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현동국대 교수 해인사에서는 지난 칠석 무렵 비로자나데이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고 한다. 작년에 발견된 쌍둥이 목조불상을 기념하기 위한 이 축제의 부제는 ‘천년의 사랑’, 그리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 무렵으로 축제일을 잡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사랑과 만남의 패션쇼’를 비롯하여 가수 국악인들의 노래 공연이 있었고, 진성여왕과 위홍의 사랑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 ‘사랑이여, 천년의 사랑이여!’는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 진성여왕과 위홍, 쌍둥이 비로자나불, 천년의 사랑, 이런 단어들이 혼재된 축제의 성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여 쌍둥이 비로자나불이 여왕과 위홍을 상징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는 않았을지 염려된다. 진성여왕과 위홍의 스캔들을 해인사와 관련지어 이해한 최초의 인
윤 청 광방송작가 부처님께서 일찍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은 무상(無常)의 진리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변한다. 따라서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변하고 산천초목도 변하고 마음도 변하고 제도도 변하고 생활풍습도 변하고 법률도 변한다. 도대체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바깥출입을 제법하고 행세깨나 하고 사는 남자가 조강지처 이외에 애첩 한둘쯤 거느리는 것은 큰 흉이 아니었다. 그리고 50여 년 전에는 딸을 중학교, 고등학교, 더더구나 대학까지 보내는 것은 아주 희귀한 일이었다.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철저한 남존여비사회였고, 여자의 미덕은 오로지 순종이었으며 20대 초반에 남편을 사별한 청상(靑孀)에게도 평
이 기 화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장미의 계절이 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다. 장미뿐만이 아니다. 봉선화, 철쭉, 민들레,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들도 서로 맵시를 자랑하고 있다. 산책을 즐기는 나에겐 이 꽃들을 바라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옛 스님의 말씀에 ‘맑은 구슬을 탁한 물에 넣으면 탁한 물이 맑아지고 부처님 명호를 산란한 마음에 던지면 산란한 마음이 불심이 된다’ 하였다. 이 예쁜 꽃들을 바라보면 내 마음이 평화롭고 청정해짐을 느낀다. 이 마음이 불심이 아닐까? 꽃들이 왜 아름다운가?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가식 없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여인들은 아름답게 보이려고 여러 가지 치장을 한다. 분도 바르고 립스틱도 바르고 예쁜 빛깔의 의상도 걸치고.
효 림 스님실천불교 대표 탐간영초(探竿影草)라는 말이 있다. 도둑이 밤에 남의 집에 들어가려 할 때 풀 몇 가닥을 문밖에서 흔들어 안에 있는 사람이 잠을 자는 지 깨어있는지를 먼저 탐색 하는 것이다. 선문에서는 선지식이 찾아온 수선납자를 먼저 그와 같은 방법으로 탐색해 시험해 본다는 의미다. 축구를 할 때도 서로 상대의 전력을 알지 못할 때는 이리 저리 상대의 기량을 실험해보는 탐색을 벌인다. 그리고 상대의 약한 부분이 어디인가를 알게 되면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고 지시한다. 이와 같은 탐색은 운동선수들만의 것은 아니다. 어느 집단이나 새로운 권력자가 등장하면 권력자의 주변 사람들은 그 권력자의 약점과 허점이 어디인가를 열심히 탐색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실로 가공할 만한
송 석 구전 동국대 총장 몇일전 딸과 사위가 일곱 살 된 외손녀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가 무슨 말 끝에 느닷없이 “할아버지, 우리반 애들은 모두 하느님을 믿는데 나만 부처님 믿는다고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응, 잘했어 잘했어.”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서재로 내려갔는데, 손녀가 서재까지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내 서재에 모신 부처님을 보고 “나 부처님한테 절해도 돼?”하고 절을 한다. 나는 “세 번만 해라” 하고는 하도 기특해 내려다보고 있는데 손바닥까지 하늘을 보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부모가 삼각산 등산을 하는 도중 일선사에 들러 참배를 하면서 이놈에게도 그것을 시킨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애들에게 크게 이렇다 할 무엇을 해준 것은
김 상 현동국대 교수경부고속철도 천성산구간의 터널을 원효터널이라고 한 것은 천성산설화에 그 유래가 있는 것 같다. 양산의 천성산(千聖山)은 원효의 척반구중(擲盤救衆)설화와 연결되어 있다. 불광산 척판암에는 이런 설화가 전한다. 척반암의 원효는 어느 날 당나라의 한 고찰이 무너져 천 명 대중이 함몰될 위기에 처해 있음을 혜안으로 살펴 알고서 한 소반을 던졌다. 그 절까지 날아간 소반이 공중을 떠다님에 대중들이 그것을 보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 절이 무너져 다행히 대중들은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소반에 쓰여 있는 ‘해동원효척반구중(海東元曉擲盤救衆)’이라는 글을 본 천 명 승려들은 신라로 와서 원효의 제자가 되었고, 원효는 이들을 천성산의 정상에 모아 놓고 『화엄경』을 강의했다. 이로해서 천성산과 화
