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시 전통의 수행법을 필자가 처음 접한 것은 1988년인가, 1989년 거해스님의 책을 통해서였다. 1989년 백흥암에서 동안거를 날 때도 거해 스님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말이다. 1990년 초기불교와 팔리어 원전을 공부하기 위해 스리랑카로 유학을 떠났다. 반갑게도 수도 콜롬보에는 마하시 전통의 명상센터가, 콜롬보에서 3시간 거리에도 마하시 전통의 국제명상센터가 있었다. 수시로 그곳에 가서 수행했다. 그러다 1993년 고엔카 전통의 수행법을 만난 이후로는 몇 년간 계속 고엔카 전통의 수행법을 익혔다. 1997년에는 사마타
22대 총선은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집권 중반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를 매섭게 심판한 것이다. 민생, 경제·외교, 인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마저도 일찌감치 잃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잼버리가 파행을 거듭했음에도 책임지는 고위공직자 한 명 없었지 않은가.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뒤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은 총선 악용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채상병 사망 사고 조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
초기 개신교는 학교, 병원, 교회라는 근대 시설을 기반으로 선교하며 성장을 가속화했다. 나는 1919년 통계를 기준으로 초기 개신교에서 학교, 병원, 헌금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이 통계는 초기 개신교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당시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조선총독부 잡지인 1920년 5월호 ‘조선휘보’와 1920년 7월호 ‘조선’에 실린 학무국 종교과 소속 요시카와 분타로(吉川文太郞)의 “조선의 기독교 각파”라는 글을 참고했다.당시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 윤석열이 가수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는 것을 보고, 저거 나도 좋아하는 노래인 데라고 맞장구쳤던 기억이 난다. 그는 노래를 선곡하게 된 배경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언어 구사력까지 발휘했다. 순간 시큼털털한 감동이 밀려왔다. 실제로 이승철은 영결식장에서 이 노래를 처연하고 담담하게 읊조리며 할 말이 많았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토닥토닥 꼭꼭 여미어주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대통령 윤석열의 언사와 몸짓은 거칠고 무례하다. 도리도리까지는 뭐 어쩔 수 없다하더라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재열)의 대표적 소장품인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 2년여 만에 춘천으로 돌아와 다시 관람객들과 만난다. 국립춘천박물관은 3월 12일부터 브랜드실에서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을 진행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 가운데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한상들이 대거 공개된다.국립춘천박물관을 대표하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은 2001년 영월 창령사 터에서 출토, 2018년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으로 많은 주목받은 후 국내외 순회전을 이어왔다. 춘천을 떠나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긴 소매가 펄럭인다. 한 손에서 시작된 춤사위가 서서히 몸 전체로 흘러내린다. 유연하면서도 힘차게, 공간을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그의 몸짓은 노래하는 파도처럼 우아하게 변화한다. 하늘거리는 흰 천과 장삼 속에는 이철진(57·수성) 구슬주머니 대표의 부처님을 찬탄하는 마음이 소복이 쌓여있다.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중요무형문화재이자 불교예술의 정수인 승무를 구사하는 유일한 남성 춤꾼 이철진 대표. “춤을 배우지 않았다면 출가해 깊은 산속 바위 밑에서 참선에 빠진 도인이 됐을 것”이라는 그의 삶에는 부처님과 함께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태국 아잔 차 스님 전통의 아잔 브람 스님의 제자이면서 테라와다의 비구니를 부활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반테 수자토 스님을 집 근처 커뮤니티 센터에서 만났다. 스님은 자애명상을 가르쳐 주셨고 일상적이거나 심리적인 다양한 질문들을 환영하며 초기불교적 관점으로 답해 주셨다. 내게는 너무나 큰 환희심으로 다가왔다.당시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밥도 대충 먹고 아이들을 피해 식탁 밑에 들어가 명상을 할 정도였다. 한 번은 너무 강렬한 환희심 때문에 잠도 못자고 몸 주변이 커다란 타이어 같은 것에 둘러쌓인 것 같
불교를 종교로 만난 건 아니었다. 나에게 불교는 현재의 삶을 내려놓는 해방감과 좋은 사람이 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가이드로서 다가왔다.대학 3학년 때 심한 불면증이 찾아왔다. 당시에는 시험기간에 가방을 도난당하고 놀란 것이 시작이었는데 1년간 거의 잠을 못잤다. 마음을 돌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닐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당시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리치료에도 익숙한 편이었지만, 도움을 얻지 못했다. 6개월 정도 상담을 받고도 “선생님은 왜 저를 도와주려 하세요?”라는 질문을 해 상담사를 당황하게 했다. “모든 사
호주 출신의 영적 지도자 레너드 제이콥스의 ‘현존’ 3부작 중 ‘고요한 현존’ ‘현존명상’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온갖 괴로움과 불만족의 원인인 ‘마음의 세계’에 빠지지 않고, ‘지금의 세계’에 깊이 현존하면서 참된 자기로 깨어나도록 안내한다. ‘현존’은 참된 자유와 행복으로 깨어나는 핵심 열쇠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은, 자기 안에 억눌린 모든 감정을 풀어주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 방법을 제시한다. 레너드 제이콥슨 지음/침묵의 향기/1만3000원.[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
11월29일 ‘전법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소신(燒身)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는 한국불교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든든한 문중의 뒷배도 없이 50대에 총무원장에 선출됐고, 숱한 저항과 도전 속에서도 재임에 성공해 8년 임기를 꽉 채운 첫 총무원장이었다. 총무원장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상월선원 천막결사, 만행결사, 인도순례 등을 진행하면서 전법을 통한 한국불교 중흥에 앞장서는 등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자승 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세 되던 해 조계종 3·9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호주 출신의 명상지도자 레너드 제이콥슨의 ‘현존’ 3부작 중 ‘고요한 현존’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온갖 괴로움과 불만족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와 행복으로 깨어나는 핵심 열쇠는 ‘현존’이다. 즉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고통은 기억된 과거와 상상된 미래에서 비롯된다. 기억과 상상이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일 뿐임에도 그것이 실재하는 것으로 여기며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책은 깨어있는 삶으로 안내한다. 레너드 제이콥스 지음, 김윤 옮김, 침묵의 향기, 1만4000원.[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
