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게 되어 내려갔다. 장소는 전주시 평생학습관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세 차례 강의를 하는 일정이었다. 마지막 강의를 하던 날이었다. 관장님과 함께 사무실에서 차를 한 잔 마시는데 탁자 옆에 세워 둔 액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글씨가 삐뚤빼뚤하는 것으로 봐서 초등학생 시화전을 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시 제목 아래 적은 글 쓴 사람의 이름 곁에 숫자가 특이했다. 학년과 반을 뜻하는 2-3이나 5-2가 아니라 73 또는 82와 같은 숫자였다. 순간 머릿속으로 스치는 느낌이 있어 관장님
‘서유기’와 관련된 예능프로를 보다 문득 통도사 용화전의 벽화가 생각났다. 통도사 용화전의 내부를 장엄한 벽화 가운데는 흥미롭게 손오공과 저팔계가 나오는 ‘서유기’ 장면이 있다. ‘서유기’ 장면은 법당의 동측 면에 3점, 서측 면에 4점이 있는데 사찰벽화 조사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 그림들은 막연히 불교 인연설화를 소재로 하여 그린 것 인줄 알고 있었다. 사진으로 소개한 현장병성건대회도(玄藏秉誠建大會圖)는 현장법사가 당 태종의 명을 따라 수륙재를 여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화면 하단 용을 밟고 향 공양을 하는 인물은 수륙재를 발원
불자 수 급감의 위기 속에서도 불교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의 발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7년 하반기에도 많은 불교박사들이 탄생했다. 본지 조사 결과 이번 학기에 불교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는 모두 25명이었다.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한 곳은 동국대로 12명이었으며, 중앙승가대 4명, 원광대 3명, 동방문화대학원대 2명, 경주대 1명, 고려대 1명, 성균관대 1명이다. 전공분야는 교학을 비롯해 교육, 문화재, 가정, 미술 등 다양했다. 법보신문은 올 상반기 박사학위 논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염불·명상 무한 가능성
“마음은 솜씨 좋은 화가와 같아 온 세상을 몽땅 그려낸다.”종립 동국대 국문과 졸업한 뒤교사·두산 퇴직 후 본격 집필‘불교문예’서 단편소설로 등단천장 소재로 ‘마음 녹’ 풀어내화공의 예술혼 담은 ‘푼다리카’1회 법계문학상 대상 수상하며불교작가로서 한 단계 발돋움20여년 관악산 암자 다닌 불자보편적 세계관으로 대승 꼽아선을 주제로 차기작품 고심 중 왜일까. ‘푼다리카’와 ‘녹’을 단숨에 읽고 나자 떠오른 ‘화엄경’ 글귀다. 불씨 지피니 불처럼 생각이 번졌다. ‘잡아함경’ 글귀가 뒤따랐다. “얼룩새 몸은 하나이지만 몸의 색깔은 수없이
백범 김구(1876~1949)는 1948년 8월15일과 9월9일에 남과 북이 각기 서울과 평양에 단독 정부를 세운 뒤에도 민족분단의 비애를 딛고 민족통일운동을 전개하다가, 이듬해 6월26일 육군 소위 안두희가 쏜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그 뒤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서는 8월13일에 백범의 영가 천도를 위해 49재를 봉행한다.마곡사서 출가해 승려생활해방 후 불교계 감사 표현김구 서거 후 불교계 추모“그 위엄스럽고도 자비스럽던 선생의 풍모는 다시금 이 세상에서는 뵈올 길이 바이없게 되었다./ 떠돌아 70년을 비바람도 세옵더니(거세더니)/
이제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우리의 내면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지요? 내면이 시원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화나 불쾌한 감정이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화는 스트레스라는 연료에다자신의 촉발사고가 지핀 불내 안의 연약한 아이 느끼고아이 상처에 연민심 가져보길EBS 다큐 프라임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진짜 이유’ 1·2·3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스트레스 상황에 촉발사고가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과 분노발작의 원인이 내면아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견해와 분노 조절프로그램으로 학습
조계종이 독서를 통해 갈등과 다툼을 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화쟁사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쟁도서를 선정하고, 독후감 공모전을 개최한다. 올해는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화쟁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동화책, 인문학 교양서까지 도서의 폭을 넓혔다. 조계종이 주최하고 포교원, 화쟁위원회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법보신문, 불교신문, BBS, 불교TV 등이 후원하는 ‘2017년 화쟁도서 독후감 공모전’은 9월25일부터 10월18일까지 진행된다. 추천 도서 한권을 정해 독후감을 작성한 뒤 요강에 따라 접수하면 된다. 화쟁위 선정도서는
