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체유부는 일체의 현상을 ①물질적 현상(色法), ②마음(心法), ③심리적 작용(心所法), ④심불상응행법, ⑤무위법 등의 5가지 범주(五位)로 설명한다. 이 5가지 범주는 ‘실체적 존재(實有, dravya-sat)’로서 각각 고유한 본질이나 작용을 지닌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④심불상응행법은 유부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주는 범주로서 세친의 비판의 표적이 된다. 사실 세친은 유부의 5가지 범주 가운데 심불상응행법과 무위법을 실체적 존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세친은 이 2가지 범주를 ‘명칭적 존재(假有, prajñapti-sat)’로서
인식현상이 일어날 때 필요한 조건이 6근·6경·6식의 3가지 요소(三事)인데, 유부는 이 이외에 여러 조건(緣)을 내세운다. 유부는 연기(緣起)를 분석적으로 해석하여 인식현상이나 업의 이론을 설명하는 6인·4연·5과라는 인과론적 체계를 마련했다. 이 가운데 4연(緣)은 인식현상이나 인식이 생겨나는 조건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4연의 명칭은 아비달마 최초기의 논서인 ‘식신족론(識身足論)’에 나타나며, 이에 대해서는 ‘대비바사론’이나 ‘구사론’ 등에서 자세히 설명된다.이러한 4연은 ①인연(因緣, hetu-pratyaya), ②등무간연
인식과 심리현상의 관계는 ‘잡아함경’에서 ‘눈과 색을 연하여 안식이 생긴다. 이 삼사의 화합이 촉이고 수·상·사가 함께 일어난다’라는 경설에서 확인된다. 눈과 색을 연하여 안식이 생기고 삼사가 화합하여 촉·수·상·사가 생길 때, 과연 어느 부분을 인식으로 볼 수 있는지는 흥미로운 문제이다. 촉이 발생하기 이전의 인식은 제1차적 인식이고, 촉 이후는 제2차적 인식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일상적인 차원에서 어느 대상과 마주할 때 일어나는 그 대상에 대한 언어적 인식이나 감정의 양상이 반영된 인식 등은 제1차적 인식 이후의 제2차적 인식으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이라는 ‘다르마이론’은 초기불교에서 일체법을 5온․12처․18계로 분류하던 방식을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다양한 다르마로 해체하여 인식과 존재나 인과론 등의 여러 문제들을 설명하는 매우 독특한 체계이다. 유부의 다르마이론은 법의 실체성, 즉 ‘다르마가 삼세에 걸쳐 실체적으로 존재하고(三世實有), 그 본체는 항상 존재한다(法體恒有)’는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실재론적 사고를 드러내기 때문에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부가 제시하는 법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듯하다. ‘구사론’에서 세친은 ‘다
설일체유부의 무형상지식론과 경량부의 유형상지식론은 근·경·식의 연기적 관계에서 식의 어떠한 역할에 초점을 두고 제기된 문제로 이해된다. 예컨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생길 경우,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은 식의 어떠한 작용이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해서 식이 작용할 때, 식이 형상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는 대상의 파악에 식의 형상이 어떻게 관계되는가? 라는 문제로서 인식의 성립과정과 그 성격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만약 식에 형상이 있다면, 대상은 식을 통해서 파악될 때, 대상은 식에 투영된 형상을 통해서 추리되고
인도철학에서는 인식주관과 대상의 관계에서 외계의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 두 가지 지각이론으로 설명한다. 하나는 무색투명한 지식이 감관을 매개로 외계대상을 인식한다는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외계대상이 우리의 지식 내에 부여한 지각상을 근거로 인식한다는 이론이다. 전자는 ‘무형상지식론(無形象知識論)’이고, 후자는 ‘유형상지식론(有形象知識論)’이라 부른다. 이러한 지식론은 불교에서 설일체유부와 경량부의 지식론으로 대별된다. 즉 유부는 무색투명한 식이 외계의 대상을 직접 지각한다는 무형상지식론의 입장을 취하고, 경량부는 외계의
인식주체는 인식현상을 설명할 때 인식과정을 주도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어떤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어느 작용주체(kartṛ)가 어떠한 인식행위(=인식작용, kriyā)를 통해서 대상을 파악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인식행위는 행위자, 즉 작용주체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인식주체나 경험주체의 문제는 일상적인 인식이나 경험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된다. 하지만 인식주체는 초기불교 이래 모든 현상을 조건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설명하는 연기설의 해체적인 관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부정된다. ‘구사론
