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가 품을 내어준다. 언제든 오라고 문을 열어 놓는다. 휴식이 필요하면 하룻밤 자고 가도 좋다. 향긋한 차 한 잔도 준비돼 있다. 정갈한 사찰음식도 내 몸을 위로해 준다. 그렇게 사찰에 안겨 나를 꼭 안아주는 시간. 산사는 지난 20년 세월 변함없는 모습으로 열려 있고, 오늘도 당신의 발소리 따라 새벽을 맞는다.
템플스테이가 성년이 됐다. 2002년 처음 선보인 템플스테이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산사에 오면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면서 혹은 위로를 혹은 깨달음을 얻는다. 세파에 시달림이 심할수록 산사의 서정이 사무치게 다가온다’고 말했듯, 템플스테이는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휴식과 위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서정의 너른 품이 되어준다.
외국인들에게 템플스테이는 새로운 세계다. 다른 삶의 방식이다. K팝으로, K드라마로, K콘텐츠로 만났던 그 모든 한국의 뿌리다. 사찰은 문명과 자연이 이룬 조화의 정점을 보여주고, 사찰음식은 정복과 지배가 아닌 상생과 생명의 순환을 말해준다. 수천 년 이어진 삶에 담긴 지혜를 세계인들에게 전하는 문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길을 잃은 지난 2년, 템플스테이는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다. 토담토담 다독여주고, 쓰담쓰담 어루만져 주었다. 정성으로 빚은 사찰음식 한 끼로 지친 이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해주었다. 그렇게 가장 힘들고 약한 이들 곁에 템플스테이는 머물러주었다.
‘이리 기울고 저리 비껴가는 산을 보니 여기가 참된 곳인데 열 길 모진 속세에 잘못 들어가 길을 헤매었구나’라고 노래했던 추사 김정희처럼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모진 속세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면, 지쳤다면, 힘들다면 산사로 발길을 돌리자. 깜깜한 밤 나그네에게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산사는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별처럼 빛나며.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15호 / 2022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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