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촌화상이 어느 날 차를 달이고 있노라니, 승이 물었다. “조사서래의란 무엇입니까.” 역촌화상이 차시(茶匙)를 들어보였다. 승이 말했다. “그 차시가 바로 조사서래의라는 것입니까.” 역촌화상이 차시를 화로의 불속에 던져버렸다.양주역촌(襄州歷村) 화상은 남악회양의 제6대 후손으로 임제의현(臨濟義玄: ?-867)의 법사이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는 중국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가 중국에 도래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으로 대표적인 선문답에 속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주제를 들어 선문답으로 활용하고 있는 승의 안목이 기대된다. 역시나 그에
현장 스님의 ‘반야바라밀다주’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번역비평이 있다. 범본에 대한 문법적 분석을 통해, 반야바라밀다가 주문이 아니라 반야바라밀다의 상태에서 설해진 주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태승, 대·소본 반야심경의 비교를 통한 반야바라밀다주 고찰, 인도철학, 54, 2018)학술적 고찰로 예리함을 보였다고 하겠으나, 현장 스님은 반야바라밀다의 상태에서 설해진 주문을 반야바라밀다주로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경전문학이라는 표현도 있거니와, 경전의 번역을 또 하나의 경전문학으로 보면 반야바라밀다주로 표현하지 못할
조계종이 한국불교전통문화 선양과 세종신도시 포교 중심도량이 될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및 광제사 대웅전의 대들보를 상량하고 불사의 원만회향을 발원했다. 지난해 6월 착공식을 진행한 지 1년 2개월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계획보다 다소 지체됐지만 이날 상량식을 진행하면서 건립불사는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9월9일 오전 세종 광제사 건립공사 현장에서 진행된 상량식에는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중앙종회의장 정문, 교육원장 진우, 포교원장 범해,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 허운, 마곡사 주지 원경,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총도감 현고, 총무원
서울 출생 시인이 남편과 의논해서 딱 2년 작정하고, 제주도로 생활터를 옮겼단다. 우선 아이 남매가 자연을 보고 자라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남편의 직업이 거주지 제한을 받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화산섬 제주도는 신비한 자연의 세계였다. 우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재미나는 이름이 그러했고, 어디에서나 보이는 우리나라 제2의 산 높이, 한라산이 그러했단다. 고‧부‧량, 탐라의 시조 3형제가 솟아났다는 삼성혈 땅 구멍이 그러했고, 탐라국 옛 전설이 모두 그러했단다. 시인 부부는 한라산이 펑펑, 불을 뿜었을 몇 억년 옛날을 오늘의 눈으
대부분의 종교 교리에는 악마나 마귀가 등장한다. 이들은 세상을 창조한 신의 뜻을 배반하고 세상에 악을 뿌리며 인간들을 자신들의 세력 하에 두려는 존재들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악마와 마귀의 우두머리로 사탄 혹은 샤이탄을 드는데 이들 둘은 동일한 존재이다. 사탄, 샤이탄은 ‘대적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창조주 하나님을 적으로 삼는 자이기 때문이다.사탄의 기원은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 먼저 창조한 천사들 중 루시퍼라는 이름을 지닌 천사이다. 신은 이 루시퍼를 얼마나 총애하였던지 자신을 대신해서 하늘의 운행과 땅의 일부를 다스릴
남춘호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에서 네팔 이주민들을 지원하다가 지난해 7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우르겐 스님의 그간 활동과 근황을 담은 ‘우르겐 스님,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제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남 연구위원은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약 5년간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편집자인류에게 남은 몇몇의 제도적 굴레 중 하나는 이주민에 관한 것이다. 지난 100년간 인간의 자유를 감싸는 굴레를 상당부분 떨쳐버렸다. 식민지 해방, 노예 해방, 여성 인권 향상, 민주화 등 인류사에 획을 그을 자유의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마하판타카 존자가 그의 동생 출라판타카를 불러 “만일 계율을 지키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출라판타카는 형 마하판타카의 권유로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그는 현명하고 똑똑한 형에 비하여 머리가 좋지 못해 몇 달 동안 시 한 줄 외우지 못할 정도였다. 부처님을 만나고 깨달음의 세계를 알게 된 형 마하판타카는 동생에게도 훌륭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어 그에게 출가를 권했지만, 무능함 때문에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점점 무시를 당하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다. 형
誰知王舍一輪月 萬古光明長不滅 수지왕사일륜월 만고광명장불멸呵呵他日具眼者 見之當發大笑矣가가타일구안자 견지당발대소의누가 알리요. 왕사성(王舍城)의 둥근달이/ 만고에 광명이 멸하지 아니 하리라는 것을 알겠는가?/ 하! 하! 다른 날에 눈 밝은 이가 있다면/ 이것을 보고 마땅히 크게 웃을 것이다. 이 주련은 ‘금강경오가해’에서 ‘금강경오가해서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금강경오가해서설’은 함허득통(涵虛得通 1376~1433) 스님이 서설(序說)을 쓰고 이 글에 다시 본인이 설의(說誼)를 해서 붙인 글이다. 여기서 설의(說誼)라고 하는 것은 풀
가을장마가 진다하더니 비가 온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서 밖으로 나선다. 봉은사 경내의 풀숲에서 풀벌레가 울고 아직 지지 않은 연꽃잎에도 젖은 가을빛이 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지 간에 계절은 제 할 일을 해야겠다고 뚜벅뚜벅 순환의 걸음을 걷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하지만 얽히고설킨 세상살이에서 그리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예상보다 절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갔고 백중기도 회향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분주하다. 전각마다 걸음을 멈춰 문밖에 서서 반 배로 삼배를 드리며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굳게 닫힌 판전 문 앞에는 비둘기 한 마리
삶을 바꾸기에 100일이면 충분하다. 갓 난 아기는 백일이면 낯선 세상에 적응하고, 마곡사 대광보전서 삿자리 짜던 앉은뱅이는 백일만에 벌떡 일어나 삼배를 했다. 사람만이 아니다. 파릇파릇 어린 모는 백일이면 이삭이 패고 여물어 벼가 된다. 심지어 곰도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될 만한 시간이다. 100일의 놀라운 변화에 대한 믿음은 수많은 영험담과 전설, 그리고 기도로 이어져 왔다. 숫자에 대한 상징을 넘어 놀라운 체험들이 켜켜이 쌓여 빚은 문화와 전통의 결실이다.마가 스님 역시 100일이면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
