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혜초 스님은 뱃길을 따라 인도에 도착해 바라나시를 거쳐 마하보디사원 대탑 앞에 섰다. 멀고도 먼 순례길의 초입에서 혜초 스님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자리에 서 있는 거대한 대탑을 친견하는 순간 곡절 많은 그간의 사연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환희에 찬 시를 남겼다.‘보리대탑 멀다지만 걱정 않고 왔으니, 녹야원의 길인들 어찌 멀다 하리오. 길이 가파르고 험한 것은 근심되지만 개의치 않고 업풍에 날리리라. 여덟 탑을 보기란 실로 어려운 일, 세월을 타서 본래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찌 이리 사람 소원 이루어졌는가. 오늘 아침 내 눈으로
남원 선원사 명부전에 봉안된 지장시왕도에서 항일독립운동 때 사용됐던 형태의 태극기 그림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사찰 불화에서 항일운동 당시의 태극기 그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태극기의 변화 과정을 살피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은 2월21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내 명부전에 봉안된 지장시왕도에서 원형 형태의 태극기 그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선원사 주지로 부임한 스님은 “작년 11월초 어느 날 아침 명부전에서 기도를 드리는데 지장시왕도에서
“왕을 비롯하여 수령이나 백성들도 삼보를 매우 숭상한다. 절도 많고 승려도 많았다. 대승불교와 소승불교가 행해지고 있다. 지금은 대식국(이슬람)의 침략으로 나라의 태반이 파괴되었다.”혜초 스님은 ‘왕오천축국전’을 통해 서천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혜초 스님이 인도에 갔던 8세기는 위쪽으로는 이슬람의 침략으로, 안으로는 힌두교의 발호로 불교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혜초 스님이 인도 구법의 길에 올랐을 때에는 구법승이 크게 줄었고 혜초 스님 같은 구법승을 통해 오히려 불교를 다시 접했을지 모른다.지금의 인도도 마찬가지다.
수보리 당지시인 성취최상제일희유지법(須菩提 當知是人 成就最上第一希有之法) 약시경전소재지처 즉위유불 약존중제자(若是經典所在之處 卽爲有佛 若尊重弟子)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가장 높고 제일 희유한 법을 성취한 것이니, 만일 이 경전이 있는 곳이면 곧 부처님이 계신 곳이고 이 제자는 존중 받을지니라.금강경 사구게(四句偈)를 여실히 잘 알아 지닌 사람은, 진실로 무상무주(無相無住)의 진리인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의 법을 성취한 것이니, 이 법은 오직 하나의 드문 법이다. 이렇게 희유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의 이 경전이 있는
어릴 때 먹었던 음식 맛이 엄마를 부른다면, 다 커서 만난 음식도 새로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보다. 나에게 평양냉면은 바로 그런 음식이다. 비빔은 정중히 사양한다. 사시사철 언제나 물냉면을 먹는다. 성격 한번 유별나다.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는 슴슴한 국물과 맥없이 끊어지는면발의 허무한 느낌이 내 마음을 사로잡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을지면옥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얼추 25년은 된 것 같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던 시간을 두고 한없이 불안하던 시절, 추운 겨울날 우연히 들렀던 곳이 을지면옥이었다. 처음 맛본 차
나는 가끔 종교란 아무도 끝까지 읽은 적 없는 책, 아니 아무도 읽을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두꺼운 책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종교는 완전한 독서를 거부하기 위해 쓴 기묘한 책, 즉 책 너머의 책 같다. 그래서 종교에 대한 나의 독해는 항상 미완이나 실패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이 점이 종교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이런 종교로 인해 그만큼 나도 세상도 두꺼워지기 때문이다.사람은 나이가 들면 과거를 먹고 산다. 더 이상 미래가 맛있는 시간의 먹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 속에서 발걸음은 더뎌지고
2023년은 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73년 첫 수교를 맺은 이후 사회, 문화,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한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의 신동방정책이 맞물려서 양국 간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사실, 두 나라의 교류는 최근의 일은 아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외국 승려[胡僧] 마라난타(摩羅難陁)가 진(晉)나라에서 와서 왕이 친히 그를 맞이해 궁궐 안으로 모시고 예우하며 공경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두 나라의 교류
