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구순 하안거 해제를 당하여 소식이 어떠하십니까.추산의 가을바람이 전설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툭 터진 하늘 파도소리 아무리 요란해도 세상바다는 생기 넘치는 선불장이요, 적적한 판도방입니다.‘법화경’에 상자적멸상이라, 항상 스스로 고요해서 적멸상이라고 했습니다. 소리 앞에 먼저 와있는 굽이굽이 저 유유히 멋있는 산천들! 화엄경에 법계의 성품을 보라, 응관법계성 하라. 보고 듣고 응하는 이 물건을 보라고 했습니다.경허 스님께서는 “화엄경의 응관법계성이나 법화경의 상자적멸상이나 모두가 중생들의 보고 듣고 아는 見聞覺知의 이 자체
수산성념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여하시불법대의(如何是佛法大意)닛고?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초왕성반(楚王城畔)에 여수동류(汝水東流)로다초나라 왕성 주변의 여수(汝水)는 동쪽으로 흐르느니라.수산성념(首山省念)선사는 풍혈연소 선사의 법을 이었으며 여주(汝州)땅에 머물면서 임제 종풍을 널리 선양하였습니다.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등장하기 전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의 초(楚)나라가 이 법문의 배경입니다. 여수(汝水)는 하남성(河南省)을 흘러 회수(淮水)로 들어가는 강입니다. 회수는 양자강(揚子江)과 황하(黃河) 사이에 있는
뿌연 매연이 눈을 따갑게 한다. 수많은 차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익산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원광대사거리에서 나는 지난주부터 피켓을 들었다. 아침 8시에서 9시 무렵, 대중의 출근길목인 이곳에서 직접 호소하기 위해서다. 저번 주는 ‘1.5℃를 기억하자’, 이번 주는 ‘기후 위기⇒인류 멸종’이다. 말 대신 행동으로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기후 문제의 원인은 드러났다. 화석연료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현상이다. 한 마디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북극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고, 호수에서 물고기가 떠오르며,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가
불자라면 모두가 외우고 있는 ‘천수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소원종심실원만(所願從心悉圓滿), 원하는바 마음 따라 모든 것이 원만히 이루어지이다.”삶은 바다와 같다. 고요하고 잔잔할 때가 있고, 큰 바람에 휩쓸려 거대한 파도가 덮칠 때도 있다. 삶은 등산과 같다. 평탄한 길을 지나다 보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교차한다. 알 수 없이 변화무쌍한 삶의 흐름이 바로 인생인가 보다.‘인생은 자기 복대로 살아간다’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행복과 불행이 모두 자신이 지은 업의 인연들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늘 ‘선업을 지으라’고 말씀
봄엔 꽃이 있어 설렜고 여름엔 비가 잦아 행복하다. 유난히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어릴 때도 그랬고 철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좋은 걸 어떡하나. 동시에 비를 끔찍하게 아꼈다. 나에게 ‘비 오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란 말을 했다가 더러 머쓱해진 사람도 있을 정도다. 적어도 비 오는 날만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비와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와인 한 잔까지 거부하는 것은 차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다만 혼자여야 한다는
생명은 호흡이요, 호흡은 생명이다. 호흡은 마치 물을 순환시켜 썩지 않게 하는 바다의 파도와 같다. 호흡은 그 자체로 온전한 생명이기 때문에 호흡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와의 관계를 계발할 수 있다. 또한 호흡은 마음의 상태에 직접 영향을 주고 건강한 활동을 하게 만든다. 마음챙김 호흡이라고 하는 이 과정을 통해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또렷한 의식으로 마음챙김 호흡을 하면 늘 깨어 있는 삶을 영위하게 됨으로써 망상, 걱정, 잡념과 환상으로부터 마음을 독립시킬 수 있다. 이렇게
‘풍란화(風蘭花) 매운 향내 당신에야 견줄 손가/ 이 날에 님 계시면 별도 아니 더 빛날까/ 불토(佛土)가 이외 없으니 혼(魂)하 돌아오소서.’1944년 6월29일. 해방을 불과 1년여 앞두고 만해 한용운 스님(1879~1944)은 파란만장한 삶을 접어야 했다. 구국기도로 인한 과로와 오랜 지병이었던 중풍, 영양실조 등이 그 원인이었다. 위당 정인보(1893~1950) 선생이 애도사에서 묘사했듯 만해 스님은 끝이 보이지 않는 역사의 내리막길에서 홀로 매운 향내 뿜어내던 고고한 풍란화 같았다.만해 스님은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