8월17일 교수불자대회서총무원장 선거 출마 발언“나는 이미 조건 갖췄다이야기 않으면 역사 죄인” 전국 교구본사를 돌며 대중공양 명목으로 교구국장 스님들에게까지 거액의 돈을 건네 금권선거 논란의 중심에 선 수불 스님이 오는 10월12일 예정된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완주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수불 스님은 8월17일 서울 성북구 진각종 총인원에서 열린 한국교수불자대회에서 특별법문을 통해 “누가 뭐라고 말하더라도 가야 한다. 중도에 하차하는 법은 없다”며 총무원장 선거 출마는 물론 완주까지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지난 7월
서소문역사문화공원 가톨릭 순교성지 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았다. 8월7일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문화공원 관련 예산이 중구의회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서소문역사문화공원 공사는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사업이 멈춰 설 위기에 처하면서 가톨릭계가 집단 반발을 하고 나섰다. 8월1일에는 구의회를 찾아가 15만명이 넘게 서명한 명부를 전달하고 사업재개를 촉구했다. 그렇지만 천도교, 동학 등 민족종교로 구성된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사업예산 보류’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범대위
“불교는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불교 안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불행해 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계율은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을 생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막연하게 억압이라고만 생각되어 온 계율을 바르게 알고, 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모임을 오래 전부터 구상해 왔습니다. ‘비니법회’은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도반 그리고 행복한 불자들이 함께하는 계율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첫 출발입니다.”9월13일~11월22일 매주 수요일정원 스님 등 율사스님 7명 동참‘행복한~’교재…강좌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연화도인·사명대사 입도전설 따라 ‘불연의 섬’깨달음 성지 소망 담겨사명토굴·보덕암서 본용머리 해안풍광 일품천혜비경 속 휴식 ‘딱’섬 하면 떠오르는 정현종의 ‘섬.’ ‘사람들 사이’가 주는 거리감에서 고독이 느껴진다. 통성명 한 번 없이 수년을 지내는 도시의 ‘이웃 사이’에서 직감되는 단절된 외로움이다. 그 사이에 자리한 섬 하나. 뭍과 격리된 땅이기에 고독감은 배가 될 법한데 아니다. ‘가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되레 섬은 내 아픔 다 씻겨 줄 치유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나그네에게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거라.’ 그러자 수보리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제가 언젠가 그의 집에서 걸식을 하였는데 그가 제 발우에 먹을 것을 가득 담아주고는 수보리님, 만일 먹는데 평등한 사람은 법에도 평등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탐진치를 끊은 것도 끊지 않은 것도 아니며, 이 몸 그대로 두고 실상을 알아야 하며, 어리석음과 애착을 끊지 않고도 삼명(三明)과 팔해탈(八解脫)에 들며, 오역죄를 짓고도 해탈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김선근 동국대 명예교수의 ‘인도철학에서 본 근현대 한국불교 사상가’ 등 불서 6종이, 교양부문에 김택근 법보신문 고문의 ‘성철평전’,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불교를 철학하다’ 등 불서 8종이 선정됐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올해 접수된 9069종 가운데 심사를 통해 선별한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790종을 7월21일 발표했다. 학술부문에서는 △돈점 진리담론 : 지눌과 성철을 중심으로(박태원, 세창출판사) △심층마음의 연구 : 자아와 세계의 근원으로서의 야뢰야식(한자경,
장애인을 대할 때 알아두면 괜찮은 태도를 정리하고 소개한 책자가 나왔다. 사찰이나 불교시설, 도심에서 만난 장애인을 배려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던 불자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불자 장애인 모임 ‘보리수아래’(대표 최명숙)는 7월19일 ‘알아두면 좋은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을 제작 발간했다. 뇌병변·청각·시각장애 등배려에 필요한 태도 수록불교 역사 속 활약했던장애인 사례정리도 추진‘알아두면 좋은 장애인~’은 17페이지로 부담 없는 분량이다. 30분이면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의 개념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를 숙지할 수 있다. 책은 지체장
