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아들은 힘들었다.수능 앞둔 아들 걱정하다설악산 봉정암 기도 동참대비주 고성정진하며 눈물수행에 매진하겠다고 발심수능을 앞두고 자신감 부족과 조바심 탓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긍정의 말로 위로는 했지만 힘들다는 사실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불교에서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성지, 설악산 봉정암에 다녀오자는 제안이었다.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당시 봉정암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마음이 먼저 앞섰다. 강원도 높은 산이라고 했다. 산을 좋아하지
오래 전 사형스님의 말씀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사형은 삶의 온갖 질곡을 겪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분입니다. 그 삶에서 딱히 배울 점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때 사형의 “산다는 것은 별거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라는 그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벌써 10년도 지난 일인데 왜 내 가슴에 그토록 오래 자리 잡고 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 분이 모범적으로 잘 살아오셨다면 아마 지나가는 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온갖 고민과 어려움을 달고 사시는 분에게서 들은 말이라 더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
한역대장경을 근거로 성립된 동아시아 불교권의 또 다른 공통적인 특징은 대승불교를 중심으로 발전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스리랑카·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타이 등 남아시아 불교권이 소승불교(小乘佛敎 또는 上座佛敎)를 중심으로 전개된 것과 크게 다르다. 인도불교의 발전과정에서 본다면 원시(原始 또는 根本)불교에서 소승[部派]불교로 발전하고, 다시 대승불교가 흥기하였는데,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시대는 인도에서 이미 대승불교가 융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로부터 중국에 전해진 불교는 인도불교의 발전과정과는 상관없이 대승과 소승이 뒤섞여 들어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해변가에 모여 있습니다. 바다에는 사람 키만한 높이의 파도가 밀려오는 가운데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그 파도를 즐기고 있죠.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내리쬐는 태양빛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시원한 바다로 밀어 넣습니다. 그렇게 바다로 들어간 사람들은 높은 파도에 휩쓸려 뒤집어지며 소금물을 잔뜩 먹기도 하죠. 파도에 몇 차례 꼬꾸라진 사람들 중, A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바다가 나를 내뱉어버려 코에 소금물도 잔뜩 들어가고… 무서워서 더 이상 안 들어가!’ A는 두려
반갑습니다. 오늘은 ‘출가에서 열반까지’라는 주제로 지난 1주일간 집중수행을 하고 회향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집중수행에 동참한 여러분이 고맙고, 부럽기도 합니다. 사실 부처님이 출가해서 열반하기까지 실제로는 45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1주일 만에 끝내는 것입니다. 출가, 진리 길로 들어서는 것새로 마음 다잡는 것도 출가열반은 탐진치 끊어진 자리편리함 좇으면 잃는 게 많아집착 버리는 게 행복의 시작매순간 만족하는 삶 살아야출가란 무엇일까요?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마치 ‘불이 난 집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출가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다. 말리는 엄마, 한다는 아이삼복더위에도 사불·108배덕분에 남편과 함께 수행부처님 가피로 행복만들 것나는 아이에게 내 경험을 빗대어 “민재야. 힘들다. 하지말자”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달랐다. “엄마. 해보고 못하겠으면 그때 안할게.”나는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멍했다. 아이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하루도 빠짐없이 1차에서 3차까지 90일씩 반복되는 재가안거 수행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거뜬하게 완성했다. 1차 재가안거 사불수행을 신기하게도 잘 마치더니 2차 때는 삼복더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에도 구슬
오늘은 바라밀선원이 이전해 새롭게 개원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절을 세우는 이유는 홍법도생(弘法度生)하기 위함입니다. 홍법도생이란 부처님 법을 널리 펼쳐서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법도생이라는 말도 같은 뜻입니다. 결국 법당을 여는 것은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중생고통 덜어주는 것탐진치 극복하면 열반본래마음 찾는게 수행한국불교도 변화 필요과거 의존서 벗어나야옛날에 절은 그 지역의 비보(裨補)로 불렀다고 합니다. 고려 때 태조 왕건이 스승처럼 모셨던 도선국사는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으로 우리나라 전역
매주 토요일마다 광장은 뜨거웠다. 낮과 밤으로 나뉜 주장들은 처음엔 결이 달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격이 달라졌다. 한낮의 광장은 주장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관계없는 상징물들이 넘실대고 저주의 소리가 가득했다. 선동을 위한 거짓말들이 가득한 그곳은 우리나라 역사의 변곡점마다 늘 있어왔던 광경들이고, 이를 잘 극복한 역사라 말한다. 하지만 이번은 다른 것 같다. 태극기를 앞세운 모습은 기쁨과 환희가 넘치던 축제의 장이 아니라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파멸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다. “선열들이 목 타게 기다렸던 그날이 왔을 때, 이 강토는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나는 아주 특별한 외출을 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분위기는 나를 압도했다. 그 특별한 외출을 한 곳이 바로 부산 홍법사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외출은 이제 나에게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간호대학을 가기 위해 엄마와 1000배를 할 때에도, 불자 기본교육 단계인 신행학교를 다닐 때에도 내가 왜 기도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엄마가 그저 시키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억지 신심을 내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나도 한 아이의 엄마, 또 아내라는 이름의 삶을 살면서는 불교를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다.우연일까
동아시아 불교의 중심을 이룬 것은 중국불교이다. 중국불교라고 하는 것은 이질(異質)의 문화권에서 성립된 인도불교를 중국인이 수용해 중국사회와 문화에 적응되도록 변용(変容)하여 중국인의 정신생활의 양식으로 된 불교를 말한다. 원래 불교는 기원전 6~5세기경 인도에서 성립된 이래, 그 보편성과 세계성으로 말미암아 국경을 넘어 각 지역으로 널리 전파되었다.인도의 경전 그대로 받아들인남아시아권의 불교와 다르게중국의 언어인 한문으로 번역구성자체가 다른 상이한 언어번역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인도와 서역의 학승 참여하고한국 등 주변