초기불교 이래 인간은 5온설, 즉 색․수․상․행․식 등의 5가지 요소의 가화합으로 설명된다. 5온설은 5온의 임시적 현상 이외의 실체적 자아를 부정한다. 이런 점에서 5온설은 무아나 윤회의 주제 문제 등 철학적․실천적 측면에서 여전히 불교적인 논의의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이러한 5온과 관련하여 인식주체의 문제는 ‘구사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된다. 예컨대 18계의 구조, 즉 안근과 색경을 연하여 안식이 생기할 때, 이러한 안식은 색경에 대한 인식인데, 이때 안식은 어떻게 혹은 어떠한 인식의 과정을 거쳐서 생겨난 것인가? 라
인도불교사상사에서 아비다르마불교 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자신들이 취하는 학파적인 입장이나 견해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설일체유부에 대한 비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체법의 자성(自性)을 부정하는 ‘반야경’의 공관(空觀)을 비롯한 인간 자신의 본성이나 사물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통찰하거나 관조하는 것을 중시하는 선불교적인 사유방식 등이다. 하지만 ‘일체법의 무자성(無自性)’을 강조하는 ‘반야경’의 공관을 속제와 진제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설명하는 용수의 이제설을 비롯한 ‘중론’ 등에 제시된 다양한 방식의
‘구사론’에서 일체법의 분류방식인 온·처·계는 법의 체계에 있어서 어느 정도 그 차별성이 인정된다. 예컨대 ‘구사론’의 ‘계품’에서는 제법을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유위(有爲)와 무위(無爲)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때 5온은 유위법이고, 번뇌에 물들어 있는 오취온은 유위이면서 유루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구사론’은 제법을 유위와 유루에 초점을 두고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거기서 (5)蘊에 의해 모든 유위법들이 포섭된다. (5)取蘊에 의해 모든 유루법들이 (포섭되고), (12)處와 (18)界에 의해 모든 법들이 포섭된다. 한
‘구사론’에서 일체법은 5온・12처・18계로 분류된다. 사실 5온・12처・18계는 인과관계의 적용유무에 따른 유위와 무위 혹은 번뇌의 오염여부에 따른 유루와 무루의 여러 다르마들이 생겨나는 기반이 된다. 범부들은 일상적인 차원에서 5온 가운데 육체적인 측면이나 여러 심리적인 상태에 집착하기 쉽고, 5온의 각 요소나 5온 자체를 자아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5온에 대한 집착이나 오해 등은 12처와 18계를 기반으로 생겨나는 마음의 활동이나 인식의 과정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나 통찰이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 이런 점에서 5온·1
아비다르마 불교는 물질적인 현상과 심리적 현상 등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점에서 제법의 현상, 특히 일체법의 분류방식과 그 특징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유부의 교학체계는 상좌부 불교와 달리 중관이나 유식학을 비롯한 대승교학의 사상 토대가 되고 있다. 다만 다소 필요이상으로 번쇄한 것은 아닌가! 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유부의 교의를 비롯한 아비달마적인 논의들이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완전히 확립된 학설로 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부와 경량부, 상좌부 전통의 아비달마적인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는 인식론이나 수행론적 맥락에서 마음의 구조와 심리적 활동양상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성찰하거나 극복하는데 유용한 심리적 치료기제를 포함한다. 통상 내가 5문(다섯 감관)을 통해 외부대상을 볼 때, 실제 그 대상을 보는 순간 ‘이것은 무엇이다’는 언어적 인식이 일어난다. 바로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는 인식론적 측면에서 언어가 개입되기 이전과 언어가 개입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수행론적 맥락에서 언어인식이 일어나는 과정에 갈애와 집착 등 업의 속성이 개입되는 점에서 이를 성찰적으로 관조할 수
