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인도는 부처님의 나라
왕자로 나시어 출가 수행하신 뒤
깨달음을 얻어 널리 가르치시고는
윤회의 괴로움 없는 완전한 자유의 나라에 몸소 드셨다네.
잘 가신 분이란 뜻으로 선서(善逝)라 불렀는데
성스러운 입멸 이후 불기(佛紀)의 새로운 연표가 시작되었지.
하마 2천5백 년이 넘었네.
그 사이에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편서풍 뱃길로 가야국엘 찾아와
김수로왕과 혼약을 맺기도 했었지.
이런 국제결혼도 부처님 입멸 후 5백년 즈음이었으니
두 나라의 2천 년 인연은 꽤나 이슥하지 않은가.
새해의 해가 뜨는 불기 2567년은
때마침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상월결사 순례단이 부처님 나라에 간다네.
부처님 발 디디신 그 땅의 그 흙이
사무치고 사무치고 더없이 간절해서
몸과 마음에 직접 모시고자 한다네.
가뭄이 든 마을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나라로,
도움과 가르침이 필요한
그 모든 마음밭을 향하셨던 부처님
좋이 좋이 쟁기질하는 농부처럼
탐진치 삼독(三毒)의 땅에
씨 뿌리고 밭 갈아 나가셨네.
이 마을에선 비를 내리게 하시고
저 마을에선 마음의 좋은 약도 주셨는데
정작 위대한 스승은 맨발이셨지.
45년간 가르침 펼치신 그 모든 길을
두 발로 직접 걸어 다니셨지.
새벽이 오는지 모르고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는 이여,
기러기는 하늘에 길을 내고
사람은 지상에 길을 낸다지 않은가.
우리 상월 순례단도 부처님 가신 길을
따름따름 두 발로 걸어가려 한다네.
서릿달 기러기, 이마 맞추어 하늘 걸어가듯
진리의 영원한 길을 줄 지어 열 지어
한 발 한 발 걸어가려 한다네.
대중 모두가 아무 차별도 없이
길에서 자고 길에서 먹으며
함께 걸어가려 한다네.
그러면 맨발의 농부 부처님께서 씨 뿌린 땅에
찬연히 피어난 말씀과 실천의 꽃을 볼 터이니
견성(見性)의 봄달을 다른 어디에서 찾을 손가.
걸어가는 이 순간이 열반이요
걸어가는 이 자리가 극락일지니…
시=윤재웅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학장
[1663호 / 2023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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