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2월 출간된 ‘선문정로(禪門正路)’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간 전혀 문자를 세우지 않던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1912~1993)이 직접 글을 써 선문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언어는 직설적이고 간명했으며 파격적이었다. 내로라하는 강백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선어록은 물론 교학 전반을 종횡무진하며 논지를 이끌어갔다. 간화선 수행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이며, 현재 간화선 수행의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정진해 궁극의 깨달음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었다.성철 스님은 철두철미한 돈오돈수를 주
옛 사람들은 삶과 죽음이 호흡지간(呼吸之間)에 달렸다고 보았다. 숨을 들어 마신 뒤 내뱉지 못하면 바로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호흡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임을 처음 발견한 것은 인도의 수행자들이었다. 특히 부처님은 자연스럽게 내뱉는 호흡을 통해 번뇌에 휩쓸리지 않고 존재의 실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들숨날숨에 주목하는 순간 누구라도 지극한 평온함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제 무엇이 와도,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 마음을 쉽게 어지럽히지 못한다. 그냥 항상 깨어서 지켜볼 뿐이다. 거센 파도가 몰아
당나라 현장 스님이 인도에서 가져와 번역한 ‘대반야바라밀다경’은 무려 600권에 달한다. 이 방대한 경전을 단 260자로 압축한 ‘반야심경’은 대승불교의 정수를 뽑아 응축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심오한 가르침이 담겨 있어 늘 ‘어렵다’는 편견에 맞닿아 있는 경전이기도 하다.그 ‘반야심경’을 10대의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있는 이 책은 구성과 풀이, 서체와 화법 모두가 기존의 ‘반야심경’과는 결을 달리한다. ‘반야심경’의 경구 하나하나를 풀이하고 있는 책들이 적지 않지만 이 책은 경전 해석에 치중하기보다는 이 경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1621호 / 2022년 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딱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대나무 평상은 법정 스님이 앉은 자리만 닳아서 반질거렸다. 그 평상에 법정 스님을 뉘었다.…위패에는 이런저런 문구 없이 ‘비구 법정’ 네 글자만 썼다. 이 모든 것이 법정 스님 다웠다.…말씀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는 ‘무소유’를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 것은 나를 비롯한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큰 복이었다.’2010년 3월11일 길상사 행지실에서 입적한 법정 스님은 다음날 송광사로 마지막 길을 나섰다. 관도, 상여도 없이 평소 사용하시던 평상 위에 궤색 가사를 덮은 채 행지실을 나선 법체와 ‘비구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조선 태조 6년(1397) 상총선사가 ‘초발심자경문’ 배우는 것을 사찰의 청규로 제정한 이후 오늘날까지 600여년 간 ‘초발심자경문’은 승가교육의 기본 교재로 공고한 위상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전통에 대한 단순한 묵수(墨守)가 아니다. ‘초발심자경문’을 구성하고 있는 3편의 글이 출가의 기본 정신과 자세, 지켜야 할 계율과 지향해야 할 수행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초발심자경문’에서도 첫 머리의 글이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이다. 고려 말 정혜결사를 통해 불교 개혁을 주창했던 지눌 스님은 ‘계초
인기 웹툰과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지옥은 어느새 친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친숙함, 딱 거기까지다. 사찰에서 49재를 지내는 경우 망자의 가족들이 재를 왜 지내는지 모르고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10대 시왕의 이름을 영단 주위에 내걸고 진행되는 백중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처럼 친숙한 줄 알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49재에 담긴 의미와 갖가지 지옥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풀어낸 ‘중음세계와 지옥 순례기’다.저자 허암 거사는 유식 사상을 전공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강의와 저역 작업
동물과 사람의 교감과 우정은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야생으로 돌아갔지만 어린 시절 돌봐줬던 사람을 잊지 않고 부둥켜안으며 반가워하는 사자,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때가 되면 나타나는 펭귄, 날개를 잃어 죽어가는 꿀벌을 돌봐주자 마치 사람의 손처럼 앞발을 들어 흔들며 친밀감을 표시하는 모습에서 과연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무엇일까 반문하게 된다.이 책은 CNN, CBS, BBC, 뉴욕타임스 등 세계 여러 언론에서 다룬 바 있는 감동 실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소 툴라 툴라(Thula Thul
불교는 전 세계적으로 5억7000만명이 믿고 따르는 종교다. 그 시작은 2600여년 전 부처님의 깨달음이었다. 그러면 불교라는 세계종교를 탄생시킨 부처님이 누구일까. 단순한 물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부처님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나 불과 100년 전까지도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모는 주목받지 못했다. 궁극의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은 인간 범주를 넘어 최고 신격인 범천에 이르기까지 뭇 존재들의 스승이자 귀의처로 받아들여졌다. 산치대탑 등 고대미술에서 나타나듯 부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보리수·법륜·발자국이
“야단법석에서 행해졌던 의례가 그대로 법당 안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아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부처님이 계시는 법당 안에서 의식을 집전할 때도 우리는 부처님을 청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부처님이 법당에 상주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책을 펴냈습니다.”한국전통의례전승원 학장 정오 스님은 2월11일 서울 구룡사에서 전통 의례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에 이르러 와전됐거나 변용된 것을 보완한 의례집 ‘예식의궤’(경제어산연구소)를 펴내고 출판간담회를 개최했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팔만대장경을 포함한 방대한 불교사상의 핵심이 담긴 단어 하나를 말한다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연기(緣起)’를 꼽지 않을까. 초기경전인 ‘맛지마니까야’에는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했으며, ‘우다나’에도 붓다가 네란자라 강변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할 당시 7일 동안 결가부좌한 자세로 내관한 것이 12연기라고 전한다.연기는 어원적으로 ‘의존하여 일어난다’ ‘연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는 상호의존성을 말한다고 하나 그
불교계를 대표하는 수필가로 달마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대원 작가가 수필집 ‘한 뼘의 볕바라기’를 내놓았다. 희수(喜壽)의 나이에 내 놓은 수필집은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와 희망보다는 수렴(收斂)과 노년에 느끼는 삶에 대한 깊은 관조, 아름다운 마무리에 방점이 찍혀있다.평생의 반려자였던 노처(老妻)의 병상에서 느끼는 고마움과 죽음에 대한 단상, 그리고 하나둘 운명을 달리하는 인연들의 돌이키며 참다운 삶의 의미에 천착하기도 한다. 하늘로만 향했던 눈은 깊은 세월의 흐름에 점차 낮아져 청명한 날에 길가에 나온 작은 토룡을 보는 기적을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진실로 지심자는 몇 명이나 있겠소. 한암(漢巖)이 아니면 내 누구와 더불어 지음이 되리오.”1903년 해인사 조실 자리를 내어놓고 만행길에 오른 경허 스님은 제자인 한암 스님에게 한 편의 글을 남겼다. 경허 스님은 스승과 제자라는 표현 대신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지음(知音)’이라 한암 스님을 칭했고, 스스로는 ‘지심자(知心者)’라며 한암 스님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월정사 원행 스님은 최근 발간한 ‘성인 한암 대종사’에서 “경허 스님이 지음이라고 칭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