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은 8세기 인도의 논사 샨티데바 스님의 저술로 ‘대승불교의 입문서’라 불린다. 보리심과 공성에 대한 가르침을 광범위하게 다루면서도 간명한 게송으로 표현해 가장 뛰어난 논서로 손꼽힌다. 인도와 티베트 등에서 예로부터 다수의 주석서가 찬술된 이유다. 티베트불교 4대 종파 가운데 하나인 샤카파의 전승조사 톡메상뽀(1295∼1369)는 티베트불교 역사상 ‘입보리행론’에 가장 정통한 스님으로 손꼽힌다. 이 책 ‘입보리행론 요해’는 톡메상뽀가 저술한 ‘입행론석·선설해(入行論釋·善說海)’를 중국 사천성에 있는 오명불학원의 교수 수다
‘초자연 현상’과 ‘미술’의 사이에는 어떤 관계성이 있을까. 국내 미술사학계의 연구자들이 이를 해석하고자 학술발표와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동악미술사학회(회장 신광희)가 6월3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미술과 초자연: 길상, 벽사, 주술, 영험’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신광희 동악미술사회장(중앙승가대)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빛을 담은 거울, 그 성속(聖俗)의 경계-조선시대 일월경을 중심으로(명세라/ 국립중앙박물관) △수륙회도의 구원 이미지(박정원/ 동아시아미술연구소) △불인(佛印)과 탑인(塔印)의 한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4년 6월27일 제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이하 샤카디타대회)가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7일간 개최되었다. 그 당시 주제는 ‘여성불자의 교육과 수행 : 현재와 과거’였다. 그리고 다시 19년만인 오는 6월23~27일 ‘위기의 세상에 깨어 있기’를 주제로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의 주관 하에 서울 강남 코엑스와 봉은사 일대에서 제18차 샤카디타대회가 열린다.이번 대회 역시 전통에 따라 크게 학술발표와 문화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행사의 중심은 27편의 논문 발표와, 한국과 세계를 아우르는 참가자들의 다양
1986년 나는 달라이라마 존자의 배려로 인도 다람살라의 불교론연구소(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 in Dharamsala)에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개인적인 학업의 목표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인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비구니들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대대수 비구니들은 가족으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비구들에게 주어지는 교단적 지원도 비구니들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부처님의 평등주의적 사회철학과는 달리 실제 내 주변 비구와 비구니들의
‘샤카디타 세계대회’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 것 같다. 이 중요한 대회가 또 한 번 한국에서 열린다. 2004년 중앙승가대학에서 열린지 19년 만에 한국의 중심부인 서울 코엑스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샤카디타 세계대회는 여성불자들에게 큰 자부심과 기대를 주는 행사다. 1987년 인도에서 세계여성불교협회(The Sakyadhi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 약칭 샤카디타)가 결성된 이래 격년으로 나라를 돌아가면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개최지를 정할
부처님께 물어보고 따질 것이 참 많다. 그래서 부처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부처님 가르침에 목말라 외로울 때는 염불하고, 괴로울 때는 기도한다. 부처님은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마음으로 아들의 죽음에 미쳐버린 끼사고따미를 깨달음으로 이끌었고, 99명을 죽인 무자비한 살인마인 앙굴리말라도 깨달음으로 인도했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깨달음은커녕 간절한 기도 하나 들어주지 않는 것일까. 부처님 보시기에 나의 믿음과 수행, 그리고 기도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일까. 도대체 대자대비는 무엇이며, 중생구제의 뜻은 무엇일까.대대로 부처님을 믿고
원주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석학)이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밀교’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5월17일부터 8월31일까지 열리는 고판화박물관 ‘불교도상의 향연-동아시아 밀교만다라 특별전’에는 밀교의 불보살과 명왕, 천신 등을 새기고 찍어낸 200여종의 도상이 소개된다.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도상은 밀교가 발전했던 티베트와 일본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일본 작품의 경우 태장계만다라와 금강계만다라를 흑백판화와 채색판화는 물론 태장계와 금강계에 등장하는 200여분의 불보살과 명왕, 천신을 족자 등으로 입체적으로 전시했다.