수보리 어의운하 보살장엄불토부. 불야세존. 하이고 장엄불토자 즉비장엄 시명장엄.본능이 아닌 합리적 감정은이성이며 지혜의 다른 이름불경 나오는 이성적 이야기개체 벗어난 이타주의 키워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더 나아가 의식하지 않고, 하는 장엄불토가 최고의 장엄불토이다.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를 내세우면 밖으로는 사람들의 인정·칭송을 기대하고, 안으로는 교만한 마음을 내어, 결국 실망·분노·시기·질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그만 선행일지라도, 타인의 선행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에게 아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거대한 선행이랴.철
장마철이다. 비가 내린다. 비는 조용히 내릴 때도 있고, 사정없이 쏟아질 때도 있다. 어떻게 내리든 상관없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라 그저 반갑기만 하다. 무조건 많이 내려 메마른 땅을 적셔주기만 하면 된다. 물론 비가 좋은 것은 집에 있을 때의 일일 뿐이다. 집을 나와서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빗길을 걸어가려면 우산을 들어야 하고 옷과 신발이 젖는 것을 감수해야 하니 귀찮고 성가신 일이다. 무거운 가방이라도 들고 있다면 더욱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빗길에 운전을 해야 하는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특강 차 거창으로 남편과 함
흔히들 양류관음이니 수월관음이니 하는 그림의 명칭들은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관음보살이라는 이름 앞에 양류, 수월, 백의 등의 수식단어가 붙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불교미술이라는 학문을 공부하기 이전에는 독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자비의 화신인 관음보살은 중생의 고통에 따라 33가지의 몸으로 변화하여 구재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응신하신 모습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불교미술에 표현되는데 대부분 모습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물이 버들가지와 정병이다. 버들가지를 가진 관음보살을 우리들은 양류관음이라고
일요일이면 리틀붓다들 얼굴들을 보고 싶어 어김없이 연습실에 들른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의 풍경은 늘 비슷하다. 역시나 뒷줄에는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아이들이 뭔가 불만 있는 모습으로 앉아있고, 앞줄에는 호기심천국에나 나올법한 모습의 어린단원들이 모여 합장하고 인사한다.단원들 많아 단복 걱정하니“그런 걱정이면 행복” 덕담참다운 행복은 말 앞서 전이어린 시절 우리들은 일요일이면 동네 교회에 모였다가 함께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저렇게 어린아이들이 뭘 알겠나’ 싶다가도 어린 시절 나 자신의 생생한 기억들을 생각하다보면 말 한마디
김지수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7월5일 법보신문에 중국 절강성의 80세 노보살이 염불하다 극락왕생했다는 유튜브 동영상과 관련해 기고문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국립대만대학 법률학연구소에서 3년간 유학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2001년부터 전남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 교수는 ‘화두 놓고 염불하세’ 등 많은 불서를 번역했다. 편집자중국 노보살의 직립사망은대단히 환희로운 현신설법정토염불 씨앗 되살아난 것굳센 신심으로 모두 왕생을인류의 가장 큰 핵심 특장(特長)은 직립성일 듯싶다. 그러나
북한산 금선사에 다녀왔다. 특강을 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찾은 길이라 지난번처럼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경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움까지 생겼다. 한 달 전에 왔을 때는 놀람 그 자체였다. 서울 시내에 있는 도심 사찰이 어쩌면 이렇게 시골스러울 수 있을까.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은 아무리 깊은 산속 오지에 있는 절이라도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차가 일주문 앞까지 들어갈 수 있게 길이 잘 닦여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금선사는 구기동 주택가 바로 위에 있는 절이다. 당연히 접근성이 뛰어나리라 예상했다. 예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