패는 크나큰 시련이었다. 그는 악계의 혹평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채 우울증을 앓으며 3년 이상을 아무런 작품도 쓰지 못했다. 다행히 모스크바 사설 단체의 오페라에서 지휘를 하며 음악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는 연주여행을 하며 유럽, 미국, 영국 등에서 작품들을
형식과 내용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작품들은 모두가 듣는 이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선율들이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모차르트는 곡을 써나가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소년시절 모차르트는 어느 귀족으로부터 연주회장에서 즉흥연주를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사랑의 노래’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모차르트는 주저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미묘한 사랑의 심리를 경험하지 못한 8세 소년의 연주는 예상 밖이었다.음악의 표현은 청중에게 이해되기 위하여 약간의 관습적이고 일반화된 표
가장 화려하고 멋진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장르는 아마도 피아노 협주곡일 것이다. 협주곡(concerto)이란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위한 작품을 말한다. 18세기중반 이후 피아노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후로 많은 작곡가들이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에게도 피아노 협주곡은 매력적인 장르였다. 연주 여행을 다니던 젊은 시절, 수많은 독주곡을 작곡하면서도 항상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갈망이 컸다.리스트는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는데 두 곡 모두 처음 스케치를 시작한
예술가를 영웅으로 하는 개념은 낭만주의 사상의 중심이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로 대표되는 시기에 프란츠 리스트보다 더 ‘영웅’의 이름에 어울리는 음악가가 있을까? 소년시절, 피아노 신동이었던 그는 리사이틀(recital)이라는 피아노 독주회를 열었던 최초의 연주자였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감상하는 것에 익숙했던 그 당시의 관객들에게는 센세이셔널한 일이었다. 그는 바흐부터 쇼팽에 이르는 균형 잡힌 레퍼토리를 혼자 이끌어가며 오늘날의 독주회의 기틀을 마련했다.리스트는 종종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는데,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물’일 것이다. 물은 사람 몸무게의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생존의 절대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강, 호수, 바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자연에 두루 존재하는 탓에 예술 작품에서 그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된 음악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존재라 물과 더욱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바로크 시대부터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작품에서도 물은 작곡가에게 상당히 익숙한 소재였다. 헨델의 관현악곡인 ‘수상음악(Water Musi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 1918)의 작품은 시적이거나 회화적인 느낌의 제목이 붙은 경우가 많다. 확실한 주제의 논의를 회피하고 잠재의식과 내면의 느낌, 인간의 심리상태에 중점을 둔 상징주의 문학은 모호하고 희미한 분위기의 드뷔시 음악과 잘 맞았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실적 표현을 기피하고 즉각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을 표현했던 화풍 역시 드뷔시의 음악적 성격과 유사했다. 드뷔시 음악은 상징주의 문학이 주는 암시성과 인상주의 미술이 가진 빛과 색채를 모두 담고 있었다. 드뷔시의 초기 작품들은 ‘아라베스크(Arabesque
1952년 여름, 뉴욕의 한 공연장 무대에서 피아니스트가 걸어 나와 정중히 인사를 했다.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유명 작곡가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펼쳤다. 그러나 피아니스트는 건반을 전혀 누르지 않고 뚜껑을 열고 닫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청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는 계속해서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4분 33초가 흐른 뒤 피아니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퇴장했다.미국의 현대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
독일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막스 레거의 ‘12개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집’ 중 세 번째 곡인 ‘봄노래(Frühlingslied)’는 봄날의 산들바람과 같은 분위기의 곡이다. 이 작품집의 다른 이름인 ‘꽃과 잎(Blätter und Blüten)’과 가장 어울리는 이 곡은,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서사시인 ‘불소행찬(佛所行讚)’의 앞부분이 연상된다. 단정한 모습의 수련과도 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이 곡을 온화한 마야부인의 모습에 견주어 본다.‘왕은 천제석(天帝釋)같고 / 부인은 제석의 부인 사지(舍脂) 같았네. / 뜻을 잡아 지님은 땅
루드비히 반 베토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작곡가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주저 없이 그의 이름을 생각해 낼 것이다.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청력상실을 딛고 일어난 불굴의 의지 표상이기도 한 베토벤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그의 이름은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고,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음악을 들으며 생활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 레퍼토리 또한 베토벤의 작품들이다.베토벤의 9개 교향곡, 16개의 현악사중주,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등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모두 그의 인생 굴
음악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예술이다. 연주자는 무대에 올린 작곡가의 작품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표현하면서 청중과 감정을 교류한다. 음악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마치 언어와 같은 소통의 도구 역할을 한다. 클래식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보편성 덕분이다. 요제프 하이든의 음악과 실천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보현행원품’에서 그 접점을 찾아본다.‘파파하이든’이라는 온화한 느낌의 별명처럼 하이든의 음악과 일생은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 드라마틱한 서사가 적은 편이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클라라는 피아노 교사였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의 교육열에 당대 최고의 음악 교사들에게 레슨을 받으며 음악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피아노는 물론 성악, 작곡, 지휘법을 비롯해 외국어까지 충실히 배운 클라라는 음악회와 발레 공연 등을 감상하며 다양한 교양도 쌓아갔다. 그녀는 9세 때 공식적으로 데뷔하여 2년 후 아버지와 함께 유럽 연주여행을 다니며 성공적인 무대를 이어나갔다. 쇼팽은 클라라의 연주를 듣고 감탄하여 리스트에게 편지를 쓸 정도였다.클라라는 작곡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 10세
마주르카(Mazurka)는 3박자 계통의 폴란드 민속 춤곡이다. 느리고 감상적인 쿠자비악(Kujaviak), 활기찬 보통빠르기의 마주르(Mazur), 약간은 거친 성격의 빠른 템포 오브렉(Obrek)의 세 가지 형태의 민속 춤곡이 융합되어 마주르카라고 불리며, 정해진 안무 없이 춤을 추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색다르게 변하는 자유로운 장르이다. 폴란드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프레데릭 쇼팽은 언제나 폴란드 정서를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평생에 걸쳐 마주르카 50여곡을 작곡했으며, 또 다른 폴란드 대표적인 춤곡인 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