옛적 인도는 부처님의 나라왕자로 나시어 출가 수행하신 뒤깨달음을 얻어 널리 가르치시고는윤회의 괴로움 없는 완전한 자유의 나라에 몸소 드셨다네.잘 가신 분이란 뜻으로 선서(善逝)라 불렀는데성스러운 입멸 이후 불기(佛紀)의 새로운 연표가 시작되었지.하마 2천5백 년이 넘었네.그 사이에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편서풍 뱃길로 가야국엘 찾아와김수로왕과 혼약을 맺기도 했었지.이런 국제결혼도 부처님 입멸 후 5백년 즈음이었으니두 나라의 2천 년 인연은 꽤나 이슥하지 않은가.새해의 해가 뜨는 불기 2567년은 때마침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상월결사
“우는구나, 마침내.”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 서래(탕웨이 분)가 이어폰으로 해준(박해일 분)의 음성 녹음을 듣다 눈물을 왈칵 쏟는다. 들키기 싫었던 모습인 양 서래는 “젠장”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해준은 “거, 부처님 앞에서 참”하고 머쓱해하는 서래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종고루'에서는 마주 선 채 커다란 법고를 “퉁퉁” 번갈아 두드린다. 아끼고 숨겨왔던 마음을 열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결정적 장면. 낭만적인 우중 데이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경은 다름아닌 ‘승보사찰’ 순천 송광사이다.전 세계 한류(韓流) 팬 숫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눈이 왔다. 한 일주일 전 맛보기 예고편인 양 아주 조금 내리긴 내렸지만 지난 밤부터 거친 바람과 함께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오랜 가뭄에 내린 눈이라 더 반갑다. 그래 겨울은 눈이 와야지. 출근길이 더디고 긴장되어도 눈 내린 아침은 즐겁다.지난 1년 동안 연재를 하면서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하는 순간을 장식할 사진은 눈 덮인 풍경이 좋겠다 생각하고 눈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한 겨울 눈내린 절집 풍경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다. 봄꽃 가득한 봄의 산사도 멋지지만 눈 덮인 산사는 추위를 잊게
여든여섯 살 아내가 입원했다. 몸져 누운지 3년 만에 결국 병원으로 보냈다. 코로나19로 면회도 못하는 남편은 애가 끓었다. 평생 남편과 자식들만 살피던 아내다. 수술에, 검사에 시달리는 아내는 병실인지 집인지도 분간을 못 한다. 그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남편 걱정이다. ‘식사하고 내복 갈아입으라 한다’ 전화기 너머로 간병사가 전해주는 말에 남편은 또 가슴이 저민다.‘간병일지’는 남편의 기록이다. 24시간 돌보던 아내를 병원으로 보내야 했던 남편은 아내의 빈 자리가 휑하다. 외롭고 안타까운 그 심정을 담담하게 시로 옮겼다. “여보,
月照諸品靜 心持萬緣輕월조제품정 심지만연경獨坐一爐香 金文誦兩行 독좌일로향 금문송량행知機心自閑지기심자한(달빛 비추니 온 세상 조용하고/ 마음 굳게 지니니 모든 인연 가볍도다./ 홀로 앉아 향로에 하나의 향 사르고/ 경전 말씀 외우노라./ 세상 돌아가는 것 알기에 마음은 스스로 한가하다.)표충사 만일루는 조선 철종 11년인 1860년 월암(月庵) 스님이 세웠다. 1926년 화재로 소실됐으나 1929년 중건됐다. 2010년 보수할 때 주련을 유물관으로 옮겼다. 그러나 주련은 게송을 온전하게 인용한 것이 아니다. 앞의 두 구절은 당나라 시인
수보리 비여유인 신여수미산왕 어의운하 시신위대부(須菩提 譬如有人 身如須彌山王 於意云何 是身爲大不)“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만일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왕만 하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몸을 크다 하겠느냐?”수미산왕(須彌山王)이라 함은 산의 높기와 넓기는 3백3십6만 리나 된다고 한다. 지금의 계산법으로는 8십4만Km. 지구를 157바퀴 반을 도는 높이와 넓이이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물론 상징적으로 크다는 표현을 하기 위함이다. 수미는 묘(妙)히 높다는 뜻이요, 산왕(山王)이라 함은 뭇 산 가운데 가장 크다는 뜻이나, 마음