저의 은사스님은 여러분께서 다 잘 아시는 성철 스님이십니다. 성철 스님의 은사스님은 역시 잘 아시는 동산혜일 스님이십니다. 그렇다면 동산혜일 스님의 은사 스님이 누구이신지 아십니까? 바로 용성진종 스님이십니다. 용성 스님 문도로 따지면 저는 증손자인 셈입니다. 큰스님들 계시던 도량에 와서 여러분을 뵙게 되니 저로서는 이 법석이 어른스님들에 대한 소중함을 새기는 자리입니다. 세 분의 어른 중에서도 용성진종 스님께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큰 공을 세우신 분입니다. 스님은 1919년 3월1일 대한독립 만세를 선언하는 그 자리에 참여하시
스마트폰, 이메일, 문자 채팅, 웹 서핑은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의 의식은 이것들을 통해 항상 외부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 외부세계의 물리적 대상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안타깝지만 우리는 삶을 통합적으로 이끌 수 없다. 우리 정신의 내적 삶과는 만나보지도 못한 채 이러한 신경회로를 재조율하는 최소한의 시간도 갖지 못한다면, 신경의 회로들은 자동화된 선을 달릴 뿐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힘을 유지하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내부와 외부세계가 통합될 때 강한 정신력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명상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합니다. 이 중 어느 특정 명상법을 선택하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충실하게 규칙적으로 매일 명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음을 자각하여 집중하고, 호흡과 몸, 감정과 마음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면 어떤 명상이든 좋습니다. 명상의 목표는 마음을 정지하거나 어떤 특정한 마음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도 몰랐던 자기 마음의 여러 가지 모습에 가슴을 열어서 보다 또렷한 시선으로 매 순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몸과 감정을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되면서 일어나는 생각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물’일 것이다. 물은 사람 몸무게의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생존의 절대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강, 호수, 바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자연에 두루 존재하는 탓에 예술 작품에서 그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된 음악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존재라 물과 더욱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바로크 시대부터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작품에서도 물은 작곡가에게 상당히 익숙한 소재였다. 헨델의 관현악곡인 ‘수상음악(Water Musi
여실지견,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함을 역설할 때 새끼줄과 뱀의 비유는 꽤 적절하다. 한 사람이 밤길을 걷다가 무엇인가 뭉클 하고 밟았는데 기다란 실루엣이 영락없이 뱀이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사람은 다음날 날이 밝고서야 그놈의 정체가 궁금하여 단단히 채비를 하고 그 자리로 돌아온다. 허탈하게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은 평범한 새끼줄이었다. 가늘고 길다는 공통점 때문에 그 사람은 제멋대로 혼비백산 했던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보면 놀랄 일도, 불안할 일도, 고통스러울 일도 없다. 있는 그대로 보면 오해할 일도, 불편해질 일도, 싸울 일도
“우리 부처님의 도는 원융무애하여 이것과 저것이 없으며, 친근함과 소원함도 없으며, 귀하고 천함도 없으며, 현명하고 어리석음도 없다. 사성(四姓)의 어느 계급에 속한 사람도 도에 들어오면 동일하고 평등하다. 그러니 어찌 금이나 옥 때문에 모든 흙이나 돌을 버릴 수 있겠는가? 영리한 자는 쉽게 통달하고 아둔한 자는 많이 막힐 뿐이다.”(신규탁 번역)1910년 용성 선사는 위 내용이 담긴 ‘귀원정종(歸源正宗)’을 쓴다. 귀원정종이란 근원으로 돌아가는 바른 종교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전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주로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재일동포의 삶을 다룬 일본영화 ‘박치기’의 주제곡으로 한국에 알려진 후, 양희은, 적우, 임형주 등이 불러 유명해진 북한노래 ‘임진강’의 후렴 가사이다. 1958년에 발표된 이곡은 북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의외로 재일동포들 사이에서는 ‘제2의 아리랑’이라고도 불릴 만큼 애창되고 있는 곡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을 흐르는 임진강과 분단선을 오가며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를 소재
