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한 장면. 삶은 죽음이 있어서 더 빛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고 삽니다. 언제 무슨 일로 먼저 맞이할 수도 있지만 아직 죽음이라는 삶의 과정이 쉽게 다가오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요. 삶이 유한하다는 진리가 삶을 더 풍부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해롤드 크릭이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모릅니다. 그는 숫자에 아주 민감하고 정확합니다. 양치질하는 횟수와 넥타이를 매는 공식, 출근 버스를 타러 가는 곳까지의 발걸음 숫자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반복된 일상을 살아온 것입니다. 그는 국세청에서 일합니다. 미납세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일을 하
돌고래 살육이 벌어지는 일본 해안가. 한 무리의 돌고래들이 바다를 가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10여 마리의 돌고래들이 무리에서 뒤쳐집니다. 무리 가운데는 하얀 배를 수면 위로 내놓은 채 가라앉는 돌고래가 있었지요. 놀라운 장면은 주위 돌고래들의 행동입니다. 숨쉬기 어려운 그 돌고래를 온몸으로 들어 올립니다. 40여 분 후, 결국 그 돌고래는 숨을 거두지요. 그러나 주위의 돌고래들은 죽은 돌고래 곁을 한참 빙빙 맴돕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해양학회에서 국제해양학회에 보고했던 영상입니다. 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인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 은 일본의 포경마을 ‘타이지’에서 벌어진 대규모 돌고래 포경의 참혹한 실태를 비밀리에 촬영해 고발합니다
‘줄무늬 잠옷을 입은 소년’ 영화 포스터. “유년기는 이성의 어두운 시간이 자라기 전에 소리와 냄새와 시각에 의해 재단된다.”(영국 시인 존 베처먼) 유년기에 우정은 갑자기 타오르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꺼져 버리기도 합니다. 결코 한결 같지는 않죠. 그러나 언제나 격렬합니다. 1940년대, 2차 세계 대전이 지구를 황폐화시킬 무렵 나치 장교 아빠를 둔 여덟 살 소년의 마음에 불편한 우정이 찾아옵니다. 바로 철조망 속 유대인 소년이지요. 영화 ‘줄무늬 잠옷을 입은 소년’은 나치 장교의 아들인 브루노가 아빠의 근무지 이동으로 따라간 곳에서 유대인 포로수용소를 바라본 모습을 그렸습니다. 겨우 여덟 살 소년의 눈에는 수용소가 농장으로, 그 속에 갇혀 지내는 유대인은 이상한 줄무늬
기도하고 있는 수도사. 사람이 입을 닫았습니다. 주변은 숨소리만 남고 내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많은 소리들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침묵이 낯선 탓입니다. 좋든 싫든 하루 종일 말과 말 사이를 오가니까요. 텅 빈 방에 홀로 들어갈 때 침묵이 싫어 TV를 켜놓고 나오기도 합니다. 해발 1300m 알프스에 위치한 로마 가톨릭교 카르투지오 수도회 그랑드 샤르트뢰즈(La Grande Chartreuse) 수도원의 모습을 그린 ‘위대한 침묵’은 잊고 지낸 소리를 찾아줍니다. 수도사의 삶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2시간 42분 동안 ‘지나치게’ 조용합니다. 수도원은 영화 촬영을 허가한 대신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 소리 외에 어떤 음악도 추
영화 ‘작은 연못’의 한 장면. “아무나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가슴 안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은 그저 죽어서 한줌 흙이 되는 것으로도 감지덕지 할 일이다”(이외수,『청춘불패』) “당신은 노근리 사건을 아시나요?” 이 질문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감각적 욕망과 미래에 펼쳐질 편리한 세상만을 꿈꾸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은 쉽게 잊거나 외면하고 잊고 살아갑니다. 특히 불편한 과거이거나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서 이유 모를 무차별 공격에 스러져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주민들에게도 전쟁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달이 두 개라면, 날아다닐 수 있다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다면, 동물과 식물이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엉뚱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상상입니다. 어린 시절 불가능이 없는 이런 상상 속에 빠진 적은 없었나요. 엉뚱하고 행복한 상상은 반복돼도 질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여기게 마련입니다. 영국 아동문학 작가 루이스 캐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엉뚱하고 소심한 소녀 앨리스 킹슬리를 마땅찮게 바라봅니다. 사실 앨리스는 매일 이상한 나라를 방문하는 꿈을 꾸고 아침마다 6가지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합니다. 조끼 입은 토끼와