우리 수행자를 부르는 명칭은 참 다양하다. 나는 그 중에 ‘걸사(乞士)’라는 말을 좋아한다. 저자거리의 거룩한 수행자들이 불자의 공양을 받을 수 있는 고귀한 선비라는 의미다. 사실 수행자를 무노동으로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있지만, 걸사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수행자들은 평생을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 숙명이다. 조석으로 예불을 통해서 법을 내려주신 부처님께, 그 법을 대대로 이어오신 역대조사님들께, 그리고 그 대를 잇도록 뒷받침 해주신 불자들에게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의식이다.한편으로는 동사섭의 실천행으로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수행일지는 수행 단계를 스스로 점검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수행지도자들이 명상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에게 장려해왔다. 옛 선지식들도 수행과정에서 일어난 일상을 점검한 수행일기를 남겼으며 이 전통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행일지를 작성하는 습관이 우울증과 불안감 등을 감소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와 주목된다.명상상담평생교육원 교수 혜성 스님은 11월26일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20주년 기념 ‘명상과 심리상담의 만남’ 주제 학술대회에서 ‘오온(五蘊)을 활용한 명상일지 쓰기의 치유적 효과
천태종 부산 광명유치원이 개원 40주년을 맞아 학부모들을 초청해 원생들의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광명예술제가 열렸다.광명유치원(원장 배향숙)은 11월26일 유치원 내 강당에서 ‘광명유치원 개원 40주년 기념법회 및 광명예술제’를 봉행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예술제가 진행된 것과 달리 올해는 학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어 감동을 전했다. 특히 광명유치원은 10개 반 원생들을 오전 1부와 오후 2부 두 분류로 나누어 각각 행사를 진행해 안전과 원활함을 더했다. 이 자리에는 광명사 주지 춘광, 광명유치원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화택유(火宅喩)를 통해 이 세상이 불난 집이라고 설하신다. 한 장자의 집이 “모두 낡아서 벽과 담은 무너졌고,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는 기울어져 위태롭게 생겼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불이 나 한창 타고 있었느니라”라고 설하신다. 지금 이 사회와 세계는 불난 집과 다름이 없다. 각종 이념과 사상들은 서로 자신의 것이 옳다며 담장을 치고, 지성과 덕행에서 나오는 권위의 뿌리는 썩어가고 있으며, 정의와 평화의 대들보는 무너지기 직전이다. 욕망의 불길이 이들을 재료 삼아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불법의 위대한 점은
(사)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회장 이필원)가 11월26일 오후 1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명상과 심리상담의 만남’을 주제로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20주년 기념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학술대회는 2세션으로 진행되며 1세션은 이명호 경희대 교수를 좌장으로 총 6명이 발제자로 나선다. 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교수가 ‘초기불교수행의 주요기제연구’, 오수원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가 ‘태권도 선수의 마음챙김이 스포츠 수행전략에 미치는 영향’, 허수미 명상상담평생교육원 교수가 ‘아들러 심리학 기반의 상담에 영상관법 적용사례’를 주제
“사람이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휘말리거나 곤란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지금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참회의 나날을 이어가는 재소자들, 병마로 인해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이 그러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은 위로와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특히 생사의 고해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이르는 여섯 가지 덕목인 육바라밀 가운데 보시, 그중에서도 법보시가 최고의 공덕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이웃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공덕을 짓는 최고의 자비행에 불자들의 동참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아
수보리 어의운하 보살 장엄불토부(須菩提 於意云何 菩薩 莊嚴佛土不)불야 세존 하이고 장엄불토자 즉비장엄 시명장엄(不也 世尊 何以故 莊嚴佛土者 卽非莊嚴 是名莊嚴)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살이 불국토를 장엄 하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장엄한다’ 하지만 ‘장엄한다’ 라고 하면 이미 장엄함이 아니고 그 이름을 장엄이라고 합니다.”수보리는 이어, “상을 여읜 보살의 불토(佛土)로 볼 때, 장엄불토(莊嚴佛土)가 곧 장엄이 아니요 그 이름이 장엄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불토가 곧 정토(淨土)이니 마음이 청정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