윤 청 광방송작가 지난 6월 1일, 통계청이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종교분포에 관한 통계자료가 불교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53.1%가 종교를 믿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의 종교인구에 비해 10.5%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전체 종교인구가 10.5%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불교를 믿는 사람은 10년 동안에 수도권에서만 24만 명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지난 10년 세월 동안 ‘1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오던 우리 불교는 신봉자를 더 늘이기는커녕 서울에서 무려 24만 명의 신도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한국 가톨릭은 지난 10년 동안 무려
이 기 화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난 5월 27일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해 벌써 사망자가 5000이 넘었다. 우리나라도 4월 말 울진 앞 바다에 지진이 많이 발생해 기상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부도 우려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울진, 고리, 월성 등 원자력발전소들이 위치한 양산단층대와 연결되었을 가능성 때문이다. 양산단층대는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 영덕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과 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울산단층 그리고 이 일대의 소규모 단층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층이란 과거 지각변동 과정에서 지각이 깨어진 약한 부분을 말한다. 지진이란 지각에 작용하는 응력에 의하여 지각이 깨어지는 현상이다. 지각에 응력이 작용할 때 주로 약한 부분이 깨어지게
효 림 스님실천불교 대표저 아름다운 5월의 실록이 날마다 새롭게 단장을 한다.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아침안개가 계곡이고 산 능선이고 피어올라 그야 말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러더니 낮에는 쾌청한 하늘이며 산 빛이 말끔하게 세수한 얼굴모양 싱그럽다. 점심을 먹고 숲속에 들어가 한나절을 내내 그냥 앉아 있다가 왔다. 산에 사는 나도 공기가 이렇게 달고 맛이 있는데,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런 공기를 마신다면 얼마나 좋아 할까 싶은 생각에 몇몇 지기들에게 이 공기를 어떤 기구에 담아서 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숲속에 조용히 앉아/ 나무들이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를 들어본다./ 미세한 바람에 나뭇잎들이
송석구전 동국대 총장불교 최초의 가람은 죽림정사(竹林精舍)다. 이는 중인도 마갈타국 기란타촌에 있었다. 석존께서 성도한 후 기란타 장자가 부처님께 귀의하여 죽림원을 바치고 빔비사라왕이 그곳에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위하여 큰 절을 지었는데 그것이 곧 죽림정사다. 불교의 사찰은 대부분 국왕이나 또는 권력의 실력자, 그렇지 않으면 장자로서 소위 갑부들이 만들고, 큰스님과 그 제자들이 공부한 곳으로 원찰의 성격이 크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의 사찰과 승가의 제도적 불교가 형성되었다. 그 후 불교의 삼보로서 부처님(佛)과 부처님이 말씀한 법(法), 그 법을 잇는 스님(僧) 등 불·법·승 삼보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찰은 승가를 형성하고 스님만이 거주하고 기도하는 곳으로 신도는 승가 중심의 법규를 따라야 했다. 그러던
김 상 현동국대 교수 얼마 전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문제로 인하여 매우 시끄러웠다. 결국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황박사는 지금 교수직에서 파면 당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9명의 조계종 원로의원 스님들은 지난 달 27일 ‘황우석박사의 무혐의 선처와 연구재개’를 노무현대통령에게 탄원했다고 한다. 우선 이분들은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큰스님들이다. 이런 분들이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현안 문제에 대해서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세속적인 문제에 관해서 좀처럼 발언하지 않던 원로스님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만으로도 이 분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원로스님들의 인식 또한 우
윤 청 광방송작가 올해의 부처님 오신날, 음력 4월 초파일이 공교롭게도 ‘어린이 날’과 겹치게 되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음력 4월 초파일과 양력 5월 5일 어린이 날을 겹치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티없이 맑은 동심을 지닌 어린이를 천진불(天眞佛)로 여기는 불가(佛家)이고 보니, 어린이날과 겹친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 의미가 색다르다 할 것이다.직장인들은 어린이 날도 공휴일이요, 부처님 오신날도 공휴일이라 겹치지 않았으면 두 번 쉴 수 있는데 어린이 날과 부처님 오신날이 겹치는 바람에 하루를 손해보게 되었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6일이 토요일이라 주5일제근무를 실시하는 직장에서는 금토일 연3일을 연달아 쉬는 재미를 만끽하게 되었고,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지 않는 직장에서조차도 징검다리 토요일을 쉬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