경기도 용인 행복선원(선원장 연암 스님)이 5월6일 ‘삼성각 불사 1주년 기념’을 맞아 큰법당에서 산신대재를 열었다.행사에는 용인 백령사 주지 본각, 혜룡사 주지 현수, 상불사 주지 동효, 부산 금성사 주지 서산, 안성 극락사 주지 정혜, 서울 반야정사 주지 효진 스님을 비롯해 김진석 용인시의원, 주상복 용인불교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산신대재는 현수, 정혜 스님의 기도 집전으로 시작해 명선 다례원의 육법공양이 함께 진행됐다.본각 스님은 축사에서 “용인에서 으뜸가는 수행 도량이자 교육 도량인 행복선원에서 산신재와 더불어 기쁨과 행복
티베트의 건물들은 모두 수평적이다. 지붕선들이 잘리거나 요철을 이루며 나고 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긴 수평선을 근간으로 한다. 순례자들을 불러들이는 조캉 사원과 앞의 넓은 광장을 사변형으로 둘러싼 건축물들은 수평성, 사변형의 기하학주의를 확연히 보여준다. 걸개그림인지 커튼인지 모호한 ‘탕카’들로 둘러싼 테라스는 중정의 난간마저 사각형의 면들로 덮어버린다. 이 형상이 강력해 그 위에 얹은 중국식 지붕이나 스투파 형태의 장식들조차 사각형과 수평성을 방해하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건물로 다가서면 단단한 질감적 벽들의 육면체
오랜 세월 전에 넘어진 경주 남산 열암곡의 마애부처님을 바로 세우자는 원력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중흥을 꿈꾸는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있었다. 모든 불자들에게 종책 방향을 명확히 전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영상으로 내용을 접한 불자를 만났다. 대뜸 “십년, 백년도 아니고 천년을 꿈꾸고 준비하는 불교의 모습에 사람들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한다”며 자신도 “묘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시시각각 흘러 밤과 낮을 만들고, 일일이 흘러 계절을 만들어 우리들에게 선사
이차돈의 순교를 기념하는 신라의 비석(경주박물관)은, 기하학주의와 거리가 먼 신라에서도 글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사각형의 격자를 사용한 흔적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비례나 크기를 조절하기 위해 기하학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렇게 구성된 것이 미감이 기하학적인 것은 아니다. 기하학적이지 않다고 비난받던 고딕성당 또한 기하학적 선이나 격자를 사용했다. 기하학적 미학이란 황금비나 인체의 비례 같은 ‘특정한’ 비례, 혹은 원이나 정방형, 원기둥이나 원뿔 같은 입방체 등 ‘특정한’ 형태(form)를 보편적 모델로 하는 미학이다.