흥겨운 멜로디에 부처님 가르침을 실어 어린이·청소년 눈높이 포교에 매진해온 좋은벗풍경소리가 찬불 창작곡집 50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1995년 ‘어린이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찬불동요를 만들겠다’는 발원으로 불사를 시작한지 25년 만의 일이다.좋은벗풍경소리는 1996년 4월, 16곡이 수록된 ‘풍경소리 1집’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겨울 불교학교를 앞두고 찬불 창작곡집을 발표해왔다. 이번에 출시된 ‘풍경소리 50집’에는 용맹정진으로 희망을 노래한 ‘팔정도’, 맑은 어린이 마음과 산사를 표현한 ‘하늘 연꽃’,
계절이 고요해지고 산천이 안정이 되었다.결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안거 입방이 결정되고 나니, 아! 내가 하안거의 주인공이네!산처럼 든든해지고 허공처럼 한가해졌다.‘이 동네 뜨는 태양 소식이 평침하다. 훤출하게 벗어나 신령스럽게 다 안았네. 밀밀이 틈이 없고 밝고 비어 말 붙일 수 없고 이름 지을 수 없네. 원만십성(圓滿十成)이라 찌거기가 없어 꿈결의 인연들이 이로 좇아 다해 소멸이로다. 일러라! 여기에 이르러 어떻게 밟아 갈것인가? 상천월락야장반 수공징담조영한(霜天月落夜長半 誰共澄潭照影寒) 서리 찬 하늘에 달은 지고 밤은 깊어 누가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가 불기 2564(2020)년 경자년 하안거 결제를 맞아 법어를 내리고 결제대중들의 부단한 정진을 당부했다.진제 대종사는 6월4일 발표된 결제법어에서 “대중들이 삼하구순 동안 산문을 폐쇄하고 모든 반연을 끊고 불철주야 정진에만 몰두하는 것은 끝없는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중생에게는 숙세의 업식이 태산처럼 가로막고 있고, 번뇌가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옴이라, 마치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노를 부지런히 저으면 앞으로 나아가듯 하다가, 멈추면 뒤로
어느덧 50대 후반을 훌쩍 넘겨 발자취를 돌아다보니 굽이굽이 지나온 굴곡진 세월이 가슴 먹먹하게 자리한다. 인생사 사연 없는 삶 없겠지만,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던 시련을 피하려 발버둥 치던 시간들이 다시금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IMF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수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할 때, 십 수 년을 건축설계사로 성실히 근무하던 남편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청약적금 부어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팔고 애들 보험까지 해지한 돈으로 남의 땅을 임대해 철물점을 차렸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장사가 잘될 리 만무했다. 남편이 못
나는 76세 할머니 불자다. 올봄에 설악산 봉정암에서 회향할 일이 있었다. 나는 봉정암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5년 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늙어 어렵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가서 회향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병마가 오는 바람에 법보신문에 회향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봉정암 부처님의 가피에 대해 적어본다. 봉정암에 처음 간 것은 1985년 7월 중순이다. 도반 형님들이 봉정암 순례를 제안했다. 서울 형님, 부산 형님, 여기저기서 여덟 명이 함께 봉정암에 올랐다. 산길이 험하고 힘들었다. 길을 잃어 원점으로 다시 돌아와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 1918)의 작품은 시적이거나 회화적인 느낌의 제목이 붙은 경우가 많다. 확실한 주제의 논의를 회피하고 잠재의식과 내면의 느낌, 인간의 심리상태에 중점을 둔 상징주의 문학은 모호하고 희미한 분위기의 드뷔시 음악과 잘 맞았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실적 표현을 기피하고 즉각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을 표현했던 화풍 역시 드뷔시의 음악적 성격과 유사했다. 드뷔시 음악은 상징주의 문학이 주는 암시성과 인상주의 미술이 가진 빛과 색채를 모두 담고 있었다. 드뷔시의 초기 작품들은 ‘아라베스크(Arabes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