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다녀와서 떠오른 네 구절을 정리해본다.泉香萬里(천향만리)雪琴自鳴(설금자명)自鳴雪琴(자명설금)萬里泉香(만리천향)샘물의 향기 만리를 흘러가니 / 설악의 거문고 저절로 울리고 / 저절로 울리는 설악의 거문고 소리에 / 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샘물의 향기설악산 샘물의 향기는 하산하는 사람의 발자욱을 따라서 흘러내려오고 설악산을 오르는 사람의 배낭 따라 흘러올라간다. 또 필요한 곳이 있으면 오르락 내리락 자유롭게 흘러다니기도 한다. 흘러내리는 향기 속에 이미 흘러오르는 향기가 스며있고 흘러오르는 향기 속에도 흘러내리는 향기가 이미
自鳴雪琴 (자명설금)萬里泉香 (만리천향)저절로 울리는 설악의 거문고 소리에/ 만리를 거슬러 설악으로 흘러가는 샘물의 향기.벌써 오세암 다녀온 일이 꿈결처럼 아득하다. 오후가 되면 오전에 있던 일이 벌써 꿈이다. 5분 전의 일도 꿈이다.월창거사의 술몽쇄언에 나오는 구절을 읽어본다.以覺視夢 (이교시몽)所行皆是妄作 (소행개시망작)所見皆是幻境 (소견개시환경)知不能見於幻 (지불능견어환)思不能及於覺 (사불능급어교)反以出夢之說 (반이출몽지설)指爲虛誕 (지위허탄)깨어있는 상태에서 꿈속의 세계를 바라봄에/ 하는 것이 모두 허망한 짓거리이고/ 보는
오세암을 다녀왔다. 백담사를 지나 설악산을 오르는 산길이 지난번 봉정암 갈 때 낯을 익혀서인지 더욱 가뿐하다. 조금 걷자마자 이마에 시원한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지구와 우리 몸과 우주는절로 울리는 거문고 같아인간사도 거문고와 같기에줄 잘 고르는 것이 우리 몫오세암 직전의 깔딱고개에서 걸음을 정성스럽게 조절했다. 뼛속 마디마디 깊은 곳, 아직도 에너지 고속도로에서 교통정체가 더러 있는 곳을 알려주는 산행길이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안내해주는 분이 계셔서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법당 아래에서 오세암 약수를 마셨다. 대장과 소장의 벽을 파고
재산과 학벌과 집안과 자신의 직위를 자랑스럽게 여긴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을 마음속으로 무시하는 것은 일반 보통 사람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껍데기이다.생각 가듬어보면 우리 모두는치열히 훈련하는 지구촌 도반화쟁은 다툼의 화해와 더불어서로가 조화로운 경쟁을 의미전에 가르침을 주신 큰스님께서 “법문을 가장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가르치는 직위를 가진 사람들이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마음을 비우면 편안합니다”하고 법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마음을 비우면 될 일인데, ‘마음을 비우면 편안합니다’하는 말이 어느 책에 있는 말이냐고
空生初請問 (공생초청문)善逝應機酬 (선서응기수)先答云何住 (선답운하주)次敎如是修 (차교여시수)胎生卵濕化 (태생난습화)咸令悲智收 (함령비지수)若起衆生見 (약기중생견)還同着相求 (환동착상구) 수보리 존자가 처음에 질문하자 / 선서(부처님)께서 근기에 맞게 대답하셨으니 / 먼저 마음을 어떻게 유지해야 되는지에 대답하시고 / 다음에 이와 같이 마음을 닦아야 된다고 하셨네 / 태생·난생·습생·화생의 온갖 중생을 / 모두 자비와 지혜로 거두어 들여도 / 만약에 제도할 중생이 있다는 소견을 일으킨다면 / 껍데기에 들러붙어서 구하는 것과 똑같은
전깃불 아래 태어나서 그냥 전깃불에 익숙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복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산골 마을에 비로소 전기가 들어왔다. 시골 마을이 온통 난리법석이었다. 전봇대를 세우느라 꽁꽁 언 땅을 파서 큼지막한 구덩이를 만드는 과정을 제법 오랫동안 보았던 추억이 있다. 길옆에 길다란 전봇대들이 무더기로 쌓이고 전깃줄을 연결시키느라 지붕이며 처마 밑이며 먼지가 풀석였다. 벽을 뚫어대는 드릴의 위력은 실로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변압기를 매다는 정교한 작업이 공중에서 펼쳐졌다. 줄에 매달린 채 능숙하게 손놀림을 하는