무상의 대표적인 선사상은 인성염불과 3구(三句)설법이다. ‘역대법보기’에 전하는 내용을 보기로 하자. “무상대사는 매년 12월과 정월달에 사부대중 백천만인에게 계를 주었다. 그는 엄숙하게 도량을 시설하고 스스로 단상에 올라가 설법하였다. (제자들에게) 먼저 소리를 내어 염불하도록 하고(引聲念佛), 마음을 다하여 집중해 소리가 가늘어지면서 끊어지려는 무렵,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억(無憶) 무념(無念) 막망(莫妄)하라.’”이는 인성염불을 말한다. 무상대사는 염불행자·정토행자는 아니다. 다만 삼매[=선정]에 쉽게 들기 위한 방편으로 염
불교계 대표 국제구호협력기구 더프라미스(The Promise). 한국에서는 96번째로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유엔과 협력하고 유엔 사업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특별 협의적 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 지위를 받았다는 건 비정부기구(NGO)로서의 공신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재난 있는 곳에 더프라미스가 있다’는 말이 회자 될 정도로 더프라미스는 해외 봉사와 긴급구호 활동에 진력해 왔다. 2008년 미국 NGO 마칙(MACHIK)과 협력해 중
“불자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부처님 법을 만나 공부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행복함에 물들어 얼굴에는 미소 가득, 마음에는 평안이 가득하면 좋겠다. 행복한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거창한 포교가 아니라도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행복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저절로 포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나는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졌고 내 행복의 여정을 쉽고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 감사 일기’ 책을 만들고 강연하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하고 여러 인연이 연결되고
▶불교는 환경·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가불교·환경·주의에 대한 네 가지 반대들을 논박한 다음 저자는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불교적 원천들을 검토한다. 예컨대, 상호 의존, 평정심, 공동체, 만족감, 자비심 등이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불교는 이러한 가치들의 함양을 강조했던 유일한 철학체계나 종교체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단일하거나 통합된 종교·전통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불교들은 당황스러울 만큼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 학자들은 이러한 현대불교의 서로 다른 측면들을 반영하기 위한 하나의
인도티벳고전연구회가 티베트어·산스크리트를 강독할 수강생을 모집한다.인도티벳고전연구회(회장 함형석)는 4월14일부터 6월23일까지 매주 금요일 3시 화상회의 줌(ZOOM)으로 티베트어 강독과 산스크리트 강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티베트어 강독은 ‘수정경 종의’(水晶鏡 宗義, Grub mtha’ shel gyi me long) 조낭빠(Jo nang pa) 챕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발제는 조석효 독립연구자가 맡았다. 강독 일자는 4월18·28일, 5월19일, 6월2·16일로 모두 5회다.산스크리트 강독은 ‘합리성의 정수’(Nyayabin
중국불교사상사의 출발점으로 손꼽히는 ‘조론’은 후진시대(384~417)를 살았던 승조 스님이 집필한 이래로 명나라 말기인 17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중국 당대의 내로라하는 학승들과 현인들에 의해 시대를 달리하며 수십 편의 주석서가 쓰여졌다. 이는 ‘조론’이라는 한 권의 논서가 중국불교 역사와 사상, 철학 등에 두루 미친 방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동시에 후학들로서는 한 권의 논서를 향한 1300여년에 걸친 주석서들을 통해 각 시대별 불교의 변천과 함께 사회 전반의 사상과 철학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펜데믹, 기후위기, 전쟁 등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으로 빠뜨린 위기 앞에 여성불자들이 당당히 맞선다. 위태롭고 두려운 현실을 직시하는 여성불자들의 용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불교의 지혜를 보여준다. 전 세계 3000여명의 여성불자들이 6월23~27일 한국에서 열리는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에서 ‘위기의 세상 속에 깨어있기’를 주제로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제시한다. 동시에 글로벌 불교리더로서 한국불교 비구니계의 역량과 지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 무대로도 기대를 모은다.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와 샤카
튀르키예 전통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얼마 가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부딪힌다. 대표적인 것이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터키행진곡을 튀르키예 행진곡이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본 회 차에서는 터키와 튀르키예를 편한 대로 섞어 써보련다. 우선 터키(Terkey)와 튀르키예(Turkiye)를 번갈아 치다 보면 튀르키예가 좀 성가시다. 그러나 튀르키예 입장이 되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1990년 겨울, 필자는 비엔나 대학기숙사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18세가 되면 부모 집에서 나오는 것이 상례인데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
‘법화경’의 내용 가운데 오묘한 이야기 하나를 꼽으라면 ‘제바달다품’에 나오는 용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전에 따르면 사가라 용왕은 여덟 살이 된 딸이 하나 있었는데, 용궁에서 문수보살님이 ‘법화경’을 가르치셨을 때 그 딸이 듣자마자 깨달아 정각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법화경’ 공부하는 많은 분들은 이 이야기를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어도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예라고 해석을 한 경우가 많았다. 부처님 당시의 인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차별이 심해 여성은 다섯 가지 깨달음의 장애가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용녀의 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