교통사고로 20대의 젊은 아들을 잃은 거사님이 있습니다. ‘아들’이란 말만 들어도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죽음이란 단어만 보아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어지는 아버지입니다. 세월 지나면서 조금씩 숨 쉬어가며 살아가지만,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리 안다는 건 삶을 바꾸는 일고통서 벗어나는 지혜 갖게 해불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공부항상 진리 가까우 두고 살아야우리 절에서 처음 시작한 불교 공부는 이토록 깊은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내고, 새까만 가슴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늦은 퇴근 시간에도 부지런히 참
참선하면 부수적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큰스님들 법문을 많이 들었다. 나만 알던 내가 배려를 할 줄 알게 됐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애착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됐고, 옳고 그름을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 모든 일이 참선공덕인 것도 여실히 깨닫고 있다. 이렇게 좋은 부처님 법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특히 재단법인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가 주최하는 ‘간화선 단기안거’에 동참하면서도 많은 공부를 했다. 간화선 단기안거는 한국불교 전통수행법 가운데 하나인 간화선
오늘은 1000일 기도를 입재하는 날입니다. 1000일간 기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원력을 내고 기도에 동참한 여러분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도는 혼탁한 마음 정화‘이루겠다’ 원력·확신으로꾸준히 하면 꼭 소원성취나만이 아닌 이웃을 위해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관세음보살님 마음 닮아가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욕심을 냅니다. 욕심을 내다보니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 미움은 다시 화를 부르고 자신도 모르게 모든 일에 짜증을 내게 합니다. 이런 마
지난해에 이어 동안거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에는 큰 절에서 많은 대중과 살았고, 올해는 8명의 대중과 지냈습니다. 적은 인원이 모여 살면 공부가 어떨지, 사는 것은 어떨지,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어색하고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그래도 평생 절에서 살아왔고 대중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에 이골이 나있어서 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 주장하지 않고, 내 생각 고집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칭찬하고 찬탄한다면 상대는 제게 더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어 선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정진해서 ‘참나’를 찾아보겠다던 선방의 여러 도반님들! 대단한 각오를 한 듯했다. 선풍기도 없이 자연바람을 도반 삼아서 참으로 잊지 못할 한 철을 보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지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무엇이 그 무더위를 잊게 하고 시원하게 ‘이 뭣고’를 붙잡게 했을까?지금 1998년. 창문으로 가을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날이었다. 라디오 주파수를 여기저기 옮기다가 어느 순간 불교방송이라는 코멘트가 나오기에 그 자리에서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애청자가 되어 밤이 늦도록 듣게 됐다. 불교다, 부처다
지금까지 살펴온 바와 같이 석존의 상가가 추구한 이상은 화합이었다. 그리고 불교교단의 성립에 앞서 이미 상가로 불리어졌던 공화국과 상인조합의 이상도 화합이었다. 석존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집단으로서 일찍이 공화국과 상인조합을 주목하였고, 그것을 모델로 하여 자신의 교단을 조직하고 운영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평등한 관계 속에서 민주적인 운영을 통하여 완전한 화합을 이룬 이상적인 공동체를 구현함으로써 역으로 세속사회에서의 공동체생활의 길잡이가 되도록 하였다.석존 높이 평가했던 공화국선진 왕국들의 위협에 몰락왕국이 공화국을 병합하고왕국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부처님께서 꽃을 한 송이 들었을 때 가섭존자는 빙그레 웃었다고 합니다. 그 웃음으로 인해 가섭존자는 부처님의 ‘정법안장 열반묘심(正法眼藏 涅槃妙心, 고요한 정적의 마음 가운데 바른 진리의 안목을 지니다)’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평화롭게 앉아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세요. 그러면 부처님의 정법이 바로 그 미소 속에 드러날 것입니다. 가섭존자가 그랬던 것처럼부처님 최고공양물은 미소미소 지으면 행복 찾아와게으름, 삶의 가
“아~ 여기도 절 하나 있으면 진짜 좋겠네요."제주도 여행하며 만난 ‘붕암’스러지는 육체를 암자에 비유젊음 교만한 자신에 부끄러움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수행지찬 스님과 제주도 자전거 여행 중 우도를 들어가게 됐습니다.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보며 온 바다를 다 둘러보고 우도봉도 올라가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감동해서 했던 말입니다. 해안가를 다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된 후 점심을 먹고 나니 갈등을 하게 되더군요. 배를 타고 제주도로 나갈까… 아니면 해안가가 아닌 우도 마을 중앙을 자전거로 한 바퀴 더 돌까…
좌선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과거의 습관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 하는 모습을 마주하면 얼마나 습관이 무서운 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매일 아침 ‘천수경’을 독송하면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이 있다. 불, 법, 승 ‘삼보’와 탐, 진, 치 ‘삼독’ 그리고 계, 정, 혜 ‘삼학’이라는 구절이다. 그 중에서도 ‘삼독’이라는 용어가 눈에 들어왔다.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접하는 행동이나 모습으로 쓸데없는 탐욕을 내기도 했다. 또 순간을 참지 못해 분노하거나 화를 내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
정초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고뿔로 며칠을 몽롱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근육통을 동반한 지독한 감기라 신종 플루가 의심돼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이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근육통은 여전히 일상생활을 거북하게 합니다. 일정이 많은 정초에 인후통증까지 겹쳐 건강한 모습으로 새해 축원을 올려야하는 주지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염불을 하다보면 온전해지는 목소리로 위로를 삼습니다.누구나 쉽게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감기는 휴식을 통해 회복될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는 다릅니다. 병원에서 검진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