한중일 삼국 불교 지도자들이 평화와 공생의 불국정토 구현을 위해 상호협력할 것을 약속했다.동북아 화합을 넘어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제23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한국대회가 11월7일 서울 봉은사 일원에서 개막했다. 불교종단협의회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중국불교협회(협회장 연각, 수석대표 명성 스님), 일중한국국제불교협의회(이사장 타케 카쿠초 스님) 등 한중일 삼국 불교를 대표하는 280여 스님들은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나라별 전통예불을 올리는 세계평화기원법회를 통해 세계인류가 부처님의 화합공생 가르침에 귀의하길 발원했다.이날 오전
국립제주박물관(관장 박진우)이 육지와 제주의 돌사람이 전하는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마련했다.제주박물관은 관내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가장 가까운 위로-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을 개막했다. 내년 2월18일까지 진행되는 이 자리에는 17~20세기에 조성된 제주 동자석 35점과 영월 창령사터 출토 영백나한상 32점, 제주 현대작가의 조각과 회화 11점이 소개된다.이번 전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위로와 성찰이 주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까지 전해오는 돌사람(석인상)은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왔다. 제주박물관은 그 중 제주 동
부안의 작은 절 혜원사(주지 정원 스님)가 인근에서 진행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로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혜원사에는 지난 일주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참가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8월3일 20여명의 잼버리 대원이 도량을 찾은 후 매일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친구들의 SNS를 통해 템플스테이의 우수성과 한국인들의 정을 전해 듣고, 미처 템플스테이를 신청하지 못한 대원들이 시간을 내 찾아온 것이다.주지 정원 스님은 손님들에게 시원한 차를 대접하고 한국불교에 대한 소개와 체험의 기
서울에서 열린 제18차 샤캬디타 세계대회는 한국불교 비구니승단의 위상과 여성불자들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 시켰다. 특히 5일간 매일 3000여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데 따른 숙박과 식사, 프로그램 진행, 행사장 질서유지 등 여러 측면에서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 5일간 현장은 놀랍도록 질서 정연했으며 쓰레기가 쌓이거나 무질서한 상황이 연출되는 일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행사 진행력은 이번 대회를 주관한 전국비구니회의 역량과도 이어지는 만큼 한국 비구니승가와 여성불자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31개국 6
전 세계의 비구니 승가공동체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비구니계맥의 전통이 없었던 티베트불교계와 비구니계맥이 단절됐던 남방 상좌부불교계 비구니 계맥 전래와 복원 움직임이 매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부대중이라는 불교 본연의 평등공동체가 복원되고 있다는 평가다.이 같은 사실은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가 6월23~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에서 발표된 25편의 논문과 51개 주제의 워크숍에서 드러났다. 특히 열악한 수행·생활 여건 속에서도 비구니계맥 전래와 복원을 위해 꾸준히 펼쳐온 노
‘미래한국 불교를 위해서 제언하고자 한다’는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18회 샤카디타 한국대회에서 발표할 필자의 논문 제목이다. “위기의 세상 속에 깨어있기”를 주제로 6월23일부터 닷새간 봉은사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논문발표, 워크숍, 전시, 명상, 문화공연 등 세계 각국 불교여성들이 준비한 다채롭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우리는 우리가 발전시켜온 문명과 작금의 세계정세가 얼마나 ‘무상(無常)’한 것인지를 뼈아프게 실감했다.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하고, 지혜와 통찰력을 길러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현대사회에서 인류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불교”라며 “불교국가의 스님과 불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교 포교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진우 스님은 6월1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비롯해 국제참여불교연대(INEB) 소속 9개국 19명의 활동가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인류는 물질과학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시대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맞게 될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대는 정신문명에 초점
1986년 나는 달라이라마 존자의 배려로 인도 다람살라의 불교론연구소(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 in Dharamsala)에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개인적인 학업의 목표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인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비구니들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대대수 비구니들은 가족으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비구들에게 주어지는 교단적 지원도 비구니들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부처님의 평등주의적 사회철학과는 달리 실제 내 주변 비구와 비구니들의
지난 2004년 한국의 뛰어난 여성들이 샤카디타를 성공적으로 주최한 이래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번 해에는 어떤 경이로운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위기의 세상 속에 깨어있기’라는 제18회 샤카디타 세계대회의 주제는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을 잘 포착하고 있다. 우리는 호흡 명상, 지구 대기 공유, 그리고 마스크 사용과 격리 등을 통해 서로서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샤카디타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고된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