1993년 개봉한 ‘쿨러닝’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실화를 그린 스포츠 영화다. 차마 몰랐던 사실을 접했을 땐 감동을 받곤 합니다. 일상 속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낯선 풍경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바위틈에서 싱그러운 생명을 뽐내는 이름 모를 풀꽃들과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꽃을 피워낸 민들레를 만났을 때 어떤가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스포츠를 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세계 선수들과 겨루는 국가대표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그러나 금메달의 갯수로 순위를 정하는 모순적인 순위 매김에 현혹돼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열광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고된 연습의 시간을 온통 땀으로 보냈지만 메달과 인연이 닿지 않아 눈물을 흘리는 선
‘집행자’는 사형집행관의 인간적 딜레마를 파고든다. 오늘 출근해서 사람을 죽여야 합니다. 세상은 그 사람이 죽어 마땅하다고 울부짖습니다. 죽여도 괜찮다고 말해봅니다. 그러나 죽어 마땅하다고 말하는 세상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 죽입니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습니다.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여야 하는 이들의 고통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까요. 최진호 감독의 ‘집행자’는 상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또 다른 살인’을 해야 하는 사람, 사형집행관의 인간적 딜레마를 파고듭니다. 신입교도관 재경과 베테랑 종호, 정년퇴임을 앞둔 김 교위는 영화 안에서 12년 만에 부활한
영화에서 아멜리에 역으로 분한 배우 오드리 토투. 반복처럼 느껴지는 하루하루는 지루합니다. 무언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 쉽게 눈에 띄지 않지요. 그러니 일상이 지루함으로 다가옵니다. 이유는 뭘까요. 습관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마음 탓은 아닐까요. 어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하루에 6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95%는 어제 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내용들입니다. 결국 어제와 같은 생각은 어제와 같은 행동을 만들어 내겠지요.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는 한 소녀가 태어납니다. 무심한 군의관 출신 아빠와 신경이 아주 예민한 선생님인 엄마가 소녀의 가족이지요. 아빠의 청진기가 몸에 닿는 것이 유일한 스킨십이던 소녀는 외롭게 자랍니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 눈을 감아봅니다. 귀를 막아봅니다. 그리고 걸어봅니다. 무엇이 보이고 들리는지요. 손을 휘휘 저어 봅니다. 잡히는 건 바람뿐입니다. 한 발자국도 앞을 향해 발을 내디딜 수 없어 누군가가 건네는 따뜻한 손이 그립습니다. 혼자 걷는 까만 세상은 절망일지도 모릅니다. 2005년 타임스지는 인도 영화 ‘블랙’을 최고의 영화 5위로 꼽습니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블랙은 침묵의 어둠에 갇힌 미셸과 기억의 어둠에 갇힌 사하이 선생이 마주 잡은 손으로 그리는 희망과 사랑, 기적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됩니다. 불과 미셸의 나이 두 살 때입니다. 그녀는 점차 암흑으로 빠져
‘퀼’의 주인공, 시각장애인 와타나베 미츠루와 맹인 안내견 퀼. ‘같이’는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러나 ‘같이’의 가치를 믿는 건 쉬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서로가 울림을 갖는 ‘같이’의 가치를 이루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열망이 클수록 지구 위에서 생을 살아가는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외딴섬이 될 테니까요. 도쿄의 한 주택에서 그 외딴섬을 이어 줄 천방지축 강아지가 태어났습니다. 골든 리트리버 다섯 강아지 가운데 옆구리에 새가 날개를 편 것 같은 신비한 얼룩이 눈에 띄는 친구입니다. ‘새의 날개’라는 의미의 이름이 붙여진 강아지 ‘퀼’은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집니다. 훈련센터에서 매번 낙오생으로 남는 퀼이지만, 빛을 잃고 캄캄한 어둠과 생을 같이 해야 하
지구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으로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발이 여섯 개인 동물, 1조 그루가 넘는 나무, 밤이면 전설처럼 빛나는 숲의 생명들 그리고 인간이 서로와 교감하며 상생하는 공간이 과연 꿈일까요 현실일까요. 영화 ‘타이타닉’으로 익히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에서 모든 생명들이 교감하던 오래된 미래를 스크린에 옮겨 놓았습니다. 화려한 CG와 빠른 극전개로 개봉 2주 만에 관객 400만 명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영화 아바타. 아바타는 판도라라는 행성에 있는 광물을 캐 지구에 팔 목적으로 침입한 지구인들이 거대한 기계로 원주민 ‘나비’족의 생명 터전을 무참히 짓밟는 상황과 이에 맞서는 원주민을 대비시킵니다. 단순한 스토리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주인공 제이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