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여러 보살들이 제각기 말하고 나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법입니까?’ 문수가 답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일체 법에 대해 말 할 것도 없고 말 하지도 않고 보거나 알 것도 없고 모든 법문조차 떠나는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거룩한 이여 우리들이 이제 제각기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으니 어떤 것이 둘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인지 말씀하소서.’ 이때에 유마힐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잠잠히 있었다. 그러
“그때에 유마힐이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보살들은 어떻게 해서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나이까? 각자 좋은 점을 말씀해 주소서.’ 법자재 보살이 말하였다. ‘생하고 멸함을 둘이라 합니다. 그러나 법의 본성은 생하고 멸함이 없으니 이렇게 무생법인을 얻는 것을 둘 아닌 법문이라 합니다.’ 덕정 보살이 말하였다.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이 둘이라 합니다. 그러나 더러운 것의 참 성품을 보면 깨끗함도 없나니 이를 둘 아닌 법문이라고 합니다.’ 진천보살이 말하기를 명과 무명이 둘이라 합니다. 무명의 참 성품이 명이며 명도 취할 수
“그때에 사리불이 이 방안에 평상이 없음을 보고 여러 보살과 많은 제자들이 어디에 앉을 것인가를 염려하였다. 유마힐이 그 생각을 알고 ‘사리불님 법을 구하는 이는 몸과 마음도 아끼지 않거늘 평상을 구해서야 되겠습니까? 법은 적멸하고 오염되지 않으며 행함이 없고 상이 없으며 머무름이 없습니다. 법은 보고 듣고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신통력으로 삼만이천의 큰 사자좌를 들여 놓았는데 유마힐의 방도 크고 넓어 비좁지 아니하였다. 이런 모습을 본 사리불은 곧 ‘거사님 참으로 회유합니다.
“문수보살이 물었다. ‘마땅히 부처님의 해탈은 어디서 구합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일체 중생의 마음에서 구할 것입니다. 또 당신께서 나에게 왜 시자가 없느냐고 물었는데 나의 시자들은 뭇 마군과 외도들입니다.’ 문수보살은 또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중생의 병을 위문하여야 합니까?’ 유마힐은 말하였다. ‘몸이 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몸을 싫어하라고 말하지 않으며 몸을 괴로운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열반을 좋아하라고 말하지 않으며 몸이 나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중생제도 할 것을 말하며 몸의 공을 말하면서도 마침내 단멸하다고 말하지 않
“문수사리가 물었다. 거사님 이 방은 어찌하여 비었으며 시자들은 왜 없습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여러 부처들의 국토도 비었습니다. 문수사리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으로 비었다하십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본래 공함으로 비었습니다. 문수사리가 또 물었다. 본래 공한 것을 어떻게 하면 체득할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분별없는 것으로 공을 체득합니다. 문수사리가 계속하여 물었다. 능히 공을 분별하여 알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다시 대답하였다. 분별이 곧 공입니다.”불국토란 깨달음 자체 의미분별없는 청정본연 가르켜분별 그대로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거사님, 당신의 병은 무슨 인연으로 생겼으며 얼마나 오래 되었고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말하였다. 무명과 갈애로부터 생겼으며 일체 중생이 병 들었으므로 나도 병이 생긴 것입니다. 만일 일체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내 병도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며 중생의 병이 없으면 보살도 병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아들이 아프면 부모도 아프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이 병들면 보살도 병들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의 병도 낫는 것입니다.”중생은 무명으로 태어나지만보
“이 때 유마힐이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문수사리여, 온다는 상이 없이 오셨고 본다는 상이 없이 보십니다. 문수사리보살이 그렇습니다. 거사님, 왔다고 하나 온바가 없으며 갔다고 하나 간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왔다고 하나 온 주체가 없으며 갔다고 하나 간 주체가 없습니다. 본다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실상에 있어서는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일체 존재는 홀로 존재 못해다른 조건들 서로 만나 생겨마음도 물질과 다르지 않아보고 들어도 실제주체 없어 이런 문답이나 설법은 대승경전 곳곳에 나타난다. 초심자나 소승의 가르침에 머문 자들은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말을 건네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입니다. 실상의 이치를 깊이 통달하고 변재에 걸림이 없으며 여러 부처님들의 법문을 꿰뚫었으며 신통력이 구족하고 지혜와 방편이 완벽하나이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명령을 하시니 기꺼이 가서 병을 위문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문수사리는 여러 보살과 제자들과 천상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비야리성으로 들어갔다. 이때 유마힐은 ‘지금 문수사리가 여러 대중들과 함께 나를 찾아오는구나’하고 생각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 선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을 위문하여라. 선덕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를 찾아가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왜냐하면 제가 예전에 아버지의 집에서 스님, 바라문, 외도, 거지, 고아 등을 위해서 큰 공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 유마힐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덕이여 대보시회는 이렇게 치러서는 안됩니다. 어찌하여 당신은 물질로써만 보시합니까? 보시는 반드시 전후가 없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인가?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희사의 사무
“부처님이 지세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여라. 지세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에게 가서 문병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어느 때에 방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마왕파순이 제석천으로 변장하여 권속들을 이끌고 저에게 예배하고 한쪽에서 있거늘 저는 그에게 무상과 욕망에 대해 설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마왕파순은 저에게 ‘정사여 이 일만이천의 천녀들을 시봉하는 종으로 삼아 주십시오’ 하였습니다. 저는 그 말이 법답지 못하다하여 거절하였는데 그 때 유마힐이 찾아와 ‘정사여 이 제석천은 마왕