아침 저녁으로 시원하다. 밤시간이 되면 서늘하기까지 하다. 아침 종성 중에서 게송 하나를 읽어본다.山堂靜夜坐無言 (산당정야좌무언)寂寂寥寥本自然 (적적요요본자연)何事西風動林野 (하사서풍동임야)一聲寒雁淚長天 (일성한안려장천) 산에 있는 절에서 고요한 밤에 말없이 앉아있노라니 마음도 고요해지고 주변도 고요해져서 본래자연 그대로일세 무슨 일로 가을바람 서풍은 고요한 숲을 흔들면서 불어오는가 한소리 차운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긴 하늘로 날아오르네. 산에 있는 절은 공간 중에서 가장 고요한 공간이다. ‘산당정야’는 가장 고요한 공간에서 맞이하는
사서삼경의 시경은 옛날 중국의 각 나라의 유행가 모음집이다. ‘터치 마이 바디’까지 공개적으로 노래로 부르는 우리나라 이 시대의 시경은 정나라의 유행가와 많이 닮아있다.호흡 힘 모아 멀리 바라보면날마다 날마다 새로운 시작세월 흘러도 젊은 마음 꿈은한 순간에도 깨어날 수 있어 PC방에서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고 김광석의 노래를 한동안 들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천천히 뜨면서 위턱과 아래턱의 힘을 완전히 빼버리고 아랫배에서 수액을 끌어올려 위턱과 아래턱으로 맷돌을 만들어 자신의 혀를 갈면서 뿜어내는 듯한 독특한 창법이 마치 마
달이 뜨면 별빛 희미해지지만달과 별은 서로 공존하는 법이익과 신상에 초점 모아지면지혜와 청정광명 가는 길 몰라 비가 내려주고 있다. 하마터면 비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잊어버릴뻔 했다. 一月孤輪 (일월고륜)沒有衆星 (몰유중성) 둥근 달이 떠오르자 / 모든 별이 빛을 잃는구나. 인사동에 있는 어느 찻집 안에 세워져 있는 유리창문에 붓글씨로 써져서 붙어있는 글귀이다. 붓글씨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져있지 않다. 읽자마자 소동파의 전적벽에 있는 구절이 떠오른다. 月明星稀 (월명성희)烏鵲南飛 (오작남비) 달빛이 밝아지자 별이 드물어지니
초극세필이 있다. 전에 어디선가 사진으로 쌀 한톨에 앞뒤로 반야심경을 새겼던가 썼던가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실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의식을 초극미세하게 집중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전남 장성에 있는 용흥사에서 초의 스님의 세필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자초지종은 생략하고 초의 스님의 세필을 보는 순간 ‘아, 이건 삼매필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그냥 선을 아주 가느다랗게 이리저리 그어놓은 덩어리들의 집합처럼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 한자로 된 중국 고전의 작품을 한 자 한자 극세필로 써놓은
저쪽 지하철 경로석에서 갑자기 ‘씨에 비읍받치고 알로우마’하는 큰 소리가 지하철안의 정적상태를 일시에 깨트리면서 귓전에 부딪혀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신고전화를 하고 있다. 경로석에는 초로의 할아버지 한 분이 손으로 젊은이를 향해 전위예술에 가까운 몸짓을 하면서 쉴새없이 음파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에너지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신업과 구업도 저절로 안정돼참으로 안으로 살피고 또 살펴내 몸·마음의 주파수 조절해야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두 젊은이는 약간
옛날 중국사람들은 심장 속에 우리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했고 요즘에는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마음은 심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뇌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시신이 되어버리면 심장도 달려있고 뇌도 매달려있건만 꼼짝안하고 병풍 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어야 한다. 병풍 앞에서 향을 맡느냐 병풍 뒤에서 향을 맡느냐 하는 차이가 생사의 소식이기도 하다.뇌를 통해서 온 몸을 통해서 작용을 하고 있는 마음이라는 대광명(大光明)은 예나 이제나 우리가 회복해야할 빛줄기임에 틀림없다. 이름이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