8월 말 때늦은 장마가 온다는 소식과 함께 평소 무릎 통증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은 통증이 더욱 심해지지는 않을지 고민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사실 매해 장마철 마다 쿡쿡 쑤시는 듯한 무릎 통증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무릎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장마철에는 대기압이 낮아져 관절 내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무릎 관절 내부의 연골이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긴 상태라면 기압 차이에 따른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원래는 노년층 이상에서 발생했던 퇴행성관절염이 점점 발생 연령이 낮아져
한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가을장마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평소 손발톱무좀 앓고 있던 이들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장마가 이어지는 날씨에는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무좀은 피부 각질층, 머리털, 손톱, 발톱 등에 곰팡이균이 침입해 피부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체 무좀 환자의 약 40%는 발에 생긴 무좀으로, 고온 다습한 환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무좀을 방치하면 손발톱 안까지 파고들어 누렇고 딱딱하게 변형돼 환자들의 고충이 심하다. 손발톱무좀을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전대미문의 질병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세계인들의 삶을 뒤바꿔놓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쓰이지 않던 마스크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고 각 나라 정부가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임들을 축소시켰다. 고립감, 스트레스 등이 야기한 정신적 고통이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명상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명상보급에 진력해 온 사단법인 자비명상이 현대인들의 마음치유를 담당할 지도자 양성을 위해 자비명상 지도자 과정을 개설했다.사단법인 자비명상(이사장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8월18일 오후 12시30분 유튜브를 통해 ‘자비와 비폭력’을 주제로 한국불자를 위한 온라인 강연을 진행한다. 이번 강연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티베트 사찰 랍숨섀둡링[삼학사원]의 거듭된 요청으로 성사됐다.삼학사원 원장 텐진 남카 스님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한국인들에게 달라이라마께서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법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남카 스님은 “전 세계적으로 달라이라마 존자에게 법문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 성사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나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다녔다. 근 20년 동안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의타의로 일요일도 없이 휴가도 반납하며 일하고 또 일했다. 나도 한국인이 가장 부지런하다고 믿었다. 유학길에 올라 가끔 접촉한 대학 밖, 보통 미국인과의 경험은 이 믿음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다가 교직을 얻어 미네소타로 이사 온 다음 아내가 쌍둥이를 출산하면서 미국인들과 본격적으로 접촉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경험은 내 믿음을 바꾸었다. 우리 한국인은 생각만큼 부지런하지 않았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환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두달이 됐다. 환수위와 문화재청이 몇 차례 협상을 시도했지만 문화재청이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이 7월22일 법보신문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가 오대산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현직 국회의원이 오대산본 실록·의궤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음력 7월7일,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칠석날. 몇몇 커플들은 찜통같은 더위에도 손을 꼬옥 맞잡고 붙어다닌다. 하지만 지속되는 무더위에 무기력해지고 시원한 곳에서 함께 웃고 떠들 연인이 없어 짜증이 솟구치는 청춘남녀들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대면모임이 제한돼 만남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우울감과 고립감으로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한 특별한 강좌가 마련됐다.사단법인 자비명상(이사장 마가 스님)은 대한불교청
고향을 덮친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은 스리랑카 출신 기달(39)씨. 집도, 직장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떻게든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다. 대학을 졸업했기에 일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 월급은 30만원.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정도였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한국어 공부를 권했다. 한국에서 일하면 월급의 5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가족을 책임져야 했기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돈을 빌려 비행기 표를 샀고, 아내 마리티(37)씨와 2011년 한국으로 왔다.5년 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근무했던 부부는 누구보다 성실
아가는 태어나면서 울음소리를 낸다. 젖을 먹고, 옹아리를 한다. 주먹을 빨고, 고개 들기, 뒤집기, 기어 다니기, 일어나 앉기, 따로 서기를 거쳐서 걷는다. 이것이 태어나서 1년의 성장 과정이다. 한 살이 넘고부터는 응석을 부리고 말을 알아듣고 배운다. 이 과정의 아기를 살펴보면 아기의 귀여운 행동 모두가 예술이요, 시다. 시는 성인 사회에서 시작되었지만 차츰, 어린이들이 주 독자가 되는 동시 갈래가 생겼다. 그러다가 유아교육이 발전하면서 그 영향으로 생겨난 것이 동시에서 갈래가 생긴 유아동시다. 유아동시는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
세상의 다툼은 많은 경우 질투로 인해 일어난다. 질투는 자신이 비교 대상인 사람보다 못한 대접을 받거나 평가를 받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정서이다.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나면 원망하는 마음으로 변하고, 상대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로도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남하고 비교하지 말 것을 말씀하시고, 질투 또한 주요한 번뇌로서 언급하셨다.내가 남에게 느끼는 질투가 나와 남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면, 남이 나에게 느끼는 질투는 어떠할까. 내가 질투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을테고, 상대를 처연하게 생각할