“부처님은 광엄동자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광엄동자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왜냐하면 제가 과거에 비야리성으로 외출을 하였는데 그 때에 유마힐을 만났습니다. 제가 그에게 ‘거사님 어디에서 오십니까?’ 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는 ‘도량으로부터 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또 묻기를 ‘도량이란 어느 곳을 말합니까?’ 하였더니 그가 대답하기를 ‘곧고 깊은 마음이 도량이며, 보시 지계 인욕 선정 자비 신통 다문이 도량이며, 다문삼십칠조도품 사성제 십이연기
“부처님은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여라.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 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도솔천왕과 그 권속들에게 불퇴전지의 보살행을 설하고 있는데 유마힐이 찾아 와 말했습니다. 미륵님, 세존께서 당신에게 수기를 주시면서 한번만 더 태어나면 정각을 얻어 부처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미륵님, 당신은 어느 생으로 수기를 받았습니까? 과거 현재 미래 생이라면 과거는 지나가 버렸고 현재는 머물지 못하며 미래는 오지 않습니다. 또한 생이 없는 것으로 수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거라. 아난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제가 부처님이 몸이 약간 불편하시기에 우유를 얻으러 어떤 바라문의 집에 가서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유마거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제게 어떤 일로 아침 일찍 발우를 들고 바라문의 집 앞에 서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처님이 편찮으셔서 우유를 얻으러왔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제게 아난님,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은 몸입니다. 모든
‘부처님이 라훌라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라.” 그러자 라훌라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옛적에 비야리성 여러 장자의 아들들이 저에게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이 무슨 공덕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제가 그들을 향해 출가의 공덕과 이익에 대해 말했는데 유마힐이 제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훌라님 출가의 공덕과 이익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출가에는 이익과 공덕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위법에는 출가한 이가 있지만 무위법에는 출가한
“‘우팔리님, 망상은 더러움이고 망상 없음은 깨끗한 것입니다. 전도와 자아에 대한 집착은 더러움이고, 전도와 자아에 대한 집착 없음은 깨끗함입니다. 모든 법은 생기고 멸하여 잠깐도 머물지 못하는데 망령된 견해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물속의 달, 꿈, 아지랑이, 거울 속의 영상과 같습니다. 바로 이렇게 모든 법에 대하여 바르게 아는 것을 계율을 잘 지니는 것이라 합니다.’ 유마거사가 이렇게 말하자 두 비구는 ‘훌륭하십니다. 지혜로운 이여!’라며 유마거사를 칭찬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의 일을 생각하므로 그에게 병문안을
“부처님께서 우팔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라.’ 우팔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역시 그의 병을 위문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어느 때 두 비구가 계율을 범하고는 저에게 찾아와 부끄러워하며 우리의 의혹과 뉘우침을 풀어 허물을 면하게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그들의 요구대로 법을 설하고 있었는데 유마힐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팔리님, 두 사람의 죄를 더욱 무겁게 하지 마시오. 죄의 본성이란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더러우면 중생이 더럽고 마음이 깨끗하면 중생도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가서 위문하여라.’ 아나율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옛적에 어느 곳을 거닐고 있는데 엄정(嚴淨)이라는 범천이 권속들과 함께 찾아와 저의 천안통의 능력을 묻기에 나는 석가모니부처님 국토를 손바닥 안의 망고열매를 보듯이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유마힐이 나타나 ‘아나율님, 천안통은 지음이 있이 보는 것입니까? 지음이 없이 보는 것입니까? 만약 지음이 있이 본다면 외도들의 오신통과 다를 바 없으며, 지음이 없이 본다면 지음이 없는
부처님은 부루나에게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라고 말씀하셨다. 부루나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제가 옛적에 숲 속에서 갓 출가한 비구들을 위해 설법할 때였습니다. 그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부루나존자 비구들에 법문할 때유마거사 대승입장서 설법 지적모든 중생은 거지 아닌 대부호중생 근원 알고 설법할 것 권유“부루나님, 설법을 할 때에는 먼저 선정에 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한 후에 설법을 해야 합니다. 더러운 음식을 보배그릇에 담지 마십시오. 유리를 수정처럼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유마거사가) ‘수보리여, 부처님과 법을 만나지 못하고 6명의 외도들을 스승으로 삼고 출가하여 그들이 태어난 나쁜 곳에 함께 태어날 수 있다면 당신은 신도들의 밥을 받을만한 수행자입니다. 또한 수보리여, 당신에게 보시한 이를 복전으로 여기지 않고 당신에게 보시한 삶들은 악도에 떨어지며, 모든 마군들과 행을 함께하며, 모든 중생들을 원수라 여기고 삼보를 비방하여 열반에 들 수가 없다면 밥을 받을만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유마힐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알지 못하여 밥을 얻으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그러자 유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거라.’ 그러자 수보리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제가 언젠가 그의 집에서 걸식을 하였는데 그가 제 발우에 먹을 것을 가득 담아주고는 수보리님, 만일 먹는데 평등한 사람은 법에도 평등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탐진치를 끊은 것도 끊지 않은 것도 아니며, 이 몸 그대로 두고 실상을 알아야 하며, 어리석음과 애착을 끊지 않고도 삼명(三明)과 팔해탈(八解脫)에 들며, 오역죄를 짓고도 해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