‘구사론’에서 삼사화합과 촉의 문제는 인식의 구조와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실 이는 마음의 구조나 인식의 생기과정에서 심리작용 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예컨대 일상적으로 인식의 활동이나 심리적인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성찰할 때, 삼사와 촉의 문제는 수행론적인 맥락에서 심도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때 관건은 삼사와 촉의 긴밀한 관계와 그 시간성의 문제가 중요하다. 즉 인식의 구조상, 촉 이전의 인식은 언어가 개입되기 전의 ‘제1차적 인식’으로, 촉 이후는 언어가 개입된 ‘제2차적
촉(觸, sparśa)은 ‘아함경’이나 ‘니카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촉은 12연기 중 촉의 지분이라든가 ‘육육경’ 등에서 근·경·식의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촉, 4식(食) 가운데의 촉 등 그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이중 근본적인 것은 근·경·식의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촉이다. 12연기에서 촉의 지분도 삼사화합을 지칭하는 촉의 의미로 쓰인다. 한편 촉은 설일체유부의 다르마 체계에서는 심소법(心所法, 46가지) 중 하나로, 다양한 심리현상이나 심리작용에 동반되는 10대지법(大地法)에 속하는 심소이다. 이러한 촉은 인식의 생기과정
아비다르마불교에서 18계 구조는 마음자체(心, citta or cetas)와 다양한 심리현상(心所, caitta or caitasika)들이 생겨나는 기반이 된다. 18계 구조에서 6근(根, 인식주관)과 6경(境, 인식대상)의 만남을 토대로 생겨나는 6식(識, 인식)은 마음자체(心, citta)의 활동을 나타내는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심리현상들(心所, caitasika)이 생겨나게 된다. 이때 심과 심소의 관계가 마음 구조와 역동적 심리현상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초기경전에서 ‘안근․색경․안식의 만남’, 즉 삼사의 화합을 촉(觸
18계는 12처를 토대로 마음의 활동이나 심리현상을 설명하는 마음이나 인식의 기본구조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8계는 마음이나 인식의 생기 구조상, 6근(根)·6경(境)·6식(識)의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3가지 계열(三事)로 분류된다. 이때 ‘6근’은 ‘인식주관’, ‘6경’은 ‘인식대상’, ‘6식’은 6근과 6경의 만남에서 생기하는 ‘마음자체의 활동이나 인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18계의 구조는 아비다르마불교에서 마음자체(心, citta or cetas)와 다양한 심리현상(心所, caitta or caitasik
초기불교에서 마음의 구조나 작동원리는 아비달마불교나 유식학의 교설에 비하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다만 마음 혹은 마음의 구조와 관련된 용어들이 일체법의 분류방식인 5온․12처․18계설이나 4념처의 수행, 12연기설 등의 여러 교설 속에서 확인될 뿐이다.초기경전에서 마음은 4념처의 4가지 대상 중 하나인 ‘심(心, citta)’으로, 12처의 구성요소인 의근(意根, manas)으로, 18계의 구성요소인 식(識, vijñāna)의 형태 등으로 설명된다. 또한 5온에서는 마음이 18계와 동일하게 분별이나 판단작용을 나타내는 식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은 ‘다르마가 삼세에 걸쳐 실체적으로 존재하고(三世實有), 그 본체는 항상 존재한다(法體恒有)’는 그들의 존재에 대한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말미암아 실체론적인 사고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일체가 있다’라고 하는 주장에서 자칫 ‘일체’라는 말은 일반적인 존재나 사물을 나타내고, 그것이 바로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을 관통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이런 점에서 초기불교에서부터 강조했던 불교의 진리를 표방하는 ‘조건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것은 무상하다(諸行無常)’는 이치에 위배되는 것은
설일체유부가 제시하는 다르마 이론은 초기불교에서 일체의 존재, 즉 일체법을 5온․12처․18계로 분류하던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5위75법이라는 이론체계로 새롭게 정립한 것이다. 초기불교에서 설하는 5온․12처․18계 등의 교설은 모든 존재는 인연화합에 의해 연기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무상(無常)하고, 고(苦)이고, 무아(無我)라고 설명된다. 초기불교의 무상․고․무아의 가르침은 인간의 경험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통찰하여 번뇌와 업의 굴레나 장애를 극복하는 지혜의 길로 인도하는 핵심적인 사상이다. 이러한 무상․고․무아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